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을 티벳 및 동남아 여행기

2. 라싸에서 빠이(八一)까지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2. 3. 10. 20:45

2005.9.29(목)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하루를 지낸 뒤 아침 일찍 아리랑 식당 앞에서 동행을 만나 시내버스를 타고 동쪽 버스터미널로 가서 9:30분 출발의 빠이(八一)행 버스(요금은 60원이고 하루에 대여섯 차례 있으며 매표는 아무 문제없었음)에 올라타니 우리 두 사람 외에는 티벳탄 일색인 버스승객들이 특유의 복장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우리를 처다 보는데 역시 그들의 표정에는 큰 적의라곤 찾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여행도중 담배와 음식도 나누면서 불안하고 두렵기보다는 편안하고 즐거운 소풍을 가는 느낌이었다.

라사를 출발한 낡은 로칼버스는 가을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로수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간덴사원의 입구, 모주공가를 지나 미라(米拉)산 고개를 넘으니 해발이 낮아지면서 주변의 산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울창한 산림이 나타나며 푸른빛의 강물도 길과 나란히 흐르고 있었다. 미라산을 넘기전에 점심을 먹기위해 잠시 정차한 작은 마을에서 반대쪽에서 오는 서양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역시 듣던대로 랜드크루저에 가이드를 대동하고 있었다.

주변의 경치와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이는 강변에 위치한 공푸쟝다를 지나면서 군데 군데 장족들이 타고 내리는데 기사를 비릇한 누구도 우리가 외국인인데 대하여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여서 안심하고 있는 순간 첫 검문소가 나타났다.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데 공안의 제복과 인민해방군 제복의 중간쯤 보이는 복장의 사나이가 올라타더니 입구에서 그냥 형식적으로 둘러보고는 다행히도 내려 주었는데 반대쪽은 깐깐이 검문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서 오후5시경 빠이의 치처짠(汽車站, 빠이의 버스 터미널도 여러군데 있으며 우리가 내린곳은 최근에 새로 지은곳으로 장거리 호화버스가 주로 운행하는 곳으로 생각 되었음)에 내릴 즈음은 상당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바로 옆에는 괜찮게 보이는 삔관이 보였으나 선듯 투숙하지 못하고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려니 다행히도 한명의 호객꾼이 다가오길래 사실대로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하니 처음에는 당황한듯 하다가 바로 괜찮다면서 따라오라 하여 터미널에서 약간 떨어진 초대소 수준의(체육국에서 운영하는 숙소로 기억함) 숙소 도미토리(25원)에 여권을 주고 정식으로 떵지(鄧記)를 하고 투숙할 수 있었다.

일단 배낭을 내려놓은 후 다시 비가 그쳐 짙은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있는 빠이 시내로 나오니 그리 크지 않는 규모지만 계속 외곽으로 발전하는 느낌이었다. 중심가에서 시장과 시내를 구경하고 동행은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부쳤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내일의 뽀미(波密)여정을 위해 사람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는데 아무도 한국인임을 개의치 않고 친절히 대답해주어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더욱 자신을 갖게 되었으며 부근의 촨 차이(川菜,사천 요리)집에서 내일의 여정을 위해 저녁과 맥주를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9.30(금)일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어제의 식당에서 시판(晞飯, 흰 쌀죽)과 만토우(饅頭, 한국과는 달리 속이 없는 일종의 흰빵)로 아침을 해결한 후 뽀미행 버스를 타려고 일어서니 주인 할머니가 뽀미 가는길에 아주 유명한 공원이 있다고 하며 택시비도 10원밖에 하지 않는다며 택시까지 잡아주어 언제 다시 이곳을 오겠느냐며 일정을 약간 변경하게 되었다.

시 외곽을 한참 달려 도착한 공원은 거목공원으로써 중국 특유의 과장법으로 世界栢樹王圓林이라 명명되어 이미 상당한 중국인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허나 과거 이지역의 이렇게 거대한 산림자원이 거의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과 이곳의 원래 주인이었던 장족들은 관광온 중국인들을 상대로 기념품이나 석류,호두등의 간식거리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약 1시간의 공원 관람 후 뽀미행 도로의 갈림길까지 내려와 뽀미쪽으로 가는 차를 히치하거나  버스를 타기위해 길가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으나 일반 차량들은 모두 무심히 지나치고 약 30분정도의 기다림 후 뽀미를 거쳐 차위(察隅)까지 가는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기사는 한족으로 추정 되었는데 조금 퉁명스러웠으나 요금을 주는 과정의 말투에서 우리를 의심하여 집요하게 묻기에 사실대로 이야기하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은 태워주었는데 요금은 90원으로 더 받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빠이행 버스 내부의 모습과 모주꽁까와 꽁푸쟝다 사이의 미라산 고개에서의 풍광

 

 

야룽창포 강가에 위치한 꽁푸쟝다시의 모습과 빠이 까지의 도로를 따라 가는 강의 모습. 이곳 산난(山南) 지방은 여름에 야룽창포 대 협곡을 따라 올라오는 인도양의 몬순의 영향으로 약간의 아열대 기후를 보여 티벳의 곡창지대이며 과거에는 울창한 삼림으로 덮혀 있었다 함.

 

 

 

 

                                                          빠이시의 여러 모습

 

 

 

                                       세계 백수왕 원림이란 이름의 거목 공원

 

                                       거목공원 입구에서 겨우 잡아 탄 차위행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