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해파랑길(완료)

해파랑길 49, 48코스 역방향으로 (통일안보공원에서 가진항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2. 2. 14. 22:00

2022.2.11(금) 맑고 비교적 포근한 날씨

지난밤에 약간의 들뜸과 설렘으로 과음을 하였음에도 큰 문제없이 7시 22분인 일출 시간에 맞추어 7시경 일어나 커피 한잔을 하며 한편으로는 아침으로 조개탕을 준비하면서 일출을 감상하는데 나름 의미가 있는 일출이었다.

그리고 아침으로 준비한 인스턴트 조개탕도 비록 냉동식품이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어제의 과음을 달래주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이렇게 바닷가에서 일출을 정면으로 보면서 아침을 하니 비록 초라한 아침상이지만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고 느껴졌고 또한 식사 도중에 아마도 밤새워 야간 경계를 끝내고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복귀하는 듯한 군 장병들도 보여 그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기도 하였다. 

사실 오늘은 가능하면 조금 일찍 서둘러 49, 48의 두코스를 걷기로 생각하였기에 아침 후 우선 간단히 뒷정리를 하고 컵라면과 간식과 물 등을 단단히 준비를 하여 출발점인 통일 안보공원으로 가서 부근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 후 출발하면서 시계를 확인하니 8시 반경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나타나는 마차진 해변과 낡아 보이지만 바닷가에 멋있게 서있는 금강산 콘도 건물 지역을 지나 이어진 대진해변을 가로지른 후 대진 등대에 올랐다가 아래로 내려서니 바로 대진항인데 아주 크지는 않지만 동해안 최북단의 항구로써 나름 규모도 있어 보였으며  항구를 조금 지난 곳에서는 부지런히 작업 중인 해녀들도 보여 이 추운 겨울에도 물질을 하는 그들의 강인함을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난 뒤 트레일은 초도 해변과 성게의 주산지라는 초도항을 거친 후에는 엄청난 규모의 화진포 해변을 지나 이곳 동해안 최북단 지역에서 최고의 관광 명소 중의 하나인 화진포 호수 지역으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호수 자체가 대부분 얼어붙어 버려 먹이가 없는 관계로 철새들이 예상보다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하얗게 얼어붙은 화진포 호수가를 따라가다가 일차적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별장으로 쓰다가 지금은 기념관으로 꾸며놓은 곳을 들렸는데 의외로 작은 규모에 소박한 꾸임이었고 그곳에서 그분의 영욕에 가득 찬 일생을 보며 한 인간이 그렇게 길지도 않은 일생을 큰 허물없이 살아낸다는 것이 참으로 지난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는데 이제는 우리도 가능하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너무 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라면 그 사람의 과보다는 공을 더 높게 바라보는 아량도 가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역시나 멀지않은 화진포 호반에 위치한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을 향하였는데 이기붕 별장은 이기붕의 부인인 박마리아 여사가 잠시 사용한 사실때문에 억지로 붙여놓은 듯한데 그 일가들의 비참한 마지막을 생각하니 이 또한 인간사의 덧없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듯하였다.

이어서 의사이자 선교사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하여 2대째 헌신하였던 홀 일가가 과거 일제시대에 사용하였던 건물을 해방 후 한국전쟁 발발 시까지 이 지역이 38도선 이북에 위치한 관계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또 하나의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인 김일성 일가가 사용한 일명 김일성 별장을 방문하였는데 이곳에서는 분단된 조국의 북쪽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그 일가의  권력세습과 독재 그리고 그로 인한 일반 사람들의 어려움과 전쟁의 위험 등등이 떠올라 우울한 생각만 들어 서둘러 건물을 나와 건물 뒤로 이어지는 급경사를 따라 이곳의 훌륭한 조망 처인 응봉을 향하였다.

