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한 차례 완료)

지리산둘레길 8코스(운리~덕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10. 10. 17:58

2020.10.1(목) 추석날 맑음
그저께부터 2박3일간의 연속근무를 마치고 오늘 점심 무렵 숙소로 돌아오니 너무 피곤하여 잠을 청하였는데 실로 오랜만에 무려 3시간이나 내쳐 자게되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 어스름이 되었으나 컨디션은 상당히 회복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계획한 2박3일간의 지리산 주변 여행을 함께 하려고 서울 집에서 내려온 와이프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러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문을 열고 있는 횟집을 발견하여 뜨끈하고 얼큰한 생우럭탕으로 저녁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일찍 출발해야기에 대충 미리 준비를 해두고 잠을 청하였다.

 

2020.10.2(금) 맑음 그러나 늦은 오후부터 흐림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여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숙소를 나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오늘의 일차 목적지인 운리 마을을 향하다가 아침 식사를 위하여 함양 휴게소를 들렸는데 코로나 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모든 식당의 테이블을 이용 금지하여 하는 수 없이 도시락을 테이크 아웃하여 주차장 한켠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 후 다시 차량에 올랐다.
그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고 이미 몇차례 와본 곳이라 낮설지 않는 느낌으로 산청읍과 경호강 그리고 웅석봉 자락을 지나 9시경 운리마을의 널찍한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곳을 마지막으로 온것이 이미 한달여가 훌쩍 지난 8.30(일)일 이라 주변은 노랗게 익어가는 감들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과 황금색으로 변한 논들로 인하여 완연한 가을로 변하여 있었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신발끈을 동여맨 후 거리 약 14키로에 예상 소요시간 5시간 반의 지리산 둘레길 8코스를 걷기 위하여 전형적인 우리나라 시골의 가을 풍경속으로 들어섰다.
코스모스와 들국화류의 가을꽃이 피어있는 정겨운 논길과 마을길을 지나 백운산 자락의 임도길에 들어선 후 참나무로 우거진 능선을 넘어 남명 조식 선생의 흔적이 묻어 있는 백운계곡 상류부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웅석봉에서 남으로 뻗어내린 또 다른 능선을 서쪽으로 넘어 마근담 계곡으로 들어서니 시간은 어느덧 정오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곳 마근담 계곡은 전체가 이지역의 특산물인 곳감을 생산하기 위한 감나무들로 덮혀 있었는데 일손 부족인지 나무 아래는 물론이고 시멘트 포장의 길위에도 익어서 혹은 어떤 다른 이유로 든지 떨어진 감들이 터져 썩어가고 있어 한편으로는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감나무 농장들과 팬션들로 가득한 약 5 키로 이상의 마근담 계곡을 걸어 내려와 산청군 시천면의 면 소재지이자 오늘의 목적지인 덕산(德山)마을로 들어서니 바로 이곳의 자랑인 남명 조식 선생의 흔적들이 서려있는 산천재(山天齋)와 기념관 등등이 나타나는데 과거 오래전 한두번쯤 와본 기억은 있지만 그동안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구름이 걸려있어 비록 천왕봉 꼭대기가 시원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 혼자서 산천재란 이름의 유래를 짐작해 볼 뿐이고 또한 덕산(德山)이란 마을 이름과 더불어 마을 앞을 흐르는 강 또한 덕천강(德川江)이고 조식 선생을 모신 서원의 이름 또한 덕천서원(德川書院)이니 우리의 옛 선현들이 동양 사상의 중요한 덕목중의 하나인 덕(德)을 얼마나 숭상하고 갈구하였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단 생각도 들었다.
또한 공교롭게도 내가 태어난 마을 이름도 덕천이란 사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묻어나기도 하였다.
기념관이나 선비문화연구원등의 큰 시설물들은 코로나 19로 인하여 당연히 휴관중이라 유적지에서 지척인 덕산 버스정류장에서 8코스는 끝나고 시간을 확인하니 출발한지 약 4시간 반 정도가 걸린 오후 1시 반이어서 내심 9코스를 내쳐 걸을까 하여 와이프와 상의해 본 결과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버스정류장과 같이 있는 택시 사무실에서 15,000원의 요금으로 출발지인 운리마을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량을 회수 후 오늘부터 이틀 동안 우리의 숙소가 되어줄 국립공원 공단운영의 중산리 야영장을 향하였다.
중산리 야영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비교적 시간이 넉넉하여 텐트를 설치하고 느긋이 휴식타가 저녁에는 가을이 물들어가는 지리산록에서 반주를 곁들여 숯불까지 피워가며 모든 시름을 잊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었는데 특히 내 술잔에 여치 한마리가 날아와 더듬이와 머리를 술잔속에 넣고 술을 마시려는 동작?을 함과 더불어 손으로 쫒아내려고 하여도 겁도 없이 날아가지도 않는 등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날씨가 흐려지고 있어 약간은 내일이 걱정되기도 하였으나 편안히 생각키로 하였다.

 

운리마을에서 백운계곡 상부를 거쳐 마근담계곡을 내려와 시천면 소재지인 덕산까지

 

 

덕산의 조식선생 유적지와 멀리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그리고 덕천강가와 버스 시간표

 

중산리 야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