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29(화) 맑음
아침 7시경 일어나 근처의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 후 어제 크게 힘들지 않았기에 약 10여 킬로 거리의 27코스를 걷기 위하여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주위에 산불의 흔적이 생생한 원전 단지를 지나 위험하고도 지루한 도로를 따라 남으로 향하다가 해변 쪽으로 방향을 틀어 죽변 지역에 들어서고 이후 등대공원 지역을 올라 한 바퀴 돌아보고 동해안에서 큰 항구 중의 하나인 죽변항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사실 아침도 부실하였고 또한 앞으로 걷는 도중에 점심을 먹을 적당한 식당이 있다는 보장도 없어 나름 큰 규모인 이곳 죽변에서 브런치 삼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식당을 찾았으나 모두들 혼자라서 인지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을 하여 혼자의 불편함을 실감할 때쯤 죽변 중앙부 로터리에 있는 삼거리 식당에서 흔쾌히 칠천 원의 착한 가격에 맛있는 김치찌개를 제공해 주어 그지없이 고마웠다.
든든하게 식사 후 다시 길을 재촉하여 27코스 시점의 스탬프 장소를 지나고 26코스에 들어서니 바로 이곳의 유명한 유적인 "울진 봉평리 신라비" 유적과 전시관이 나타나 잠시 시간을 내어 역사의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였다.
이후 트레일은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이어지고 이후 해안을 벗어나 오후 2시 반경 울진읍내의 연호공원에 들어서니 오늘의 숙소를 포함한 일정을 결정하여야 하기에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다시 트레일에서 벗어난 울진읍내의 모텔은 싫기도 하거니와 적당한 숙소도 찾기 힘들어 25코스 종점을 아주 조금 지난 망양정 아래의 바닷가 산포 마을의 트레일 변에 위치한 해맞이 펜션(앱가 사만 팔천 원, 비교적 괜찮음)을 예약 후 내쳐 다시 트레일을 따랐다.
과거 오래전 몇 차례 왔던 기억과는 전혀 딴판으로 개발이 되어버린 왕피천 하류 일대의 공원을 지난 후 왕피천을 건너는 수산교 남측의 26코스 시점을 지나 25코스에 들어서고 이어서 부근의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술과 어묵, 김치, 햇반. 마파두부 등등의 저녁거리를 구입 후 왕피천을 따라가다가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는 망양정에 올라 희미한 옛 기억도 더듬어 보고 오후 5시 반경 숙소 주인의 친절한 환대 속에 숙소에 도착하여 나름 긴 하루를 마감하였다.
그리고 손님은 나 혼자 뿐이기에 적막감과 고립감을 즐기며 작은 다락방의 숙소에서 뜨거운 샤워 후 저녁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만찬?을 나그네의 기분 속에 만끽하고 동해의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