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10(목) 맑고 비교적 포근
지난밤에는 아직도 열정이 조금이나마 남아서인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약간의 설렘으로 잠을 설치고 6시가 못되어 일어나 어제 이미 준비해둔 사항을 간단히 체크 후 우유 한잔을 하고 서울을 벗어나 서울양양간 고속도로에 올랐다.
우선은 통일전망대 출입신고를 위하여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의 통일전망대 출입 신고소를 내비에 입력하니 속초를 통해서가 아니라 동홍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이용하여 인제 원통을 거쳐 진부령을 넘어가는 길을 가리키는데 아마도 위치가 아주 북쪽이라 그런 것 같았다.
평일의 이른 아침이라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열심히 달려 인제의 합강정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 커피 한잔을 하고 용대리의 황태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한 후 고성을 경유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니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지역은 지금까지 살아온 곳들과는 거리가 있어 자주 오지는 못하였지만 너무도 푸른 청춘의 시절이었던 1980년도를 전후하여 화진포 호수까지 친구들과 한번 그리고 1990년 초봄에 큰애와 와이프를 데리고 통일 전망대를 한번 왔었던 기억이 뚜렷이 있는데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서인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였다.
우선 주차비 5천 원 그리고 관람료 3천 원을 지불 후 간단히 인적사항을 적은 서류를 작성하여 들고 다시 차량을 운전하여 7번 국도를 타고 약 6 키로 정도 가니 민통선의 제진 검문소가 나타나 초병에게 간단히 주의사항을 듣고 통행증을 받아 전망대를 향하였는데 내 기억상 당시에는 안보교육을 받고 갔었는데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없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난 9시 40분경 새로이 크고 웅장하게 지은 전망대에 올라 이런저런 우울한 그러나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북녘땅을 보고 있자니 언제나 이런 분단이 해소될 수 있을까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고 부근에서는 이미 개통된 고성 쪽 "DMZ 평화의 길"이라는 트레일이 일부 운영되었으나 현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하여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는 또 다른 우울한 소리를 직원으로부터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또 다시 이곳을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곳저곳을 나름 세세하게 둘러보고 부근의 6.25 전쟁체험 전시관도 들렸다가 돌아 나오는 길에 DMZ 박물관도 들리다 보니 11시 반경이 되어서야 제진 검문소를 통과하게 되었다.
그리고 검문소에서 구 7번 국도로 빠지자마자 부근의 길가에 차량을 주차해 두고 이제부터는 도보로 신고소가 위치한 50 코스의 출발점인 통일 안보공원을 향하여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걷는데 부근에는 기존의 남북관계 경색에 더해 코비드-19의 영향으로 문을 닫거나 거의 문을 닫다시피 한 가게들이 눈에 뜨여 안타깝기만 하였다.
이후 트레일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최북단의 명파리 마을 입구에서 해변 쪽으로 빠지는데 이곳 해변에서는 오늘부터 내가 이틀을 머물 야영장의 멋진 해변가 7번 사이트를 확인하고 돌아 나와 다시 트레일을 따라 램블러 앱과 이정표를 보며 남으로 군데군데 약간의 눈이 쌓이기도 한 야산 길을 따라 작은 봉수대가 있는 산도 오르며 역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물론 한 사람의 탐방객도 만날 수 없는 고독한 걷기가 되었다.
또한 50 코스의 도보로 걸어야 할 거리는 약 6 키로에 불과한 거리이기에 천천히 걸었음에도 약 1시간 반이 지난 오후 1시가 약간 지나서 목적지인 50 코스의 출발점이자 49 코스의 종착지인 통일 안보공원에 도착함으로써 50 코스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의 오늘의 일정에 대하여 생각해본 결과 무리하게 49 코스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어제 잠도 설치고 오늘 장거리 운전도 하였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였으나 다음은 차량 회수가 문제였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없고 택시는 거진에서 오기에 수만 원은 줘야 한다고 하여 아직 시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차량을 주차한 곳까지의 거리가 구 7번 도로를 따라 약 5 키로에 불과하고 또한 날씨도 좋아 과거를 회상하며 걷기로 하였다.
한적한 그러나 분단의 상징인 탱크 저지 시설물이 군데군데 서있는 도로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 작은 고개를 하나 넘고 명파리 마을에 들어서 이렇게 걷지 않았다면 보지 못하였을 명파리 마을과 우리나라 최북단 초등학교인 명파 초등학교도 둘러보는데 금강산 슈퍼라는 작은 가게 전면에는 김영청의 동네한바퀴에 나왔었다는 귀여운 안내 문구도 붙어있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불과 50 여분만에 차량을 회수하고 명파 해변의 야영장에 도착하여 서둘러 그러나 특히 바람에 대비하여 단단히 텐트를 피치 하고 나니 오후 2시 반이 되어 우선 계란을 푼 라면 한 개를 꿀맛같이 맛있게 먹은 후 뜨끈한 샤워를 하고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아마도 남은 생애에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이곳 명파 해변에서의 망중한을 즐겼다.
그리고 저녁에는 준비해 간 돼지고기 목살 구이를 주메뉴로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하는데 이런저런 나그네의 설레는 마음에 혼자만의 홀가분함이 더해 소주를 두병 이상이나 마시게 되었으나 전혀 취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으로 기분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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