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남파랑길

남파랑길 63., 64 코스(보성군 벌교읍 부용교에서 고흥 농협 망주지소를 거쳐 독대 마을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4. 4. 21. 12:09

2024.4.11(목) 잔뜩 흐리다가 낮에는 비도 오락가락하고 늦은 오후부터 서서히 개임.

이번 주 후반 3박 4일을 이용하여 남파랑길을 이어서 걷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았는데 들날머리를 들고나는 교통편 등등의 문제 때문에 오늘은 약간의 무리임에도 두 코스를 걷기로 하고 이른 새벽인 3시경 서울 집을 떠났다.

이른 새벽이기에 막히지 않는 어둠에 묻힌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려 출발한 지 약 5시간 만인 아침 8시경 무료인 발교역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량을 주차하고 역 앞의 벌교시장 입구 대로변에 있는 "할매 밥집"에서 일금 4000원짜리 백반으로 아침을 하고 부근의 편의점에서 커피 한통을 사서 남파랑길 63 코스의 출발점인 부용교 동쪽 벌교천변에 서니 8시 반이 되었다.

 

그리고 벚꽃이 만개하였던 지난주와  달리 이미 져버린 벚꽃잎들이  무언가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벌교천변을  따라 조정래 선생의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소화다리, 홍교. 김범우의 집, 청년단 건물 등등의  소설 속 무대들을 하나씩 거치며 벌교읍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벌교역 앞을 지나 벌교천의 서쪽 제방길을 따라 드넓은 갈대숲과 갯벌을 보며 남으로 향하였다.

벌교천 하류의 갯벌 지대를 벗어난 트레일은 봄이 완연한 가운데 영암과 순천을 잇는 남해고속도로의 벌교대교 아래를 지난 후 방조제를 따라 쭉 이어지다가 작은 언덕을 넘고 논밭 사이를 지나 다시 해안으로 연결되고 이어서 보성군 벌교읍의 마지막 마을인 대포리가 가까워 오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세어져 걸음을 빨리하여 정오경 대포리 마을 해신당 앞 바닷가에 자리한 정자에 당도하였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비 내리는 바닷가 마을의 정자에서 준비해 간 컵라면과 빵 그리고 과일 등등으로 느긋하게 점심을 하고 비가 잦아들 때까지 한참을 머물렀다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길을 이어 작은 방조제와 고개를 넘으니 바로 고흥군 경내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죽림, 옹암등의 정겨운 이름의 작은 해안가 마을을 통과하고 대강천 하류의 상당히 큰 죽암 방조제를 건넌 후 논밭 사잇길을 통과하여 눈앞에 우뚝한 망주산을 오른쪽으로 휘돌아 가니 63 코스의 종점인 망주리 마을의 고흥농협 망주지소 앞이고 시간은 예상보다 조금 늦은 오후 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여 바로 64 코스를 이어나가  봄기운이 무르익어가는 남도의 청보리가  푸르게 자라나는 들녘을 지나며 와야 마을과 잠두 마을을 거친 후 다시 바닷가의 작은 방조제를 통과하여 덕동 마을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동네와 동네를 잇는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한구비 돌아서니 장동 마을이 나타나고 이어서 트레일은 다시 바닷가의 상당히 큰 규모의 방조제를 지나 호야 마을을 통과하는데 주위는 온통 새로운 도로공사로 인하여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이후 길은 청보리 밭 사이를 지나 슬항 마을을 지나고 이어서 작은 언덕길을 돌아 연등 마을로 그리고 다시 산자락을 통과하여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오늘의 목적지이자 64 코스의 종점인 상당한 크기의 독대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제는 차량 회수를 위하여 벌교 역으로 가야 하기에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마침 오후 5시 40분경에 지역의 거점이자 교통 요지인 과역면 소재지로 가는 농어촌 버스가 있어 조금 기다려 그 버스를 타고 과역 버스 터미널로 온 후 다시 운 좋게도 3100원의 요금으로 바로 여수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약 20 여분 걸려 벌교 공용 버스 터미널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벌교 읍을 가로질러 역 앞의 하나로 마트에서 고흥군 동강면에서 만든 동강 막걸리와 필요한 몇 가지 물품을 구입 후 서둘러 이번 여행의 숙박지로 정해둔 다도해 국립공원 "팔영산 오토 캠핑장"을 향하는데  늦은 오후 들어 날씨가 좋아지며 멋있는 낙조도 볼 수 있었다.

이미 약간은 어두워진 시각 한적한 캠핑장에 도착하여 예약한 A-30 사이트에 간단히 텐트를 피치하고 뜨거운 샤워를 하고 난 뒤 동강 막거리를 곁들여 돼지고기를 구워 나름 우아한? 저녁을 하고 길고도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