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14(금)흐림
그동안 줄기차게 내리던 장마비가 대전 이남 지역으로는 오늘자로 끝나고 폭염이 시작될 거라는 예보가 있는 상황에서 운좋게도 금요일인 오늘 하루지만 지리산 덕동 자동차 야영장의 마지막 남은 한자리를 예약할 수 있어 어제 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일찍 퇴근하여 서울에서 오는 와이프를 만나 시원한 물회 한그릇으로 점심을 하고 작년 가을 이후 실로 오랜만에 지리산쪽으로 향하였다.
대전통영과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인월에 도착 후 하나로 마트에서 지리산 흑돼지 목살 약간과 술 과일 등등의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뱀사골을 경유하여 덕동 자동차 야영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나에게는 처음인 이곳 덕동 자동차 야영장은 전기와 샤워장 시설이 없어 사람들에게 크게 인기가 없지만 한여름의 최고 성수기인 지금은 당연히 그런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하였으나 다행히 한 사이트씩 비워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곳 야영장에서도 적용되어 조금은 덜 답답해 보였다.
그리고 지리산 계곡인 이곳의 날씨는 마지막 장마전선에 따른 구름이 잔뜩 끼여있고 바람이 불어 나의 예약 사이트가 그늘이 전혀 없는 야영장 중간의 37번 사이트임에도 크게 땀 흘리지 않고 텐트를 설치하였는데 어차피 오늘 하루뿐이기에 타프는 생략하고 가능하면 간단히 설치하였다.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바로 옆의 계곡에서 발에 물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에는 간단히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하고 내일을 위하여 잠을 청하였다.
2020.8.15(토) 맑고 뜨거움
아침에 일어나니 예보대로 어제의 짙은 구름은 사라지고 하늘은 아주 맑고 따라서 낮에는 더위가 대단할 것 같아 비비고의 인스턴트 죽으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서둘러 텐트를 정리 후 작년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 5코스"를 걷기 위하여 동강마을을 향하였다.
작년 가을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을 끼고 지리산 계곡를 달려 동강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직전의 도로변에 위치한 원기마을에 차량을 주차 후 특히 물을 비롯하여 단단히 준비하여 출발을 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10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약 12키로 정도인 5코스는 지역적으로 함양군에서 산청군으로 넘어가는 곳으로 한국전쟁의 역사적인 아픔이 서려있고 계곡과 지리산의 지능선을 오르내리는 아름다운 코스로 알려져 있으나 날씨가 너무 뜨거워 처음 약 2.5키로의 도로구간이 가장 힘들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열기로 인하여 힘들었던 도로구간이 끝나고 지난 장마로 인하여 상당한 수량의 물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에 들어서니 조금 살만하여 11시 반경 상사폭포라는 사랑과 관련된 슬픈 전설을 간직한 폭포 부근의 계곡에서 족욕도 하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계곡을 따라 걸음을 재촉하여 능선쪽으로 다가서니 갑자기 산양삼을 재배하는 큰 농장이 나타나며 길도 임도길로 변하였다.
임도길을 따라 쌍재를 지나니 길은 다시 산청의 왕산과 지리산을 잇는 능선으로 연결되고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고동재를 향하는데 좌측으로는 왕산과 필봉산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수철마을과 경호강을 끼고있는 산청읍이 지척으로 내려다 보이고 우측 아래로는 처음 시작하였던 방곡마을쪽이 그리고 멀리 정면쪽으로는 웅석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포함한 정상부까지 보이는 멋진 조망을 보여 주었다.
이후 임도길이 통과하는 고동재를 거쳐 임도를 따라 쉬엄쉬엄 수철마을까지의 3.6키로 거리를 내려오니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마침 3:40분에 산청읍으로 나가는 버스가 있길래 그 사이에 세수도 하고 마을회관 앞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쉬면서 인심 좋은 동네 할머니들로 부터 아이스바를 얻어 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와이프와 의논해 본 결과 원래는 이부근 어디쯤에서 민박집을 구하여 하루 쉬고 내일 내쳐서 6코스를 걸을려고 하였으나 내일도 날씨가 100% 폭염 수준으로 무덥다고 예보가 있어 포기하고 대전으로 가서 쉬기로 결정한 후 제시간에 딱 맞춰 온 버스를 타고 십여분 만에 산청 버스터미날로 나가 부근의 문을 연 식당에서 생애 최악의 8000원짜리 냉면으로 속을 약간 채운 후 대중교통 연결이 어려운 이유로 2만원을 지불하고 택시를 이용하여 차량을 주차해둔 원기마을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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