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0년

계룡 향적산(香積山)에서 논산 황산성(黃山城)까지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9. 9. 20:07

2020.9.8(화) 흐리나 간간히 햇살

지난 주말 근무로 인하여 월요일 오후부터 화요일까지 대체 휴일이 생겼으나 어제는 제 10호 태풍 하이선(海神)이 한반도를 통과하기에 전국이 초 비상 상태라서 꼼짝없이 숙소에 갖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밖과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흐리기는 하지만 이곳 충남은 태풍의 진로에서 먼곳이라서 인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라 가까운 계룡시에서 향적산(국사봉)을 올랐다가 남으로 능선을 타고 논산 연산면의 계백장군의 얼이 서린 황산성까지 가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대전 남부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40여 키로가 채 못되는 거리를 달려 산행 기점인 계룡시 엄사면의 무상사(無常寺)에 도착하니 10시 가까이 되었고 나중의 차량 회수를 위하여 버스 시간표를 확인 후 평일이라 한적하고 큰 비가 내려서 인지 더욱 싱그러운 숲기운을 느끼며 이정표상 약 1.6 키로로 적힌 향적산 정상을 향하였다.

사실 향적산은 현재는 계룡시와 논산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고 하나 1989년 계룡대가 들어서고 2003년 계룡시가 새로 생기기 전에는 논산시의 일부 였고 또한 이곳은 일명 국사봉으로도 불리우며 그 기슭인 신도안에 조선 태조가 개국시 도읍으로 생각하여 궁궐 축조를 시도하기도 하였던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본거지로써 나름 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는 계룡시의 대대적인 무허가 건물 정리작업으로 거의 사라지고 산속엔  몇개의 쓰러져 가는 초라한 집들만이 보이고 있었다.

 

무상사에서 정상을 향하는 길 곳곳에는 옛 흔적들이....

약 한시간의 오르막 끝에 정상에 서니 이번이 두번째인 만큼 무속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채로운 정상 분위기가 낮설지 않고 반갑게 느껴지나 날씨가 흐려 북으로 계룡산쪽과 동으로 계룡 시가지 넘어 대전까지 그리고 남으로 오늘 가야할 황산성쪽과 서쪽으로는 다음에 목표로 하고 있는 논산의 작은 명산 노성산이 시원하게 조망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정상에서

 

북쪽의 계룡산과 계룡대 방면

 

동으로 계룡시가지 방면

 

남으로 논산시 연산면의 황산성과 황산벌 방면

 

서쪽의 빤히 내려다 보이는 노성산, 어느 맑은 날 기막힌 계룡산 조망을 위하여 계획하고 있는 산.

 

아무도 찾지 않는 한적함을 즐기며 약 30 여분 정상에 머문 후 신발끈을 다시 묶고 이정표 상으로 8.2 키로 떨어진 황산성을 향하여 남으로 능선을 따라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였는데 트레일 자체는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어렵지 않은 코스였으나 약 30여분 지난 뒤부터는 꽉 들어찬 참나무를 주축으로 하는 나무들 때문에 사방으로 조망이 막혀 상당히 답답함을 느꼈는데 두번 다시는 오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향적산에서 황산성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미 시작한 발걸음 이니 중간중간 간식을 먹어가며 혼자 느긋이 휴식을 취하며 부지런히 발을 옮겨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3시 반경 황산성의 산 정상부쪽 경계에 들어서고 부근의 잘 만들어진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누워서 한참이나 휴식을 취하고 난 뒤 아직 발굴이 다 안되어서 인지 그렇게 크지 않은 성내를 지나 입구쪽의 주차장에 내려설 수 있었고 이후에는 한적하고 이쁜 시골 마을길을 거쳐 황산벌(黃山伐)의 무대였던 연산면 시가지로 들어설 수 있었다.

 

황산성에서
황산성에서 연산면 소재지를 내려다 보며 소재지의 연산아문까지

면 소재지에 불과 하지만 호남선 기차역도 있고 도로도 사방으로 잘 뚫린 나름 교통의 요지라서 인지 예상보다 규모가 상당하였고 걸어서 연산시장과 과거 관아의 문으로 사용되었다는 연산아문(連山衙門)을 둘러본 후에는 산에서 어느정도 요기는 하였지만 상당히 덥고 약간의 시장기가 있어 검색해 보니 약 1 킬로 정도 떨어진 연산삼거리 휴게소의 "천지봉 면옥" 식당의 물 막국수가 맛있다고 하여 마을을 잇는 소로를 따라 천지봉 면옥을 향하였다.

오후 5시 반 정도라는 어중간한 시간대 이여서인지 손님이 아무도 없어 걱정하였으나 다행히 사람들의 평과 같이 7000원이라는 가격대비로는 아주 훌륭하고 속까지 시원한 막국수로 배를 채운 후 마침 부근의 버스 정류장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 저녁 6시 20분경 논산에서 계룡까지 운행하는 논산 시내버스 303번과 계룡버스 300번을 환승하여 무상사에서 차량을 회수 후 기분 좋은 느낌으로 숙소를 향하였다.

 

대단히 맛 있었던 물막국수와 부근의 버스 정류장에서, 1번 국도변에서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여러가지 옛 생각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