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18년

눈속의 출근길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8. 2. 6. 16:42

2018.1.31(수) 맑음

어제 오후부터 일기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런 눈이 제법 내려 퇴근길이 약간은 힘들었지만 천지를 하얗게 뒤덮으며 내리는 눈이야 말로 진정한 겨울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 식사 후 밤늦는 시각 거실에서 창밖을 내어다 보니 눈이 그치고 사위가 하얗게 변해 있는 순간 충동적인 생각이

하나 떠올랐는데 그것은 내일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길을 북한산 기슭을 가로질러 수유리 부근에 위치한 직장까지 가 봐야 겠다는 것이었다.

하여 일찍 잠을 청하고 오늘은 주위가 깜깜한 새벽 6시가 못된 시간에 일어나 고맙게도 와이프가 챙겨준 따뜻한 찻물과 샌드위치 그리고 귤 몇개를 배낭에 넣은 후 헤드랜턴과 아이젠 그리고 스틱까지 챙겨 집을 나섰다.

우이선 경천절을 타고 북한산 보국문에 내려 아이젠과 스틱을 하고 헤드랜턴을 밝힌 후 정릉 유원지 입구의 북한산 둘레길에서 부터 걷기 시작하였는데 어제의 눈과 그동안의 강추위로 인해 군데군데에서는 길이 상당히 미끄러웠으나 아무도 밟지않은 어두운 눈길을 혼자서 걷는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

한참을 걸어 솔샘공원 부근의 "성북 생태체험관"쯤 오니 동쪽으로 날이 어렴풋이 밝아 오는데 아쉽게도 구름이 좀 끼여 있어 기대했던 대단한 일출은 어렵게 생각되었다.

하여 고도를 조금 높혀 보기로 하고 둘레길을 벗어나 칼바위 능선쪽으로 올라가는데 멀리 칼바위 능선상에는 몇개의 움직이는 불빛이 보이고 있어 아마도 새벽 등산을 하는 대단한 사람들로 추정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나아가니 트레일에는 몇개의 발자욱들이 있어 더욱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되었고 이어서 칼바위 통제소를 지나 조금 더 고도를 높이니 멀리 아차산 용마산 능선 위쪽으로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는데 날씨는 역시나 그다지 좋지 않았다.

중간에서 차와 샌드위치를 조금 먹으며 쉬다가 좀 더 나아가니 시야가 확트이며 막 깊은 밤에서 깨어나고 있는 거대도시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낮 시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칼바위 능선 중간쯤 올라가니 시간이 아침 8시를 넘어서고 있어 갈림길에서 우측길을 따라 냉골쪽으로 내려와 화계사를 거쳐 출근 시간에 늦지 않게 직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측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남산과 좌측의 롯데 월드

 

 

 

 

 

 

 

 

 

 

                                     눈덮힌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도봉산과 수락산

 

 

 

 

 

 

 

 

                               아침 운무사이로 희미한 실루엣의 롯데월드

 

 

 

 

 

 

 

 

 

 

 

 

                                                             눈덮힌 화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