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3년

대구 팔공산(서봉, 비로봉, 동봉)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3. 5. 13. 16:53

2023.5.10(수) 맑고 더우나 박무

어제저녁 워낙에 일찍 잠에 들어 정신없이 10여 시간 이상을 자고 눈을 뜨니 7시경이 되었는데 몸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상태라 원래 오늘 계획하였던 부근의 최정산과 주암산 등산을 갑자기 어제 보았던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의 거대한 실루엣이 눈에 어려 실로 오랜만에 해발 820 미터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팔공산을 올랐다 서울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서둘러 참치 김치찌개로 아침을 하고 사이트를 정리한 후 근년에 완공되었다는 대구외곽 순환선을 타고 팔공산 케이블카 정류장을 향하였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 그동안에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한 팔공산 시설지구의 케이블카 승차장에 도착하니 1986년 엄청나게 추운 겨울에 와이프와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탔었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이제 경로 우대를 받는 나이가 되어 다시 찾아왔다는 생각에 세월의 무상함이 가슴저리게 밀려오기도 하였다.

조금 기다렸다가 9시 반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케이블카를 첫 손님으로 타고 해발 820 미터의 상부 정거장에 도착하여 정상쪽을 올려다보니 정말로 산천은 의구하다는 말이 실감 나도록 눈에 익었던 팔공산의 여러 봉우리들은 그 자리에 의연히 서있었으나 뒤쪽 대구 시가지 쪽으로는 어제의 기대와는 달리 박무가 끼여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실망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라 연일 무리한 일정으로 약간은 뻐근한 몸을 한참을 스트레칭 후 힘을 내어 암릉을 따라 사방의 조망을 즐기며 정상쪽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여 낙타봉을 지나고 우측으로 염불봉과  그 아래 염불암을 내려다보며 계속 나아가 10시 반경 염불재에 당도하였다.

그리고 동선이 겹치는 것을 가능하면 피하고자 이곳에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좌측의 수태골 상부를 통하여 오도재를 지나 서봉을 올랐다가 다시 돌아서 마애불을 지나 정상인 비로봉에 이르니 산객들이 상당히 보이기 시작하였고 부근의 한적한 그늘에서 컵라면으로 요기 후 다양한 색깔의 철쭉이 나름 한창인 트레일을 따라 다시 동봉을 거쳐 염불봉으로 나아가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아 되돌아서 염불재를 통하여 케이블카 상부 정거장으로 하산을 완료하니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이후 아름다운 팔공산 자락의 순환도로를 따라 가산에서 한티 터널을 통과하여 동군위 TG에서 고속도로에 올라 서울을 향하였는데 돌이켜 보니 오랜만에 고향땅에 3박 4일간을 머물며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하여 보람있는 방문이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