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5(화) 맑고 더움
어젯밤에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음에도 일찍 일어나 컵라면으로 일종의 해장을 겸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숙소를 나서니 버스 타기가 갑자기 귀찮기도 하고 또한 내심 오늘은 두 개의 코스를 걷고 서울 집으로 가고자 생각하였기에 출발점인 송도 해변까지 택시를 이용하여 7시 반경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해변과 형산강 하구를 건너 마주 보이는 거대한 괴물같은 포항제철 공장의 위용과 제방을 따라 만개하고 있는 벚꽃을 보며 형산강 우안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형산강을 건너 포항제철과 현대제철이 있는 공장지대를 수키로 통과한 후 다시 해변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해병대 훈련장으로 유명한 도구 해변에 들어섰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땀과 눈물이 스며있을 도구 해안을 지나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의 무대라는 임곡리 마을을 지나고 이어서 연오랑과 세오녀 테마공원을 거친 후 다시 트레일은 아기자기한 해안 지형을 가진 바닷가로 연결되어 입암리 마을에 이르니 이미 정오가 넘어서고 약간 배가 고파왔다.
하여 트레일변의 "호미로 어부회"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만 오천 원짜리 물회를 주문하였는데 안 주인장도 친절하고 물회 자체도 훌륭하지만 특히 시원한 서덜이 매운탕이 기대 이상으로 맛이 있어 흡족한 식사가 되었고 어젯밤 과음으로 인한 약간의 숙취도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 이었다.
이후 힘을 내어 다양한 해안 지형들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걸어 오후 2시 반경 약 20여 킬로 거리의 16코스 시점인 흥환리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약 13 킬로 거리로 비교적 짧은 15코스에 들어서 발산리, 대동배리 등의 정겨운 이름의 해안 마을들을 지나며 구룡소, 매바위 등의 특이한 해안 지형들도 거쳐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과거 대보면에서 지금은 호미곶면으로 개칭한 대보항을 지나 "상생의 손" 조각으로 유명한 한반도의 최동단인 호미곶에 도착함으로써 무사히 15 코스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오늘로써 집을 떠난 지 9일째인데 그동안 날씨가 갑자기 많이 더워져 현재의 옷차림이 너무 거창할 뿐만 아니라 이번 주중에 몇 가지 서울에서 할 일이 있어 늦은 시간이지만 서울 집으로 가기로 하고 경관식물로 심어놓은 유채가 만발하고 있는 부근의 대보중학교 앞 버스 정거장으로 가니 마침 운 좋게도 이곳 호미곶을 거쳐 구룡포와 포항 시내를 오가는 9000번 버스가 바로 와서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앱으로 저녁 8시 출발의 고속버스를 예매하고 느긋이 창밖을 구경하며 포항 시내로 들어오는데 특히나 포항제철의 화려한 경관 조명도 일품이었으며 이어서 고속버스 터미널 바로 앞의 정거장에 내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부근의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8박 9일간의 14개 구간 해파랑길 걷기를 무사히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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