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남파랑길

남파랑길 39, 40 코스(남해 삼동면 소재지에서 독일 마을을 거쳐 천하 마을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3. 5. 6. 12:00

2023.5.1(월) 좋은 봄 날씨

일기 예보상 지난 수일간의 궂은 날씨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첫날부터 아주 좋아진다고 예보하여 이번주에는 지난 3월 말에 36 코스를 걸은 후 중단한 남파랑길을 이어 걷고자 어젯밤 23:45분에 남부 터미널에서 삼천포행 심야 버스에 올랐다.

헌데 37 코스가 소득 작물인 대규모의 고사리 밭을 지나기에 채취기간인 3월 말에서 6월 말 까지는 "남해 바래길 탐방 안내센터"를 통한 예약과 안내인을 동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37, 38 코스는 잠시 뒤로 미루고 오늘은 39, 40 코스를 걷고자 계획하였다.

따라서 39 코스의 시발점인 남해군 삼동면 소재지로 가기 위하여는 거리가 더 멀고 심야 버스가 없는 남해읍 보다는 삼천포 쪽으로의 접근이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였고 버스는 예상대로 심야의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려 진주와 사천을 들렸다가 채 4시간이 걸리지 않은 03:40분경 삼천포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처음 일정을 계획시는 이곳 터미널 부근의 PC방이나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06:10분 출발의 삼동면 소재지(남지족)행 194번 버스를 타려고 하였으나 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어둑한 가운데 아침 바람이 상당하여 쌀쌀하게 느껴지고 또한 PC방은 수십 년을 가보지 않아 낯설기에 우선 부근의 GS 25 편의점에 들어가 따끈한 커피 한잔을 하며 생각해 본 결과  이곳에서 막막하게 두 시간 이상을 어영부영할 것이 아니라 택시로 이동하여 아무도 없는 새벽을 가르며 걷다가 도중에 일출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컵라면과 뜨거운 물 등등을 준비하여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미터 요금 19,000 정도 나옴) 타고 04:15분경 삼동면 소재지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캄캄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해안을 따라 39 코스를 걷기 시작하였는데 아무도 없은 캄캄한 바닷가를 혼자 휘적휘적 걷는 맛도 그만이었고 조금씩 밝아 오는 여명과 더불어 오묘한 자연의 색깔 변화를 보는 것도 즐거워하며 전도 마을 지나 작은 언덕을 넘어 둔촌 마을에 들어서니  새벽 5시 반경이 되며 본격적으로 일출이 시작되고 있어 바닷가의 쉼터에서 한참을 앉아 일출을 즐겼다.

이후 트레일은 꽃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가진 금산 자락의 동쪽 자연휴양림 계곡에서 발원한 화천(花川)을 따라 상류로 이어지다가 동촌 마을에서 화천을 벗어나  언덕을 넘어서니 다시 바다 조망이 나타나며 39 코스 최대의 볼거리인 "물건리 방조어부림"의 대단한 모습이 내려다 보이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장관이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숲 사이를 지나는데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거대한 이팝나무의 자태가 대단히 아름다웠고 이후 마을을 통과하여 언덕을 올라 독일 마을로 들어서는 3번 국도변에 도착함으로써 39 코스를 끝내게 되었는데 워낙에 이른 새벽에 시작해서인지 시간이 채 아침 8시가 되지 않아 가게와 식당들도 아직 문을 열고 있지 않았고 나 또한 어제 많이 먹어서인지 전혀 배도 고프지 않아 바로 독일 마을을 관통하며 40 코스를 걷기 시작하였다.

이미 한두번 와본 곳이라 천천히 지나간 우리나라 현대사의 이런저런 사연들을 떠올리며

언덕을 따라 아름답게 조성된 마을을 통과하여 내리막을 내려가 다시 꽃내와 조우한 후 물길을 따라 상류로 향하는데 냇가 곳곳에는 예쁜 수변공원을 조성해 두어 10시경 내산 저수지 못 미친 한 곳의 수변공원에서 준비해 간 토스트와 컵라면으로 꿀맛 같은 브런치를 하고 한참 휴식을 취하였다.

이후 내산 저수지를 지나 수년 전 와이프와 야영한 적이 있는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 입구 직전에서 좌측으로 물길을 건너 후 편백 숲으로 둘러싸인 편안한 임도길로 연결되는 트레일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혀나가 오후 1시경 오늘의 최고점인 전망대에 이르니 진행 방향으로는 다시 바다 조망이 터지며 오늘의 종점인 천하 마을이 빤히 내려다 보이고 뒤로는 내산 저수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이 바라보여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간식을 곁들여 한참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 내리막의 임도길을 일사천리로 내려와 천하 마을에 이르러 40 코스를 마무리 하니 오후 2시 반경이 가까워 오고 있었는데 어젯밤 심야 버스를 탔었기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하였고 거기에 더해 오늘 약 30여 킬로의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 상당히 피곤함을 느꼈다.

헌데 이틀간 예약해둔 숙소의 위치가 미조면 초전 마을 부근으로 이곳에서 멀지 않은 미조면 소재지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먹거리 해결과 교통 등에서 약간은 애매하여 숙소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우선은 바로 미조면 소재지로 가서 이른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마침 501번 버스가 오후 2시 50분경에 있어 버스를 타고 미조면 소재지를 향하였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푸른 청춘의 시절인 1970년대 후반 여름 방학에 한두차례 들렸던 미조항은 이제는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여 세월의 흐름이 야속하게 생각되었지만 애써 희미한 옛 기억을 떠올리며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 부근의  횟집에서  반주를 곁들여 물회로 이른 저녁을 하였는데 맛은 집집마다 특유의 색깔이 있고 또한 먹는 사람들도 각자의 식성이 있어 절대적인 평가를 하기는 곤란하나 나에게는 너무 텁텁하다는 느낌을 주었음에도 시원하고 배가 고파서인지 그런대로 먹을 만하였다.

식사 후 다시 16:40분 출발의 501번 버스를 타고 숙소 부근의 초전 정거장에 내려 정거장 옆의 GS 25 편의점에서 군것질 거리와 유자 막걸리 한 병을 사서 숙소에 들어와 천국같은 느낌의 샤워를 한 후 편안한 침대에 누워 두시간 정도 쉬다가 어두워진 다음 숙소 방밖의 산내음과 고요함을 즐기며 막걸리 한병을 마시고  뒷산의 소쩍새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였다.

남해군 삼동면 소재지에서 독일 마을 입구의 3번 국도변에 이른는 남파랑길 39 코스의 이모저모

 

독일 마을 입구에서 천하(川下) 마을에 이르는 남파랑길 40 코스

 

미조면 소재지와 미조항에서

 

숙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