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1년

평창 두타산(박지산, 해발 1394 미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1. 8. 29. 19:10

2021.8.26(목) 잔뜩 흐림

아침 7시경 일어나니 밤사이에 내리던 비는 그쳤고 하늘은 잔뜩 흐려있으나 종일 큰 비는 없다고 하여 다행으로 생각하고 오늘은 휴양림을  품고 있는 두타산을 오르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트레일 사정이 좋지 않고 따라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육개장을 데워 햇반과 밑반찬으로 든든히 아침을 한 후 물과 간식을 챙겨 8시 반경 낮은 구름들이 계곡을 감싸는 야영장을 떠나 홀로 짙은 녹색이 절정을 이룬 숲 속으로 들어섰다.

최근 계속된 비로 인하여 숲 속은 더욱 무성해지고 바닥을 포함하여 주변 바위에는 이끼들이 푸르게 끼여 올해 여름도 절정에 다다른 듯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계곡의 우측 사면에 완만한 오르막으로 만들어진 트레일을 따라 고도를 서서히 높여 나가는 동안 이곳 두타산이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고 따라서 산객들이 많지 않아서 인지 트레일 변의 풀들이 웃자라나 성가실 정도였다.

출발한 지 약 1 시간 만에 샘터 고개를 지나고 이어서 질경이 풀들이 융단처럼 깔린 700 여 미터의 임도 구간을 지난 후 다시 물골이란 이름의 계곡을 따라 약간의 경사도가 있는 트레일을 올라서니 주능선 상의 아차목이란 정겨운 이름의 안부이다.

그 후에는 동자꽃을 비롯한 여름과 이른 가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능선길을 따라 출발한 지 약 3 시간만인 11시 반 경 정상에 섰는데 역시나 한 명의 산객도 조우하지 못한 외로운 산행이었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동쪽의 발왕산, 서쪽의 백석산, 남쪽의 가리왕산 그리고 북쪽의 오대산과 계방산 일대의  조망은 대단하였고 또한 부근에는 마가목들이 많이 눈에 띄어 역시나 이곳이 강원도의 고산 지대란 걸 일깨워 주기도 하였다.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하산 루트를 생각해 보았는데 휴양림 쪽으로의 원점 회귀는 6 키로 이상의 미끄럽고 큰 조망도 없는 트레일을 다시 내려간다는 것이 너무도 싫고 또한 남은 생애에 다시 이곳을 올 일은 없을 것 같아 북쪽의 신기리 마을 쪽으로 하산하여 대중교통 연결이 여의치 않으면 택시를 타기로 하고 시그널과 램블러 앱에 의존하여 북쪽으로 나아갔다.

헌데 신기리 마을과의 갈림길에서 시그널과 트레일의 흔적이 오히려 발왕산으로 연결되는 모래재 쪽이 더욱 뚜렷하여 약 20 여분이나 헤매는 불상사를 겪은 후 겨우 찾은 신기리 쪽의 트레일도 최근의 잦은 비 때문인지 거의 유실되고 또한 예상보다 급경사이고 웃자란 나무들과 수많은 거미줄 때문에 날머리인 신기리와 정선 구절리를 연결하는 410번 지방도 변에 도착할 때까지 약간의 고생을 하였다.

그리고 410번 지방도를 따라 약 2 키로 거리의 진부와 정선을 연결하는 59번 국도와 만나는 신기 교차로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마침 부근을 지나는 마을 할머니 한 분에게 두타산 자연휴양림 입구 마을인 수항리행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3시 20분경에 정선읍과 평창군 진부면을 연결하는 정선 시내버스가 있다고 하여 조금 기다리다가 운 좋게도 버스를 타고 수항리에 내려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우선 뜨근한 샤워로 땀과 흙 투성이가 된 몸을 씻으니 늘 느끼는 것이지만 천국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들고 이후에는 짜파게티와 계란 후라이 등등으로 한잔의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한 후 나름 힘들었던 하루를 뒤로하고 잠을 청하였다.

 

이른 아침의 사이트와 아침 식사
야영장에서 두타산 정성을 거쳐 신기 교차로까지
신기리에서 수항리까지 운좋게도 시간이 맞아서 탄 정선 시내버스안의 시간표
힘든 산행후의 저녁 식사
산행의 램블러앱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