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6(목) 다시 겨울로 간듯한 날씨
어제는 오랜 봄 가뭄을 해갈시켜주는 상당한 양의 봄비가 내려 그동안 가뭄에 시달리던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고 따라서 전국적인 동시 다발로 기승을 부리던 대형 산불도 잠재우는 등 오랜만에 기분좋은 소식이 있었던 하루였다.
하지만 비에 더하여 바람도 세게 불며 기온이 급강하 하여 봄꽃들에게는 치명적이라 일하러 집을 나서는데 곳곳에는 꽃잎들이 그 찬란한 추락을 보여주고 있어 이형기 시인과 조지훈 두 시인의 낙화란 시가 생각난 하루였다.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이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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