그렇게 해발이 높지 않기에 천천히 힘들이지 않고 약 30 여분을 걸어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응봉 정상에 도착하니 하얗게 얼어붙은 회진포 호수와 푸른 쪽빛으로 빛나는 동해 바다가 그 중간을 가로지르는 푸른 소나무 숲과 백사장과 어울려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을 보여주고 있어 그 광경을 바라보며 부근의 그늘막에서 컵라면과 간식으로 요기를 하며 한참을 휴식하였다.

이후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거진 해맞이봉 산림욕장과 거진 등대를 지나 내려오니 한때 명태가 풍성하던 시절 동해안 최고의 어항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거진항에 도착함으로써 49 코스를 끝내게 되었는데 시간은 오후 1시 반경 이었다.

 

이어서 아침에 계획한 대로 48 코스를 이어서 걷기로 하고 거진항구 거리를 지나 엄청나게 큰 규모의 거진 해변을 지나는데 해변에서 말로만 듣던 투망으로 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 호기심에 다가가 물어보니 숭어 종류를 잡는다는데 과거에 비하여 고기가 없다고 불만스럽게 이야기하여 약간 민망하였고 연이어 반암 해변이라는 역시나 큰 해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1 키로 이상 이어지는 소나무 방풍림이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태안반도의 한 곳을 연상케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후 3시 반경 고성군청 소재지인 간성읍의 북쪽을 흐르는 북천에 다다라 일제 강점기에 동해북부선이 통과하던 철교로 건설되었으나 폐허로 방치되었다가 다시 보수 연결되어 자전거와 보행로로 이용되고 있는 북천 철교를 지나고 이어서 역시나 대단한 규모의 동호리 해변을 거쳐 남천에 다다랐다.

헌데 이곳에서 원래의 해파랑길은 남천 하류 바다 유입구의 물길을 건널 수 없기에 상류 쪽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으나 지금은 한겨울 갈수기로 남천의 바다 유입구가 사구로 막혀있어 그냥 도보로 지날 수 있게 되어 끝이 없을 듯이 이어지는 아무도 없는 바닷가 해변을 따라 나아가다가 가진리 마을 도로로 올라선 후 작은 언덕을 넘어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가진항 입구의 가진 활어 회센터에 도착 함으로써 48 코스도 너무 늦지 않게 무사히 끝내게 되었는데 총 거리 약 28 키로에 8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헌데 원래 계획은 이곳 활어 회센터에서 회를 사서 야영장으로 가는 것이었으나 공교롭게도 2.3일부터 4.30일까지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임시휴업을 한다는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부근에는 문을 열고 있는 특별한 식당도 보이지 않고 더구나 날도 어두워지려고 하여 일단은 우선 야영장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 마차진으로 가는 버스는 비교적 자주 있다고 하여 버스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자니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교통의 종점인 마차진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차량을 회수 후 야영장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급할 것이 없는 바 뜨거운 샤워를 하고 참치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밑반찬으로 비록 초라하지만 만찬 같은 기분으로 어제 남겨둔 반주를 다 비우며 이곳 명파 해변에서의 둘째날밤이자 어쩌면 일생에서의 마지막 날일 가능성이 큰 밤을 행복감을 느끼며 보내었다.

 

아침 야영장에서
49 코스의 종점인 통일 안보공원의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앞 스탬프 장소
마차진 해변과 금강산 콘도 지역
대진 해변
대진항을 지나며 
작업중인 해녀들
초도 해변과 초도항
화진포 해변
화진포 호수와 부근에 위치한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
응봉을 오르며
거진 해맞이봉과 거진 등대를 지나 거진항 수협마트앞의 48 코스 종착지 스탬프 장소
거진항과 거진 해변 
해변의 투망 낚시꾼
반암 해변과 멋들어진 소나무 방풍림
간성읍의 북천과 북천 철교
동호리 해변
간성읍의 남천
가진항 활어 회센터
마차진으로 가는 속초 시내버스안에서
저녁 양여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