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0년

충북 괴산(槐山) 화양동 야영장(2)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12. 31. 15:16

2020.12.27(일) 역시나 흐리고 미세먼지 약간

비교적 겨울치고는 기온이 낮지 않았고 또한 전기 매트와 핫팩 덕분에 춥지 않게 잘 자고 아침 7시 반경에 일어나 텐트밖으로 나오니 그래도 겨울이고 물가라서 인지 텐트에는 잔뜩 얼음이 끼어 있었다. 

이른 아침 야영장과 주변

혼자이기에 특별히 바쁠것도 또한 급히 해야 할 일도 없기에 천천히 베트남 G7 인스턴트 커피 한잔과 비비고 닭백숙 죽으로 아침을 하고 난 후 개인적으로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조선 중후기 성리학의 대가이자 서인과 노론의 정신적 지주이고 대 정치인인 우암 송시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이 지역의 대표 명소인 화양구곡 탐방과 도명산 일대 등산을 위하여 간식과 배낭을 챙겨 8시 반쯤 야영장을 나섰다.

사실 우리나라의 하천을 낀 거의 대부분의 훌륭한 자연 경치에 당연시 되다시피하며 붙어있는 구곡이란 단어도 성리학의 태두인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유래가 되었기에 개인적으로 성리학에 대하여 크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는 입장에서는 늘 구곡이란 단어가 약간은 불편하게 다가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는 그냥 편하게 생각키로 하였다.

야영장이 바로 화양구곡에서 흘러나오는 화양천이 달천으로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위치하고 있기에 차량은 야영장에 두고 지척의 화양구곡 입구로 가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훼손된 안내도가 썰렁하게 서 있는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곳에서 부터 데크보행로를 따라 가며 제일 먼저 나타나는 제 1곡인 경천벽을 거쳐 주차장과 휴게소 그리고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 분소를 지나는데 딸 부부가 전화가 와서 와이프와 같이 세사람이 답답한 나머지 드라이브 삼아 서울에서 이곳으로 오겠다고 하여 그러자고 하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따라서 발걸음을 빨리하여 제2곡인 운영담과 우암선생을 모신 화양서원 그리고 제3곡인 읍궁암을 거쳐 이곳의 백미인 제4곡 금사담과 암서재를 지나 계곡에 놓인 화양3교 직전에서 우측으로 제5곡인 첨성대 아래를 통과하여 도명산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후 살짜기 내린 눈과 암릉 그리고 소나무가 조화를 잘 이룬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 이정표를 보며 지속적으로 고도를 높여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사방으로 굉장한 조망을 가진 도명산 정상에 오르고 이후 딸 부부와의 약속 때문에 원래 계획하였던 낙영산과 무영봉 그리고 가령산을 거치는 긴 루트를 철회하고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제 8곡인 학소대로 바로 하산하는 루트를 택하여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길에서는 고려초기의 사찰터에 있었다는 거대한 마애불상군도 보며 정오가 조금 지나 학소대에 다다르고 이어서 상류의 마지막 제9곡인 파천을 왕복한 후 다시 하류쪽으로 내려오며 제7곡인 와룡암과 6곡인 능운대를 거쳐 내심 점심 장소로 생각해둔 2곡인 운영담 맞은편의 운영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반으로 대충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오래된 원주민들이라서 국립공원 경내이지만 생존권 차원에서 이주하지 않고 계속 영업하고 있는것으로 추정되는 식당에서 먼길을 달려온 세 사람과 반갑게 조우하고 이어서 이지역의 특산이라는 자연산 버섯찌개로 맛았는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나는 식당에서 쉬고 세사람은 제 8곡인 학소대까지 평탄한 길을 약 30 여분 정도 다녀온 후 함께 야영장 부근으로 가서 잠깐 강변을 산책하다가 서울까지 갈길이 멀기에 아쉬운 작별을 고하였다.

이후 나도 일요일 오후라서 어제에 비하여 눈에 띄게 한적해진 야영장에서 뜨거운 샤워와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는 고요함을 벗삼아 자연속에서 나름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전체적인 루트
하루를 시간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