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0년

2020 추석(秋夕) 귀성(歸省)(2)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9. 22. 22:32

2020.9.20(일) 역시나 좋은 가을 날씨

어제 본가에 와서 밤에 쉬이 잠들지 못할까 두려워 소주 한병을 먹고 잠에 들었으나 한밤중에 직장에서 온 전화로 잠을 설쳐 아침 7시경 일어나니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나 날씨가 너무나 좋아 계획한 대로 어머니와 단 둘이 고향인 청송을 다녀오기로 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 후 8시경 집을 나섰다.

네비가 가리키는 대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려 포은 정몽주의 고향인 영천 임고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영천댐을 거의 반바퀴나 돌며 포항시 죽장면을 지나 청송으로 가는데 거리는 짧을지 모르지만 워낙에 꼬불꼬불하고 산길이라 운전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따라서 시간은 거의 두시간이나 걸리는 것 같았다.

10시경에 비록 아주 오래전인 국민학교 1학년 때인 1964년도 봄에 떠났지만 자주들렸기에 비교적 선명한 기억들이 남아있는 청송읍 시가지에 도착하였는데 사실 이번 청송행은 친가쪽으로는 매년 11월 둘째주에 시제가 있어 조상님들의 산소들을 둘러보고 있지만 외가쪽으로는 그러지 못하였고 또한 이제 연로하고 몸이 불편하여 먼길 나들이가 힘든 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어쩌면 마지막으로 친정쪽 부모님과 먼저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들 산소라도 가봤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 결정한 것이었다.

다행히 찾아봐야 할 산소들이 읍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몇군데 산소를 들러보고 나니 마침 점심 시간이 되었고 따라서 당연히 점심으로는 역시나 많은 기억들이 쌓여있는 약수탕으로 가서 굳이 아는 식당을 찾지 않고 주차가 편한 적당한 식당에서 닭백숙을 시켜 먹었는데 음식이 정갈하고 재료들도 신선한 것이 훌륭한 선택이 되었다.

이후에는 올 때의 기억과 도로가 붐빌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당진영덕간 그리고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일사천리로 대구를 향하였는데 어머니는 여러가지 상념들이 떠오르는지 돌아오는 동안 내내 주름진 얼굴이 상당히 상기된 표정이었는 바 그 느낌에 나에게도 전해져 오는 듯 하였고 동시에 생자필멸과 생노병사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이 한편으로는 서글퍼 지기도 하였다.

 

청송 약수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