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26(화) 맑고 뜨거움
깊은 숲 속 정자 아래에서 잘 자고 일어나 오늘 하루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컵밥과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든든히 아침을 하고 오늘 떠난다는 어제저녁에 술 한잔을 같이 하였던 옆 데크 분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9시경 야영장을 떠났다.
오늘의 첫번째 계획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인 방산면 고방산리에 위치한 북쪽의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파로호로 유입되는 수입천에 있는 두타연 계곡 트레킹인데 이곳이 민통선 북쪽이라 미리 양구군 홈페이지에서 예약과 더불어 관람료(개인 6000원, 3000원은 양구사랑 상품권으로 환급해줌)까지 지불해야 방문할 수 있는 곳이며 수입천을 따라가는 이 길이 수도권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로서 과거에 많이 이용되었던 길이라고 하여 "금강산 가는 길"이라고 명명해 놓은 듯하였다.
9시 반경 민통선에 위치한 안내소에 도착하니 의외로 상당한 탐방객들이 있었고 역시나 안전과 환경에 대하여 까다로운 설명과 조치 후 예약 시간인 10시쯤 각자 개인 차량으로 민통선을 통과하여 더 깊숙히 북으로 수키로 가니 다시 주차장과 안내소 및 기념품 가게들이 있는 트레킹 시발점에 도착하였다.
사실 이곳은 2004년 첫 개방 이후 2020년 초 코비드-19 사태 이후 폐쇄 되었다가 올해인 2022년 4월부터 다시 개방되었다는데 개방 초기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트레킹이 허용되다가 지난 6월에 상류 쪽에서 지뢰가 발견되며 현재는 기존에 있던 3개의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짧고 기본적인 1 코스만 운영되고 있고 또한 해설사와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하여 내심 조금 더 깊숙한 곳을 가보고 싶었던 입장에서는 모두들 아쉬워하는 표정들이 역력하였다.
하여튼 친절한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시계방향으로 트레킹을 시작하였는데 제일 먼저 "양구 전투 위령비"에서는 한국전쟁 기간동안 이부근에서 벌어진 "피의 능선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등등 그야말로 말만 들어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듯한 동족상잔의 전쟁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는 곳인데 늘 얘기로만 듣다가 직접 현장에 와보니 그 가슴 아픔이 더 실감이 났고 또한 부근 조각공원에 서있는 이곳의 아픔을 노래한 양성우 시인의 시비에 새겨진 시구들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하였다.
두타연 숲길에서 양성우
오늘 하루 모처럼 세상의 소리에 두 귀를 막고
두타연 깊은 골짜기에 들어와 숲길을 거닐다
긴 풀잎 끝에 맺힌 이슬 방울들의 유리알 같고
사람의 손길을 안 탄 산꽃 잎들이 싱그럽다
누가 새들만 날아서 남과 북을 오간다고 말하는가
금강산 가는 옛 길목" 하야교 삼거리"에서는
윗녘 물줄기와 아랫녘 물줄기가 소리치며 흘러와
하나로 합쳐지느니
혹시나 하여 조심히 딛는 발자국소리에도
어디에선가 흙무더기 솟구치며 터져오를 것만 같은
검푸른 산빛 속에 촘촘이 묻힌 지뢰밭
그 속에서 이끼 묻은 쪽동백 고로쇠 물박달
돌배나무들이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머루 다래 칡넝쿨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니
이미 시간을 뛰어 넘어 산비처럼 숲을 적시고
가슴을 적시는 남 모를 슬픔이여
여기와서 내 안에 이는 새삼 그런 바램이 있다면
피 어린 저 신등성이들 깍아지른 벼랑 위에
점으로 두른 철조망 다 거두어서 구부려 만든
붉고 노란 큰 꽃송이들을
역력히 바라보는 것일 뿐이다.
이후 트레일은 아쉽게도 더 상류로 나아가지 못하고 조각공원과 두타사 옛터를 지나 수입천변으로 접근하였으나 최근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하여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이 또한 안전상의 이유로 통제되고 있어 하천을 건너 환상으로 트레일이 연결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이곳의 최고 경관인 두타연을 거쳐 하류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약 1시간에 거리는 약 2 키로 정도로 전체적으로 조금은 실망스러웠으나 이런저런 사정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트레킹 후 음료수와 준비해간 빵 종류로 점심 요기를 하고 두 번째 목적지인 양구읍의 약간 북쪽에 위치한 파로호 상류의 습지에 조성한 한반도 섬을 향하였다.
아마도 통일된 한반도를 염원하며 조성해둔 것으로 짐작되고 또한 양구 소한민국이라는 재미난 작명까지 해둔 한반도섬을 약 30 여분에 걸쳐 뜨거운 햇빛 아래 나도 역시 통일을 기원하며 남쪽 제주도에서 북쪽 백두산까지 한 바퀴 돈 후 세 번째 목적지인 박수근 미술관을 향하였다.
상당히 큰 부지에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인 박수근 화가의 명성에 걸맞게 전시관 뿐만 아니라 묘소와 어린이 미술관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화가 및 미술과 관련된 복합 시설을 다 둘러보기에는 날씨도 너무 뜨거워 전시관만 둘러보았는데 전시관 부근에는 박수근 화가의 대표작인 빨래터를 재현해 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이후엔 두군데의 입장료에서 환급받는 양구사랑 상품권을 이용하여 읍내의 마트에서 시원한 맥주와 먹을 것을 구입 후 야영장으로 돌아와 쉬다가 저녁에는 적막강산의 느낌을 즐기며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자연의 소리들을 벗 삼아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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