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9(토) 맑고 청명
누브라(Nubra) 밸리 여행의 첫날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6시경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7시경 아침을 한 후 큰 배낭을 숙소에 맡기며 점잖고 친절한 주인장에게 11일 날 돌아와 다시 숙박한다고 얘기한 후 7시 반경 숙소로 찾아온 차량에 올라 리챠드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 들러 리챠드를 태운 후 북쪽 방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길이라는 카르둥라를 향하였다.
오늘도 역시나 좋은 날씨아래 큰 차에 단 두명만이 타니 리챠드는 앞자리에 나는 뒷자리에 넉넉히 앉아 차량뒤로 멀어져 가는 레 시가지를 조망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데 도로 곳곳에는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한 산사태의 흔적이 있고 또한 이것을 보수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보였다.
한 군데 경찰 체크 포스트를 지나고 9시 경이 되어가며 서서히 정면으로 꼭대기에 일부 눈을 이고 있는 산들이 나타나 카르둥라 정상부에 다가감을 알 수 있었고 마침내 9시 반경 찬바람이 몸을 휘감아 오는 카르둥라에 도달하여 한참을 머물며 조망을 즐긴 후 파키스탄의 K2 트레킹의 베이스캠프인 스카르두 부근에서 인더스강과 합류하는 사욕강 골짜기를 향하는 내라막길을 따라 북으로 향하였다.
약 1시간 이상의 거칠고 긴 내리막을 내려와 예상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사욕(Shyok) 강 골짜기를 만나고 이어서 서북쪽 방향으로 강을 따라 진행하다가 큰 군사 기지가 있는 강변의 칼사르(Khalsar) 마을에서 차 한잔을 하면서 잠시 휴식 후 다시 길을 떠나 시아첸(Siachen) 빙하쪽에서 내려오는 누브라 강과 사욕강의 합수점에 위치한 디스킷(Diskit) 마을의 뒤쪽 산 언덕에 위치한 디스킷 곰파를 향하였다.
정오가 지난 12시 반경 디스킷 곰파에 도착하여 입장료 40 루피를 주고 약 40여 분간 곰파를 둘러보았는데 최근에 세운것 같은 강을 바라보고 있는 화려한 색깔의 거대한 좌불상은 조금은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이후 디스킷 마을의 한 식당에서 모모로 간단히 점심을 하고 다시 차에 올라 끝이 없을 것 같은 사욕 강
변을 따라 서쪽으로 오늘의 목적지이자 숙박지인 투르툭(Turtuk) 마을을 향하다가 멀지 않은 곳인 낙타가 서식하는 모래 사구와 여러 가지 액티비티로 유명한 훈데르(Hunder)는 우리의 일정이 짧아 그냥 길가에서 잠시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으로 군사적으로 예민해서 비행장을 포함한 많은 군기지들이 보이는 가운데 그와는 달리 거친 강과 산악지형 사이사이에 점점이 숨어있는 듯한 아름다운 마을들이 즐비한 강변을 따라가다가 과거 파키스탄-인도 전쟁 시 전사한 인도 군인들을 추모하는 사욕 전쟁 기념관(Shyok War Memorial)을 잠시 둘러보기도 하였다.
거칠고 한편으로는 아름답기도 한 사욕 강변 길을 계속 달려 오후 5시가 조금 못된 시각 목적지인 투르툭 마을의 도로가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 후 언덕을 오르니 투르툭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었는데 사실 살구꽃이 만발하는 봄철이 최고의 시즌이나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지금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전에는 파키스탄 영토였고 지금도 국경이 지척인 민감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도 상업화의 물결이 몰아쳐 숙소나 카페 혹은 레스토랑용의 많은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또한 그 높이도 자꾸 높아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이후 숙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리챠드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말을 하며 마을 입구의 새로 생긴 근사하고 비싸 보이는 숙소에 투숙한다길래 내일 오전 11시쯤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는 좀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800 루피를 주고 이름도 없는 홈스테이에 묵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배낭을 홈스테이 방안에 던져두고 어둠이 내릴 때 까지 약 2시간 동안 마을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둘러보고 난 뒤 살구나무로 둘러싸인 마하 게스트하우스에 딸린 식당에서 뽁음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방문 시기라던지 이곳에 머무는 시간등에서 많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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