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3년

대구(달성군) 비슬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3. 4. 15. 16:42

2023.4.12(수) 황사로 인한 최악의 공기질

어제저녁에는 8시도 채 되기 전에 일찍 잠에 들어 비교적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일기예보 대로 뿌옇게 황사가 끼여있고 날씨 앱으로 확인하니 아주 심한 수준이라 마스크가 필수인 상황이다.

어차피 오늘은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 어제 저녁에 남은 찌개와 밑반찬 등등으로 아침을 한 후 텐트를 철수하고 9시가 넘어선 시각 어차피 서울로 가려면 거칠 수 있는 동선이니 국도를 타고 일단은 대구 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의 비슬산 자연휴양림을 향하였다.

그리고 한번 들러나 보자고 들어간 자연휴양림 주차장쪽은 본격적인 참꽃 축제는 이번 주말인 15(토)~16(일)이고 거기에 더해 좋지 않은 날씨임에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로 가득하여 나도 그들의 열기에 부화뇌동되어 먼 길을 작정하고 왔으니 미세먼지속이지만 마스크를 끼고 대견사행 셔틀을 이용하여 잠깐 다녀나 오자고 생각한 후 주차하고 의외로 무료인 셔틀버스 대기줄에 섰는데 나의 순서는 31번째 차량으로 약 30여 분을 기다려 버스에 올라 다시 약 20여 분만에 대견사 입구에 다다랐다.

그리고 대견사를 지나 시계방향으로 대견봉과 참꽃 군락지를 거쳐 나아가는데 예상대로 일찍 개화한 많은 꽃들은 지난주의 꽃샘추위로 얼어버려 안타까웠으나 일부 그 이후에 개화한 꽃들은 그런대로 고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탐방객들과 어울려 군락지를 한 바퀴 도는데 멀리 좌측으로는 과거 오래전 대구에 살던 때 자주 올랐던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이 미세먼지 속에서도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어 갑자기 그리움에 혹은 호승심에 계획을 수정하여 천왕봉을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재촉하였다.

그리고 군락지를 벗어나 능선을 따라 약 1시간 반에 걸쳐 중간에 컵라면도 하나 먹으며 천왕봉을 다녀왔는데 이십 수년만에 오른 정상에서는 바위 절벽의 가장자리에 앉아 아련한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 한참을 머물렀는데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세월을 생각하니 약간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엄청나게 좋지 않은 시야로 인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천왕봉에서 일사천리로 대견사의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돌아와 56번 버스표를 받아 들었는데 다행히도 혼자라서 50번 버스쯤에 한자리가 비어서 조금 일찍 내려와 나름 좋았던 이박 삼일간의 기억들을 간직한 채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집을 향하였다. 

휴양림 주차장의 셔틀버스 대기장소에서
대견사 셔틀버스 정거장에서 천왕봉까지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