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1년

산청(山淸) 삼매(三梅)와 하동(河東) 금오산(金鰲山)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1. 3. 1. 18:13

2021.2.27(토) 흐리고 강한 바람

주말을 이용하여 1박 2일로 봄이 오는 길목인 남쪽 산청과 하동을 여행하며 기회가 되면 지난 늦가을에 중단한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걷고자 계획하고 오전에 서울 집에서 온 와이프를 만나 숙소 부근의 칼국수 집에서 이른 점심을 한 후 고속도로에 올라 일단 산청으로 향하였다.

지리산의 동쪽 지역을 이루는 경남 산청군에 산청 삼매라 불리는 수령이 엄청나게 오래되고 각각의 나무들이 나름 의미를 가진 유명한 매화나무 세그루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 오래이고 또한 이지역을 지금까지 나름 적지 않은 횟수 드나들었지만 時節 因緣이 닿지 못하여 그 매화를 직접 보지 못하고 그 매화 향기를 직접 느끼지 못하여 아쉬워 하던 차에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감은 있지만 마침내 이렇게 가게 되어 약간은 감정적으로 상기가 되었으나 날씨가 좋지 못하여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사실 매화는 꽃 자체의 화려함이나 아름다움 보다는 옛 시절부터 사군자(四君子)와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일컬어 질 만큼 고고함과 강인함등의 그 인문학적인 의미가 남다르기에 세월이 변하여 가치관이 많이 변해버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첫번째 목적지인 한국 제일의 전통마을이라는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상당한 숫자의 탐방객들이 있었다.

우리도 아름다운 마을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천천히 들러보는데 오늘의 주 목적인 원정매(元正梅)라 불리는 수령 7백여년이나 된 홍매는 아쉽게도 원줄기는 거의 고사하여 작은 곁가지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아직 시기적으로 이른지 아주 미미한 수준의 개화를 보여 많이 아쉬웠으나 이제는 그런것에 연연해 하지 않기로 하였기에 길 건너편의 정자에 올라 아름다운 마을을 전체적으로 조망 한 후 다음 목적지인 정당매(政堂梅)가 있는 멀지 않은 같은 단성면 운리의 단속사지를 향하였다.

단속사지의 과거 금당터?에 자리한 정당매는 백매로 수령이 약 640년 정도 되었고 역시나 그 세월만큼 많은 얘기들을 간직하고 있었으며 원줄기는 완전히 고사하여 산청군에서 고사전에 접붙이기?로 바로 옆에 키운 후계목에서 꽃이 피고 있었는데  정당매 역시 아직 낮은 개화율을 보이고 있었으나 그 향기만은 대단하였다.

다음으로 찾아간 시천면 사리의 남명매(南冥梅)는 이름 그대로 약 460여 년전 남명 조식 선생이 거처인 지리산 천왕봉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산천제(山天齊) 앞뜰에 심은 매화나무로 삼매중 가장 수령이 어리나 이 또한 500 여년이 되어가니 원줄기는 거의 속이 텅텅비어 가고 있어 이물질?로 보강해 둔 상태임에도 아직도 많은 꽃들을 피우고 있었으며 앞의 두그루에 비교하여 개화가 상당히 많이 되어 있었고 또한 짙은 매화 향기를 따라 수많은 벌들이 날고 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산청 삼매의 대략적인 위치
남사예담촌 안내도
원정매
남사예담촌의 이모저모
단속사지의 정당매
남명매

 

시기적으로 조금 일러 완벽한 삼매 감상은 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모든것이 일체유심조이니 나름 만족스런 느낌으로 산청을 떠나 오늘의 예약해둔 숙소가 있는 하동 금오산(金鰲山, 해발 849 미터)의 동쪽 기슭인 하동군 진교면쪽을 향하는 길에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한 대하소설 "지리산"의 작가인 那林 이병주 선생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그의 출생지인 하동군 북천면의 이명산 자락에 있어 늦은 시간임에도 잠깐 들렀는데 젊은 시절 밤새워 지리산을 탐독하던 한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병주 문학관에서

 

이병주 문학관을 나와 다음으로 계획한 차량으로 금오산 정상에 올라 일몰을 보기 위하여 초행길이기에 네비게이션을 이용하여 공군부대와 짚라인의 정거장이 위치한 금오산(일명 소오산) 정상에 내리니 흐린 날씨에 더해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체감 추위가 굉장하였다.

하지만 짙은 구름에도 불구하고 최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일몰을 볼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며 먼길을 왔으니 한겨울같은 추위와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며 서쪽으로는 섬진강 하구와 광양만을 비추는 아쉽지만 아름다운 일몰을 그리고 남동쪽으로는 노량을 건너 지척으로 보이는 남해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섬들과 북으로는 지리산의 주능선을  조망한 후 저녁 식사를 위하여 진교면 소재지를 향하였다.

헌데 한가지 하동군이 군의 발전과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성의 확대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금오산 정상에 기존의 짚라인에 더해 케이블카 설치 공사까지 하고 있고 또한 최근에는

악양면 형제봉에 산악열차 건설의 구상까지 하고 있는 바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나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과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리라고 생각되었다.

 

하동 금오산 정상에서....

 

난생 처음인 진교면에서 공설시장 부근의 숙소 주인장이 소개해 준 횟집을 찾아가니 손님들로 이미 만원이라 아쉽지만 다른 집을 찾아 시장 주변을 둘러보다가 "회뜰날" 이라는 상호의 횟집을 찾아 들었는데 의외로 가성비 라든지 맛 그리고 격식에서도 대단히 훌륭하여 와이프와 둘이서 흡족하게 생각하며 소주를 곁들여 기분좋은 저녁을 하고 와이프가 운전을 하여 멀지 않은 숙소를 향하였다.

 

정감어린 진교면 소재지
반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