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5(금) 잔뜩 흐렸다가 오후부터 차츰 맑아짐
어제저녁 비교적 이른 시간에 찜질방에 와서 목욕하면서 그저께의 과음과 어제의 무리로 인한 피로감을 씻어내고 이른 시간에 잠을 청하여 한숨 자고 일어나니 새벽 4시쯤이 되었는데 더 이상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사실 오늘 걸어야 할 남파랑길 62 코스가 약 25 킬로로 상당히 길고 또한 종착점인 벌교에서 17:34분 출발의 순천행 경전선 무궁화호 열차와 이후 순천에서 용산까지의 기차표를 예매해둔 상황이라 새벽 5시가 채 못된 시각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찜질방을 나와 아직 어둠이 기시지 않은 역광장을 지나 부근의 식당에서 청국장으로 아침을 하고 순천역 서측 버스 정류장에서 6시 15분경 어제의 81번 첫차에 올라 6시 40분경 다시 화포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른 새벽의 순천역 광장에서
그리고 어제보다는 나아진 그러나 잔뜩 흐린 날씨 아래 한적한 해안길을 따라 거대한 갯벌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기분좋은 고립감을 즐기며 금천 마을을 지나고 이어서 끝이 없을 듯이 이어지는 방조제 둑길을 따라가는데 군데군데 여러 가지 수산물을 채취하여 세척하고 포장하는 작업장들과 작업장의 한편에 묶여있는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취할 때 꿇어앉아 타고 발로 밀면서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뻘배라고 불리는 것이 보여 그 노동의 애잔함과 숭고함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 뻘배 체험장이 위치한 거차 마을을 지난 트레일은 급격히 내륙쪽으로 꺾여 하천을 건너 후 다시 경전선 철로를 벗하며 바닷가로 나와 용두 마을을 거치고 또다시 내륙 쪽으로 들어가 경전선 철로를 두 번 지나 동룡천이라는 작은 하천을 건너 바닷가로 이어져 11시 반경 보성군 벌교읍 경내에 들어섬으로써 62 코스의 순천 구간(62-1 코스)을 마치게 되었다.
이어지는 62-2 코스라 불리는 62 코스의 보성군 구간은 지난 순천 구간과 대동소이하게 그곳에서 서식하는 엄청난 수의 짱둥어와 게들로 득실거리는 거대한 갯벌과 이어지는 작은 방조제들과 봄이 오는 논밭들로 이루어지는 아기자기한 트레일이었다.
그리고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트레일 중간의 방조제 둑 한군데에 자리한 벤치 의자에서 역시나 준비해 간 컵라면과 빵 사과등으로 요기를 하면서 한참을 휴식 후 길을 이어 남해고속도로 아래를 지나고 장양항을 거쳐 멀리 정면 쪽으로 오늘의 종착점인 벌교읍이 바라보이는 지점에 도달하였다.
이후 순천만 갈대 군락지 못지않은 거대한 뻘밭과 갈대 숲으로 이루어진 벌교천 하구지역을 지나 중도방죽이라 불리는 벌교천 둑길을 따라 생태공원을 거쳐 오후 3시 반경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부용교(제2)에 도착함으로써 62 코스를 끝내게 되었다.
부근의 활짝 핀 벚꽃 이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 본 결과 순천행 기차 시간까지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우선은 다음 코스인 63 코스 상에 놓여있지 않고 또한 과거에 가보지 못한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 문학관"을 들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약 1 킬로의 오르막을 걸어 문학관에 당도하여 젊은 시절 밤새워 탐독하였던 작품을 떠올리며 문학관을 둘러보고 난 뒤 부근의 태백산맥 속 무대를 재현해 놓은 현부자네 집과 소화의 집을 잠깐 들른 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부용교를 거쳐 꼬막을 비롯한 수산물들로 넘쳐나는 벌교시장을 구경하며 역을 향하다가 역 부근의 "대박회관"이란 식당에서 막걸리 한 병을 곁들여 난생처음으로 기억되는 짱둥어 탕으로 이른 저녁을 하고 벌교역에서 순천행 완행열차에 오름으로써 1박 2일의 남도 남파링길 걷기를 무사히 마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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