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2년

단양 도담 삼봉과 소백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2. 8. 20. 17:26

2022.7.18(월) 종일 흐리고 간헐적인 비

일주일 동안 손꼽아 기다린 날이지만 날씨가 별로이다.

하지만 길을 떠나기로 하고 월요일이기에 차가 막히기 전 서둘러 서울시내를 빠져나가려고 새벽 6시쯤 집을 떠나 한참을 달려 천호대교 가까이 가서야 휴대폰을 챙기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하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갔다 오느라 일차적인 목적지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남한강변의 삼봉 정도전과 얽힌 얘기가 서려있는 도담 삼봉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과거 두세차례 가족들과 같이 잠깐 들린 적이 있지만 다시 한번 비 내리는 도담 삼봉과 부근의 석문을 둘러본 후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비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하여 원래 계획하였던 어의곡 마을을 들날머리로 한 원점회귀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 등산을 위하여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 마을을 향하였다.

그리고 정오가 조금 못된 시각 적막한 어의곡 탐방 지원센터에 도착하고 이어서 습한 그러나 숲내음으로 가득 차고 여름 야생화가 만발한 비로봉을 향하는 트레일에 들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니 비록 약한 비와 안개에 가려  조망은 거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만은 괜찮았다.

오후 2시경 어의곡 삼거리 못미친 곳의 벤치에서 준비해 간 주먹밥과 과일 그리고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남은 구간을 부지런히 진행하여 2시 반경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하였는데 이런 날씨 속에서도 젊은 커플과  또 다른 한 사람의 산객이 이미 도착하여 인증 샷을 찍고 있었고 또한 산록에 숙영지를 만들어 놓고 정상에 이르는 데크 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들이 내가 늘 가기를 꿈꾸어 오던 파미르의 나라 타지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이어서 놀랍기도 하였다.

사방이 안개에 휩싸여 아무 조망이 없지만 나도 간단히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뒤돌아 어의곡 삼거리에서 올라왔던 길을 버리고 북동쪽으로 수시로 안개비가 트레일을 넘나들고 있는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국망봉과 상월봉을 거친  후 늦은맥이 재에서 백두대간 능선과 작별하고 또한 오래전 젊은 시절 이곳에서 신선봉과 민봉을 거쳐 구인사까지 내달리던 아련한 기억을 뒤로한 채 계곡을 따라 어의곡으로 하산을 완료하니 오후 6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결국은 비로봉에서부터는 한 사람의 산객도 조우하지 못하는 고독한 산행이 되고 말았다.

이후 서둘러 오늘의 숙박지인 단양군 영춘면 남천계곡 최상류 오지에 위치한 소백산 국립공원 남천 야영장에 도착하여 예약해둔 4번 영지에 이틀밤을 머물 준비를 완료하고 샤워를 하고 나니 저녁 8시가 넘어가며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고 이후 그 어둠과 한적함을 벗 삼아 반주를 곁들여 꿀맛 같은 저녁을 하고 약간은 취하여 긴 하루를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도담 삼봉과 부근의 석문에서
어의곡을 들날머리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 산행

 

소백산 정상 부근에서

소백산에서 만난 여름 야생화들
소백산 국립공원 남천 야영장 4번 영지에서의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