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4년

포항 내연산(매봉,향로봉,삼지봉)과 영덕 동대산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4. 10. 5. 16:48

2024.9.27(금) 잔뜩 흐리고 짙은 운무

어제는 멀지 않은 청송의 선영에 벌초와 성묘를 하느라 하루를 보내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갈수록 더 나빠진다는 예보지만 다행히도 큰 비 예보는 없어 이번 일정의 주목적 중의 하나인 포항 내연산과 영덕 동대산 연결 산행을 진행하기로 하고 비비고 추어탕으로 든든히 아침을 하고 준비를 단단히 하여 8시가 채 못된 시각 야영장을 나섰다.

다시 북으로 성법령을 넘어 8시 반경 해발 600미터 정도의 포항시 청하면과 죽장면을 잇는 샘재 부근에 위치한 경상북도 수목원(입장료, 주차료 무료)에 도착하여 차량을 주차하고 산중턱에 걸린 운무를 바라보며 수목원을 천천히 둘러보고 북으로 첫 번째 봉우리인 매봉을 향하여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름의 시그널들을 보면서 짙은 숲길의 오르막을 걸어 9시 20분경 매봉에 도착하고  전망대에서 상옥리에서 하옥리로 이어지는 운무에 싸인 계곡을 조망하면서 잠시 휴식 후 다시 길을 나서 북쪽으로 아무도 없는 한적한 숲 능선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내연산의 정상 격인 향로봉을 향하는데 다만 조망이 없어 상당히 아쉬웠고 꽃밭등이란 예쁜 이름의 안부를 지나 한 군데 약간의 동해 조망이 가능한 바위 돌출부에서는 날씨가 흐려서 이 또한 상당히 아쉬웠다.

경상북도 수목원에서 매봉을 지나 향로봉을 향하는 길 중간의 전망 포인트까지

 

바위 쉼터에서 커피와 빵으로 간식을 하며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이어 정오경 보경사 계곡에서 연결되는 시명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조우하고 이어서 바로 향로봉에 당도하니 오늘 처음으로 두사람의 산객들과 조우하고 이어서 능선길을 따라 삼지봉을 향하였다.

내연산 정상인 향로봉까지

 

비록 흐린 날씨이지만 짙은 숲내음속에 능선길을 완만히 오르내리며 꾸준히 걸어 오후 1시 20분경 삼지봉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서 약 5분경 뒤에 내연산 능선에서 동대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여 나빠지는 날씨로 인한 이런저런 걱정들을 뒤로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난뒤 어두컴컴하게 보이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삼지봉을 거쳐 동대산 갈림길까지

 

이후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동대산 정상에 도착하기 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그저 가을을 재촉하는 듯한 스산한 바람과 운무 그리고 예쁘기 까지 한 버섯들과 재미난 시그널들을 벗 삼아 외로운 산행을 하게 되고 말았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동대산 정상까지

 

또한 동대산 정상에 가까워 지는 시각부터는 운무가 더욱 짙어지며 곧 비라도 쏟아질 듯하여 동대산 정상에서는 정상석 인증 사진만 찍고 돌아서 지도와 앱을 참고로 하며 하옥계곡 쪽으로 하산길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하였는데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인지 계곡의 최상류 부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길의 흔적이 거의 없어 무작정 거칠고 깊은 계곡을 그냥 타고 내려오는 수밖에 없어 상당히 힘이 들었지만 특히 산도깨비란 선답자분이 달아 놓은 시그널이 큰 도움이 되었다.

계곡이 예상치 못한 깊이와 거칠음을 동반한 원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탄하며 하옥 마을 종점에서 청하를 거쳐 포항으로 나가는  마지막 버스 시간인 오후5시 40분에 맞추기 위하여 최대한 빨리 그러나 안전하게 온 신경을 집중하여 하산을 지속하는데 길이 너무 거칠어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후 5시 반경 계곡 최하류부의 그림 같은 깊은 沼 옆 낭떠러지를 통과하니 그때서야 영덕 국유림 관리소에서 걸어둔 등산로 폐쇄 플래카드가 보이는데 이것을 동대산 정상 능선에서 하옥계곡으로 트레일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걸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옥계곡쪽으로의 거친 하산길과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맛진 소(沼)

 

또한 마지막 날머리가 폔션 내부로 이어지고 있어 의아하였으나 버스 시간이 급하여 심하게 짖어대는 펜션의 개들을 뒤로하고 약 칠팔백 미터의 좁은 포장도로를 거의 뛰다시피 하여 하옥종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5시 40분이 막 지나고 있었으나 마침 버스가 수분 늦게 도착하여 다행히 버스를 타고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수목원 입구에 도착하여 차량을 회수 후 상옥 마을의 슈퍼에서 지역 막걸리 한 병을 사서 다시 성법령 고개를 넘어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하옥종점 버스정류장

 

이후 차거운 물이지만 시원한 샤워 후 인스턴트 삼계탕을 데워 반주를 곁들여 결국은 가늘게 내리기 시작하는 이슬비를 바라보며 운치 있는 늦은 저녁을 하고 피로감과 성취감을 안고 잠을 청하려고 누우니 오늘 하루가 꿈같이 느껴졌다.

늦은 저녁 만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