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1년

속리산 천왕봉을 거쳐 문장대까지(상주시쪽에서)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1. 9. 20. 15:06

2021.9.9(목) 맑고 더움

지난밤 자는 도중에 난데없이 비가 내리는 느낌이 들어 급히 일어나 확인하니 비가 아니라 가을철 큰 일교차로 인하여 생긴 짙은 안개가 타프 천에 심한 결로 현상을 일으키고 이 결로들이  떨어지는 것이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안개가 심하였다.

따라서 이런 자연의 오묘한 현상을 간과하고 편의상 이너텐트만을 설치한데 대해 반성하고  오늘 오후에 플라이도 추가 설치키로 하였다.

 

이른 아침의 안개로 자욱한 캠핑장 

 

그리고 아침 7시경 일찍 일어나 인스턴트 낙지 덮밥으로 아침을 한 후 약 8시간 정도로 예상되는 이번 일정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인 속리산 천왕봉 등정과 이후 문장대까지의 종주를 위하여 단단히 준비를 하여  8시가 채 못된 시각에 차량은 야영장에 두고 이미 계절적으로 시기가 조금 지난 이곳의 명물인 "맥문동 솔숲"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 상오리 마을을 관통하며 장각폭포를 향하였다.

 

이미 시기적으로 맥문동 꽃이 시들어 버린 상오리 도로변의 솔숲

 

마침 이틀 동안 비가 내린 후라서 예상보다 훨씬 더 장관인 이 지역의 명소인 장각폭포를 지나고 홀로 밭 한가운데 외롭게 서있는 상오리 석탑을 지난 후 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서 실망스럽게도 숲으로 우거져 큰 조망은 없는 능선 트레일을 따라 천왕봉을 향하였는데 이는 주능선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상황이었고 오늘도 역시나 출발한 지 약 3 시간 만인 11시경 주능선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약 300 미터 떨어진 천왕봉 정상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못하는 고독한 산행이 되었다. 

 

장각폭포와 상오리 석탑을 거쳐 헬기장이 있는 주능선 삼거리를 지나 정상인 천앙봉까지

 

장각폭포

 

헌데 천왕봉 정상에 서서 동서남북 특히 남으로 구병산 쪽과 북으로 오늘 가야 할 문장대 쪽으로의 장쾌한 조망을 즐길 사이도 없이 분명히 모기는 아닌 깔따구??로 추정되는 엄청난 벌레 떼들의 공격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망치듯 다시 문장대 쪽 방향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 오늘 처음으로 산객과 조우할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의 동쪽 조망, 오늘 올라온 장각동 계곡 지나 내일 계힉하고 있는 도장산 그리고 그너머 아득한 소백산 일대까지
천왕봉에서의 서쪽 조망, 법주사 꼴짜기와 우측의 묘봉 일대...
천왕봉에서의 남쪽 조망, 삼가 저수지 넘어 구병산이.....
천왕봉에서의 북쪽 조망, 주능선을 따라 문장대까지 한눈에......

이후 사방으로의 대단한 조망을 즐기며 거대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속리산 주릉을 따라 간간히 산객들도 조우하며 석문,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청법대와 다시 이상한 날벌레 떼를 만난 문수봉을 지나 오후 1 시 반경 그동안 보은의 법주사 쪽에서 서너 차례 올랐으나 수많은 사람들로 붐벼 제대로 감상할 겨를도 없었던 그러나 오늘은 혼자서 독차지할 정도로 한가한 문장대에 도착하였다.

 

주능선을 따라 문장대까지

 

문장대 정상에 한참을 홀로 머물며 주변의 장대한 산들의 위치와 방향 그리고 모양들로 그 이름들을 추측해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2시경 장암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여 어제의 사랑산 용추폭포 그리고 오늘의 장각폭포 위용에 비하여 초라한 모습의 오송 폭포와 견훤산성 입구를 지나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장암리 마을의 도로변에 도착함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문장대에서 장암리까지의 하산

 

문장대 정상에서

헌데 이곳에서 약 4 키로 거리의 상오리까지의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인데 이곳에는 택시를 부를 데도 없고 또한 아직 걸을 여력은 있으나 많은 차량들이 빠르게 달리는 위험한 편도 2 차선의 국도 변을 걷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조금 지루하지만 시원한 그늘 아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5시까지 기다려 버스를 타고 상오리에 내려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평일이라서 전세 내다시피 한 한적한 야영장에서 늘 그러하듯 천국 같은 느낌의 샤워를 하고 텐트에 플라이를 설치하고 저녁에는 돼지고기 가브리살을 주메뉴로 실로 1주일 만에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한 후 어제보다 더욱 짙은 노을을 감상하며 꿈같은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잠을 청하였다.

 

야영장에서의 둘째날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