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0(월) 비교적 무난한 봄 날씨
이번주 초 삼일간은 고향 부근이자 전국 진달래(참꽃) 명산 중의 하나인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비슬산과 주변의 산들을 야영하면서 둘러보기로 계획하고 약 열흘 전에 숙소로 창녕의 화왕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예약해 두고 기대하면서 기다려 왔으나 지난주 금요일인 4.7일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로 인하여 한참 개화 중이던 꽃들이 얼어 버렸고 거기에 더해 화요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있으나 세상사 모든 것이 변한다는 그리고 특히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른 시각인 새벽 4시경 일어나 서울을 떠났다.
그리고 비슬산 꽃들이 조금이라도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하여 오늘은 실로 오랜만인 이십 수년만에 부근의 가야산 정상을 등산하기로 하고 들머리인 경북 성주군 수륜면의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향하다가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선산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목적지에 도착하고 단단히 준비를 하여 탐방로에 들어섰다.
사실 이삼년전에 이곳에서 만물상을 경유하여 정상은 아니지만 서성재까지 다녀온 적이 있어 이번에는 이른 아침의 한적함을 즐기며 용기골을 따라 봄내음을 맡으며 산성터와 암자터를 지나 서성재를 향하는데 생각지도 못하였던 봄꽃인 얼레지가 탐방로를 따라 만개하고 있어 작은 즐거움과 더불어 그 어여쁜 모습과 생명력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10시경 서성재에 다달아 잠시 휴식 후 해발이 천 미터를 넘어서인지 아직 겨울 분위기인 탐방로를 따라 험하게 보이는 시커먼 바위들로 이루어진 정상부를 향하여 고도를 높이니 봄날 특유의 뿌연 시야지만 서서히 주변의 조망이 트이면서 대구 쪽으로는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비슬산쪽이 남으로는 오도산 줄기가 남서로는 거창의 우두산과 비계산 일대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멋진 모습이어서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성주 쪽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있는 해발 1433 미터의 칠불봉에 올라 북동쪽의 비닐하우스로 가득한 성주 쪽을 조망 후 지척의 서쪽에 위치한 합천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는 해발 1430미터의 상왕봉에 올랐다.
상왕봉에 오르니 멀리 북서쪽으로는 김천의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게 펼치지고 있었는데 그곳에 잠시 앉아 간식으로 요기를 하며 과거 1970년대 후반 푸르디 푸른 청춘의 시절 친구들과 그 능선을 야영하면서 종주하던 기억도 떠올라 상념에 잠기기도 하였다.
이후 해인사쪽으로 일사천리로 하산을 하다가 중간에서 천수백 년의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아직 의연히 서있는 석조여래입상 앞에서 잠시 머물기도 하는 등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내쳐 걸어 오후 1시 반경 고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기에 삼보 사찰 중 법보 사찰로 유명한 海印寺에 다달았고 의외로 상당한 탐방객들이 있어 나도 그들과 같이 실로 오랜만에 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입구 쪽을 향하였다.
입구 근처에서는 성철 스님의 현대적인 디자인의 사리탑도 잠깐 들린 후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중의 하나인 홍류동 계곡을 따라 하류로 합천군 가야면 소재지의 대장경 테마파크까지 조성된 "가야산 소리길" 트레킹을 위하여 계곡에 들어섰다.
그리고 과거 상당히 자주 왔었던 이곳 해인사에서 올 때마다 늘 차량으로 움직여 궁금하였던 홍류동 계곡길을 따라 하류로 향하는데 경치 자체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엄청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중간쯤의 고운 최치원 선생의 둔세지라고 알려진 농산정(籠山亭) 부근에서는 고운 선생의 둔세시와 후인들의 차음시를 위시하여 수많은 각서들이 주위의 바위에 새겨져 있었으나 무지로 인하여 다 알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통일신라 말기에 무너져 가던 신라의 부흥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관직에서 내려와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다 이곳에서 생애를 마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또한 당대뿐만이 아니라 후대에서도 유불선의 조종으로 추앙받는 고운 선생의 자취를 아련한 마음으로 떠나 봄이 무르익어 가는 산하를 보며 걸음을 재촉하여 오후 4시 반경 가야면 소재지의 대장경 테마파크 부근 야천 삼거리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백운동까지는 도계가 바뀌기에 버스는 없어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던 택시를 연락하여 12000원에 주차해둔 곳으로 가서 차량을 회수하고 달성군 현풍읍의 마트에 들러 필요한 부식을 사서 숙소인 창녕의 화왕산 서쪽 자락 깊숙이 자리한 자연휴양림 야영장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하여 아무도 없는 야영장을 독차지하여 서둘러 텐트를 피치하고 시원한 샤워 후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반주를 곁들여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 낭송을 반복 들으며 한마리 고양이를 친구 삼아 저녁을 하는데 결국은 기분도 술도 과하게 되어 쓰러지듯이 잠에 들었고 새벽녁에 잠에서 깨니 그때까지도 박인희 씨의 고운 목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 > 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달성군) 비슬산 (0) | 2023.04.15 |
---|---|
창녕 화왕산 (0) | 2023.04.14 |
낙화(落花) (0) | 2023.04.07 |
봄날의 낙산공원 (0) | 2023.04.07 |
인천 대공원 산책 (0) | 202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