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10(목) 맑음 그리고 우박과 눈,비등등 변덕스런 날씨
비록 도미토리 형식의 열악한 숙소였지만 그런대로 잘자고 아침에 일어나 모두들 모여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의 계획을 얘기하니 10여명의 함께 투숙하였던 여행객들 중 두명의 벨기에 아가씨들이 선뜻 함께 하기를 원하여 의기 투합한 후 식사를 포함한 숙소비로 20 유로를 지불하고 점심용으로 빵 몇개를 얻고 8시경 숙소를 나섰다.
숙소앞의 계곡을 건너 차량 도로로 나선 후 어제 오후에 걸었던 포장 도로를 따라 트레킹의 들머리로 향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이계곡의 유일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량이 친절하게도 트레킹의 들머리까지 태워다 주는 행운도 있었다.
그리고 들머리 부근의 입간판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몬테네그로와 코소보의 삼국 국경을 넘나들며 장기 야영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코스에 대한 안내도 있어 흥미가 일었으나 지금의 내 상황으로는 그림의 떡이라 큰 숙제만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다.
8시 반경 테쓰로 넘어가는 들머리에 도착하여 화창한 날씨속에 장대한 주변 풍광을 즐기며 비교적 뚜렷한 트레일을 따라 신발을 벗고 찬 개울을 건너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를 앞질러 가는 같은 방향의 한무리의 현지 청년들을 만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평지가 끝나고 산길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군데군데 지형적으로 많은 눈들이 쌓여있어 두차례 정도 잠깐 길을 잃기도 하였는데 이럴때 마다 맵스미가 많은 도움이 되었고 따라서 10시 반경 무사히 일차 목표였던 아직은 시즌이 아니라 문이 닫혀있는 "SIMONI CAFE & FOOD"라는 간이 산장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더욱 눈의 깊이와 경사가 심해지는 트레일을 희미하게 보이는 앞사람의 발자욱을 이정표 삼아 고도를 높이는데 내가 앞장서서 가벼운 트레킹화로 눈을 찍어 스텝을 만들면서 진행하다보니 발가락도 아프고 또한 벨기에 아가씨중 한명의 신발이 운동화이고 더구나 일부 구간에서는 상당한 추락의 위험도 있어 보이나 우리 모두 간이 아이젠도
없는 상태라 최대한 안전을 신경쓰며 신중하게 나아가려니 더욱 속도가 느려졌으나 주변의 풍광만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황홀하였다.
고개 직전의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급 경사면에서는 마침 반대쪽에서 두명의 트레커를 안내하여 넘어오던 현지 가이드가 줄곳 뒤처지던 한명의 벨기에 아가씨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어 마침내 오후 1시 반경 고개 마루에 설 수 있었다.
고개마루에서 세사람 모두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약간은 무리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무사히 고개를 오르게 된 것을 자축하며 간식도 하고 주변의 뷰 포인트도 오르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날씨가 돌변하여 우박이 내리기 시작하여 서둘러 반대쪽 테쓰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를 도와 주었던 가이드가 그사이에 자기의 손님을 발보나 계곡쪽으로 안내한 후 우리 일행을 따라잡아 그 스피드에 상당히 놀라기도 하였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서 테쓰쪽의 "ZEF DEDA GJELAJ"란 이름의 간이 산장 휴게소에 도착하니 마침 문도 열고 있고 또한 우리가 도움을 받았던 유쾌하고 선한 인상의 가이드도 거기에 있어 같이 차 한잔을 나누며 얘기해 본 결과 그는 데미안이란 이름의 프랑스인인데 원래는 학교 선생님을 하던 중 뜻한 바가 있어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오랜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다가 현재는 이곳 쉬코드라에 정착하여 살면서 가이드일과 여러가지 봉사활동을 겸하고 있다는데 또 다른 삶의 한 형태를 보는 것 같아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또한 이곳 간이 산장도 그저께부터 올 시즌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며 부부로 보이는 두사람이 열심히 이곳 저곳을 손보고 있었는데 온화한 인상에 수줍은 모습이어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내가 모두들에게 고마워서 차 값을 지불하고 일어서 출발하는데 데미안은 역시나 시원하고 유쾌한 성격 그대로 작별인사를 하고는 한달음에 내리막길을 뛰어 내려가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려 어리둥절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는 군데군데 급경사와 지난 겨울에 많은 눈으로 인해 거칠어진 트레일을 따라 테쓰 마을쪽으로 하산하는데 이미 길을 떠난지 10 여시간이 되어가면서 피곤이 몰려오고 있어 테쓰 마을의 중심부까지 가지 못하고 여섯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가까운 산밑에 아름답게 자리잡은 숙소의 삼인실에 식사 포함 일인 20 유로에 투숙하고 꿈같은 샤워 후 지친 몸을 뉠 수 있었다.
이후 푸짐한 저녁식사가 차려진 식당에서는 신혼여행지로 이곳 발칸반도를 한달째 여행 중이라는 오스트레리안 커플과 우리와 반대 방향의 트레킹을 위해 왔다는 젊은 독일 형제도 만나게 되어 유쾌한 식사 시간이 되었다.
트레킹 들머리에 세워진 흥분?을 일으키는 입간판들
진행방향의 모습과 뒤돌아 본 모습
본격적으로 산으로 들어가 첫 쉼터인 시모니 카페까지
악전고투끝에 무사히 고개 마루까지
테쓰쪽 하산길에서 중간 휴게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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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테쓰의 숙소까지
고개마루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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