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0년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9. 15. 17:39

2020.9.11(금) 흐리고 늦은 오후부터 밤새 비

오전 근무를 끝내고 서울에서 내려온 와이프를 대전역에서 만나 자주가는 물회집에서 가자미 물회로 점심을 한 후 지난주에 예약해 둔 충북 제천시 덕산면의 용하계곡 깊숙히 위치한 월악산 국립공원 "용하 자동차야영장'을 향하였다.

헌데 좋으리라 예상하였던 날씨가 어제부터 잔뜩 흐려지고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 비 예보가 있어 약간은 실망스럽지만 어치피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의 진리라 생각하고 증평과 괴산을 거치고 충주호의 남쪽을 지나 열심히 달려 오후 4시경 비가 쏟아지기 직전의 야영장에 도착하여 서둘러 텐트를 피치하였는데 다행히도 큰 비는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이곳은 약 30여년 전 어느해 여름 안내산악회를 따라 문경 동로쪽에서 백두대간상의 대미산을 지나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면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아련한 기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여 더욱 감회가 깊었으나 옛 기억은 너무 오래되어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이곳 용하구곡 계곡의 상황도 세월이 흐르며 당연히 많이 변하였기에 전혀 알아볼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였다.

저녁에는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음악삼아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하고 와이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는데 피곤하여서 인지 아침까지 내쳐 잠잘 수 있었고 7시 경 일어나니 아직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예보상으로는 정오경에는 비가 잦아든다고 하여 실로 오랜만에 찾은 월악산 영봉(해발 1097 미터) 등정을 기대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용하 야영장 C-54 구역과 바로앞을 흐르는 용하계곡

 

2020.9.12(토) 비온 후 낮부터는 흐림이 지속

9시경 느지막이 인스턴트 황태 해장국과 호박죽으로 아침을 한 후 상황을 지켜보는데 우린 토요일인 오늘을 예약할 수 없었고 따라서 떠나야 하나 내리는 비 때문에 망설이고 있자니 야속하게도 야영장에서는 다음 야영객을 위하여 정오까지 떠나라고 연신 큰소리로 방송을 하며 재촉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11시가 다가오며 비가 조금 잦아드는 틈에 재빨리 텐트를 정리하고 언제 다시 오겠냐며 날씨가 그렇게 좋지는 못하지만 월악산 영봉을 등정키로 하고 가장 거리가 짧은 코스의 들날머리이자 야영장에서 지척인 신륵사를 향하였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신륵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약간의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서도 더 이상의 큰 비는 없다는 예보를 믿고 한적한 트레일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다시 원점 회귀할 때까지 5시간여 동안 오히려 비가 와서 그렇게 붐비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신륵사 삼거리를 거쳐 영봉 정상에 올랐는데 역시나 우리나라 중원 지방을 대표하는 산 답게 충주시내가 보일 정도로 정상에서의 조망은 대단하였으며 지난 화요일 다녀온 계룡 향적산(일명 국사봉)과 마찬가지로 이곳 영봉도 국사봉(國師峰)이란 별칭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 중턱에는 옛부터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는 국사당(國師堂)이란 작은 건물도 있어 영봉이란 범상치 않은 이름과 더불어 비록 후대에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특별한 뜻을 부여하였다 할지라도 무언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었던 산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오후 4시가 약간 지난 시각 신륵사로 원점 회귀하고 이후 충주호 남쪽의 월악나루를 들려 잠깐 구경한 후 주변의 식당들도 코로나 19 사태로 모두 썰렁한 상태라 괴산인터체인지를 통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일사천리로 약 한달여 만에 서울 집을 향하였다.

 

신륵사를 들날머리로 한 약 5시간의 영봉 산행

 

 

월악나루와 충주호반에서의 월악산 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