2022.4.13(수) 잔뜩 흐리고 강한 바람
비교적 잘 자고 두 사람 모두 크게 잠이 없어서 6시경 일어나 어제저녁 편의점에서 준비해둔 컵라면과 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한 후 곧 비가 올 듯이 잔뜩 찌푸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 아래 7시경 숙소를 나와 11 코스를 남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한굽이 크게 해안을 돈 트레일은 전촌리 경계에 들어서고 이어서 사룡굴 단용굴이라는 두 개의 멋있는 해식동굴을 지나 전촌항과 소나무 숲이 울창한 전촌 해변을 지난 후 나정 마을을 거쳐 심한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에서 그 파도를 이용하여 미역 채취를 하는 신기한 모습도 보며 9시 반경 감은사지로 가는 삼거리길에 위치한 대본항에 도착하였다.
이어서 이지역의 중요 유적인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 확인과 감은사지와의 연관성 등을 밝혀낸 황수영 박사 등 여러 고고학자들의 공적을 기념하는 비석을 세워둔 소공원을 지나 수중릉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만파식적의 얘기와도 연관되는 도로변의 또 하나의 중요 유적인 이견대를 찾았으나 아쉽게도 보수공사 중이었다.
이후 내륙쪽으로 약간 들어간 위치의 산아래 자리한 봄기운이 감도는 감은사지를 둘러보는데 과거 오래전 대구에 살 때 아이들을 데리고 몇 차례 이 지역을 방문하였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여 세월의 덧없음이 피부에 와닿기도 하였다.
감은사지 입구의 친절한 문화해설사로 부터 여러 얘기도 듣고 인스턴트커피도 한잔 얻어 마신 후 다시 문무왕릉이 위치한 봉길 해변으로 나와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광경을 보며 바로 길가의 눈에 뜨이는 중국집에서 뜨끈한 짬뽕으로 점심을 한 후 다시 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헌데 이쯤 어디에서 길을 놓친건지?? 월성 원자력 단지를 돌아 산 쪽으로 향하던 트레일은 봉길 터널 직전에서 시그널이 사라지며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불상사가 일어나 터널 관리소를 찾으니 이 부근에서 이런 일이 자주 있다며 친절하게도 약 2.4 킬로의 아주 위험한 터널 구간을 차량으로 태워주는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이후 다시 길을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회사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조성한 것으로 생각되는 거대한 규모의 나산들 공원과 그 공원 안에 위치한 신라 4대 왕인 석탈해왕의 탄강 유허비를 들른 후 노동자들의 시위로 정신이 없는 발전소 입구를 지나 신라에 철기 문명을 시작하였다는 석탈해왕의 얘기가 서려있는 나아 해변에 12시 반경 도착함으로써 좋지 않은 날씨지만 11 코스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비록 날씨는 별로지만 시간이 일러 일단은 갈수 있는 한 더 가기로 하고 다시 비바람 속에서 남으로 발길을 옮겨 벽화들이 예쁜 읍천 마을을 지나고 난 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주상절리 지형의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로 생각되는 경주 양남 주상절리 지형 지대를 지난 후 오후 3시가 되어가는 시각 경주시 양남면 소재지에 도착하였는데 동행이 춥고 힘들다며 오늘은 그만 이곳에서 쉬기를 원하여 양남 사거리 근처의 강변 모텔이라는 곳의 온돌방을 삼만 원에 투숙하였는데 시설은 낡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 양남면에 도착하면서 바닷가 입구에서 양남 해수온천랜드란 사우나가 영업중인 것을 보았기에 우선 배낭을 방에 두고 그곳에 갔는데 비용도 6000원이란 착한 가격에 기대 이상으로 시설도 훌륭하여 종일 비바람을 맞으며 걷느라 지친 몸을 휴식할 수 있어 너무 좋았으며 저녁에는 성실해 보이는 숙소의 비교적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숙소 일층의 식당에서 닭도리탕을 주메뉴로 나는 반주를 곁들여 기대 이상의 저녁 식사를 하고 지친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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