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13(월) 맑고 뜨거움
지난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새벽같이 눈이 뜨여 게르 밖으로 나오니 마침 광활한 지평선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데 오늘도 날씨가 대단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고비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홍고린 엘스로 가는 날이라 살짝은 긴장된 마음으로 식당에서 양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숙소를 나서 어제 들렸던 욜린 암 근처에 있는 "무하르 쉬베르트"라 불리는 역시나 욜린 암과 거의 유사한 얼음으로 덮인 골짜기를 둘러본 후 홍고린 엘스를 향하여 서쪽으로 뻗은 포장도로를 타고 달려갔다.
그리고 오전 11시경 바얀달라이란 소규모의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홍고린 엘스로 가는 루트는 이곳에서부터는 진정한 오프로드이고 이제부터는 가게도 전혀 없다고 하여 물과 간식 등의 홍고린 엘스에서의 1박 야영에 필요한 개인적인 물품도 구입하고 일부 사람은 간단한 식사도 한 후 다시 완전한 오프로드의 길을 따라 서쪽으로 향하였다.
사실 홍고린 엘스는 몽골에서 가장 크고 장엄한 모래 언덕 중의 하나로 바람에 의해 모래가 움직이거나 작은 산사태처럼 무너져 내릴 때 나는 소리 때문에 "노래하는 모래 언덕"이라고 불리는데 거대한 알타이 산맥이라는 지형과 바람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하며 대자연의 신비 중의 하나로 최고 높이 약 300m, 폭 5~20㎞, 길이는 동서로 약 180 ㎞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 언덕으로 우리는 그 경이로움을 좀 더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느끼고자 모래언덕 바로 아래에서 하루 야영을 하기로 계획한 상태였다.
정오 조금 못미쳐 바얀달라이 마을을 떠나 오프로드 길에 들어서자마자 멀리 좌측으로 모래언덕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아주 미약하였으나 서쪽으로 나아갈수록 조금씩 거대해지고 있었으며 중간에 몇 차례 잠깐씩 쉬며 계속 달려 거의 서쪽 끝 부분으로 생각되는 가장 높은 모래언덕 아래 약간의 풀들이 자라 초원을 이루고 있는 야영지에 도착하니 출발한지 약 2시간 반 정도가 지나 있었다.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모두들 힘을 합하여 텐트 3동을 피치하고 나니 시간은 오후 4시가 가까워 오는데 불같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어 우선은 모래언덕에 오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주변을 산책하며 마침 그곳에서 머물고 있던 말과 낙타 무리들 사진도 찍고 그늘을 찾아 휴식을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헌데 이곳에서는 저녁 8시 20분 경인 일몰 무렵이 가장 멋있는 때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광경에 빠진 일행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후 5시경 모래언덕 정상을 향하여 출발을 하였지만 나는 계속 아래의 차량 그늘에 머물다가 인솔자에게 늦은 저녁으로 라면 하나만 부탁한 후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야영지를 나서 천천히 모래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급경사로 인하여 발을 내디딜때 마다 무너져 내리는 고운 모래 언덕길을 가능한 한 천천히 올랐으나 7시가 조금 넘는 시각 우리 일행들도 모두 내려가 버려 아무도 없는 정상에 도착하였고 역시나 아직도 뜨거운 햇살이 내려 쪼이고 있어 모래 언덕의 동쪽 그늘진 곳에 망연히 앉아 혼자만의 적막함 속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반사막 지대의 수평선을 감상하며 석양이 질 때까지 거의 한 시간 동안이나 귀를 기울여 모래의 노랫소리를 들으려고 하였으나 마침 그 시간 동안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아쉽게도 기대하였던 노래하는 모래언덕을 경험하지는 못하였다.
드디어 일몰 시간이 되어 잔뜩 기대하였으나 예상과는 달리 빛이 아주 좋지 않아 엄청나게 실망스러웠으나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편하게 받아드릴려고 노력하였음에도 먼길을 온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무려 한시간 가까이 모래언덕의 정상을 이리저리 오가거나 머물다가 내려오니 밤 10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으나 보름달에 가까운 달빛이 휘영청하여 크게 어둡지 않아 라면 한 개를 끓여 늦은 저녁으로 갈음하고 텐트 안에 누워 잠을 청하였으나 너무 좁고 한 일행의 심한 코골이 등으로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여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라운드시트만 깔고 침낭을 뒤집어쓰고 비박의 형태로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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