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선이 이번 트레킹 루트의 개념도임. 처음에 올렸어야 하는데...
2008.10.29일(수), 맑음
아침에 일어나 길을 떠나기 전에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큰 초르텐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코라의 형식으로 한 바퀴 돌고 있는데 옆에서 갑자기 “익스큐즈 미”라는 유창한 영어 발음이 들려 돌아보니 젊은 티벳 여인이 자기 집 말이 아픈데 약을 좀 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조금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표정이 간절해 보이고 이 지역에서의 말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에 따라가 보니 말의 등쪽의 일부 척추뼈에서 고름이 섞인 삼출액이 흘러나오는 등 아마 작은 상처가 감염이 되어 깊어진 것 같아 사람 용량의 2배에 해당하는 항생제를 1주일 주면서 매일 깨끗하게 상처 소독을 하라고 조언해 주는 방법 외에는 별다르게 해줄 것이 없었다.
그 집을 떠나면서 영어를 어디에서 배웠느냐고 물어 보니 카투만두의 보다나트 사원안의 학교에서 배웠다는데 그 사원이 네팔에 살고 있는 티벳탄들에게는 모든 것의 구심점 역할을 넘어 정부의 역할까지 하는 것 같았다. 후일 살당(Saldang)에서도 똑똑하게 생긴 티벳 남자 아이가 자기는 공부를 잘해서 내년 봄에는 보다나트 경내에 있는 중학교에 뽑혀서 진학하게 되었다면서 아주 자랑스러워 하면서 기뻐하는 것도 보게 되었는데 이로 미루어 티벳인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정신력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와 연관되어 최근 중국의 티벳 문제를 대하는 태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결코 중국의 뜻처럼 그렇게 쉽게 될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또한 이 지역이 워낙 고립된 지역이고 가장 가까운 의료 시설이 두나이(이곳에서도 엑스레이 등의 검사가 가능한지는 사람마다 얘기가 다름)에 있어 상 돌파에서는 가는데만 평균 1주일이 걸리며 조금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카투만두나 포카라까지 가야한다는 지리적인 여건에 더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심한 외상과 질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한 채 컴컴한 방안에 누워 민간 요법에만 의지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젊은 사람이나 아이들을 여러 차례 직접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국민들의 기본권도 지켜주지 못하는 이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오늘도 길은 카르날리강의 상류 중의 한 지류를 따라 내려가는 완만한 내리막길로 중간의 강가에서 소풍을 나온 것처럼 즐거운 점심을 먹고 16:30분경 마을 초입에는 무수한 초르텐들이 서있고 아직도 노란색으로 물든 잎이 달려있는 버드나무가 마을 여기저기 예쁘게 서있는 시멘가온(Shimen Gaon, 4,010 미터,지도에는 3,850 미터로 표시)의 추수가 끝난 밭에 설치한 캠프지에 도착하였다. 헌데 이 지역에서는 초원 캠프지가 드물어 밭이나 공터에 캠프지를 주로 설치하다 보니 먼지가 너무 심해 굉장히 괴로웠으나 별다른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
또한 도중에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10여 명의 스페인 남,녀팀을 만났었는데 이들은 포터보다는 주로 말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아마 두나이에서 포터를 구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지 않나 생각되며 또한 이들의 가이드가 과거 한국 창원의 두산 중공업에서 3년간 일한 적이 있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다.
틴제가온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포와란 이름의 마을 모습
우리들과 틴제가온에서 살당까지 3일을 함께한 마부 할아버지, 특히 넉넉한 웃음이 인상적이었음.
길에서 마주친 외로워 보이는 소녀, 작은 바구니엔 땔감이 그리고 길에서 작은 남비에 아마 점심으로 보이는 음식을 끓이고 있었는데 가슴이 싸한 느낌이....
길에서 마주친 말 카라밴
물가의 점심 장소와 그곳에서 만난 4명의 쾌활한 티벳탄 아가씨, 외지고 척박한 곳이지만 그 나이이기에 가능한 외부에 대한 호기심은 가득하고... 우리의 젊은 네팔리 스텝들과 주고받는 희롱들이 전혀 불결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시멘가온의 입구에서 어김없이 우리를 반기는 불탑군들
마을의 모습들과 캠프지
시멘가온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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