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12(일) 맑음
지난 몇주는 설에 고향을 다녀오고 등등 사정이 여의치 못하였으나 이번주는 시간이 되기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서울둘레길 대모산 코스를 걷기로 하고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오니 부지런하게도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출발지에서 아이젠을 차는등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둘레길이라 가볍게 생각하여 별생각도 없었고 또한 약 10여일 이상 크게 눈도 내리지 않았기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초입의 트레일은 괜찮았으나 트레일이 산의 북쪽 사면을 가로지르고 있었기에 갈수록 눈으로 쌓여있고 거기에 더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녹고 얼기를 반복한 결과 거의 빙판으로 변해있어 상당히 고생하였고 따라서 계획과는 달리 중간에 내려올 수 밖에 없었는데 겨울산에 대하여 다시 한번 큰 교훈을 얻은 하루이기도 하였다.
그래도 약 3시간에 걸쳐 차갑고 맑은 공기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나니 지난 한주일 동안의 힘들었던 상황들이 조금은 희석되는 듯하였고 또한 늦은 점심으로 먹은 수제비 한그릇도 더욱 고맙게 느껴졌는데 다만 한가지 예상치 못하게
하산길로 잡은 구룡마을의 말많고 탈많은 사연들과 지난 연말에 개발이 확정되어 더욱 페허화된 마을넘어 지척에 우뚝 솟아있는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의 스카이라인이 씁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지 나만의 자격지심뿐이라는 허황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