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2년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평화의 숲길)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2. 8. 27. 19:38

2022.7.27(수) 맑고 뜨거움

오늘도 역시나 날씨는 맑고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더위가 상당한 가운데 일찍 일어나 참치 김치찌개로 아침을 하고 사이트를 정리 후 미리 숲나들e에 신청해둔 양구군 해안면의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4개 구간 중 첫 번째인 평화의 숲길을 걷기 위하여 출발시간인 9시 20분에 맞춰 8시 반경 야영장을 떠났다.

그리고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처음 가는 곳인 지형적으로 특이한 분지형태라서 펀치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양구군 해안면의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안내센터를 가기 위하여 전방 지역답게 곳곳에 군부대들이 자리한 도로를 따라 도솔산 아래의 돌산령 터널을 통과하여 9시쯤 안내센터에 도착하니 나 외에도 전남 순천시 벌교에서 오신 선생님들 여섯 분이  있어 모두 일곱 명이 함께하게 되었다.

어차피 신청자들이 다 모였고 날씨도 뜨거워 조금 일찍 해설사님과 같이 출발한 트레일은 마을과 농지들 사이로 난 작은 길들과 낮은 숲 언덕을 지나며 이어져 출발한 지  약 한 시간 반경이 지난 시각 오늘의 트레일 중 가장 높은 해발 오백 대의 와우산 정상부의 전망대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곳 해안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해발 천 미터대의 산들이 거의 대부분 한국 전쟁 당시 대단한 격전지였고 지금도 북쪽의 산 능선을 따라서는 군사시설들이 쭉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아직도 우리가 휴전 상태 하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후 크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내려오다가 오래된 듯한 붉은색의 크게 숫자가 쓰인 커다란 철제 입간판을 마주하게 되었고 해설사님의 설명으로 그것이 바로 정전협정 당시의 군사분계선에서 2킬로 남쪽의 남방 한계선을 나타내는 표시로 유엔사에서 설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휴전 이후 남북 양측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관측과 경계의 필요성에 의해  조금씩 남측은 북쪽 고지대로 북측은 남쪽 고지대로 군사시설들을 설치하게 되면서 실제적으로는 비무장 지대의  폭이 4 킬로가 아니라 이 일대를 포함하여 많은 곳에서 수백 미터에 불과한 곳도 있게 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상태로 현재까지 온 상태이고 따라서 양측이 공히 휴전협정을 무시하고 있고 그에 따른 일촉즉발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분단의 현실을 다시 한번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우리의 엄숙한 운명을 보며 착잡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하여 이곳 해안의 특산인 시래기를 만들기 위한 무와 생각하지도 못한 도라지와 인삼 그리고 사과 등의 작물들로 가득한 밭들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교육용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벙커와 DMZ 철조망 지대도 지나며 진행하는 도중에 나를 제외한 단체 여섯 분이 본인들의 일정상 시간의 촉박함을 호소하여 마지막 부분은 조금 짧게 하여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서 가성비가 좋은 한식뷔페로 점심을 하고 안내센터로 돌아오니 출발한 지 약 4시간이 경과한 시각인 오후 1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으나 한번쯤은 걸을만한 길이라고 생각되었다.

이후 원래는 을지전망대나 제4 땅굴을 한번 가보려고 계획하였으나 우연히도 두 곳 모두 시설 보완 공사로 인하여 올 연말까지 관람이 안된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가는 길에는 돌산령을 터널이 아니라 구도로를 따라 넘어가며 해안분지의 전체적인 모습도 보고 또한 가능하다면 도로에서 멀지 않은 그 유명한 해병 신화의 탄생지인 도솔산이나 한번 올라가 보려고 돌산령 정상부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800 여미터 떨어진 도솔산은 커녕 도솔산 정상부의 오래된 전적비와는 따로 접근의 편리성을 위하여 새로 조성하였다고 들은 길에서 불과 일이백 미터 떨어진 새로운 도솔산 지구 전투 위령비로 올라가는 차량 도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바리케이드와 그곳에 붙어있는 "진입 금지구역이니 돌아가라. 계속 진입하면 적의 침투상황에 준하는 군사작전이 이루어지고 또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따르는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는 붉은 색깔의 무시무시한 경고 문구를 보며 40개월의  군 복무자인 나로서도 도솔산은 몰라도 길 옆의 전적비까지도 통제한다는 처사에 과잉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약간은 불편한 심기가 일었으나  굳이 꼭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또한 무슨 사정들이 있거니 생각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양구읍과 춘천을 거쳐 고속도로에 올라 집으로 향하였다.

야영장에서의 아침
DMZ 펀치볼 둘레길(평화의 숲길 코스) 걷기
돌산령 오르는 길에 보이는 해안 분지(일병 펀치볼)
도솔산 지구 전투위령비 입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