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0년

겨울 태안(泰安) 여행(5)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12. 21. 20:13

2020.12.20(일) 약간 흐림

비록 고급 숙소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깨끗하고 따뜻하였고 또한 이름이 모텔 아드리아로 요즘같은 우울의 시대에 2년전인 2018년 봄날 가족들과 같이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의 아드리아해를 밤 페리로 건너던 아름다웠던 추억을 일깨워주기도 하여 기분좋게 하루 밤를 보내고 아침은 숙소 방에서 치즈 케잌과 커피 그리고 과일로 간단히 하고 9시가 채 못된 시각에 숙소를 나와 다음 행선지인 태안해안국립공원 남면분소가 위치한 몽산포 해수욕장을 향하였다.

태안해변길 4코스(솔모랫길, 약 16키로, 몽산포탐방지원센터~드르니항)

그리고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무료로 개방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주 관리가 잘된 울창한 해송숲을 지나 몽산포 해변으로 향하는데 나아갈 방향의 이정표가 드르니항이 아니라 백사장항으로 적혀있었고 또한 4 코스의  출발점도 몽산포 항인지 아니면 몽산포 해변인지 약간은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하여튼 상당한 수의 야영객들이 보이는 해송 숲을 지나 몽산포 해변에 나가는 순간 마침 최대의 썰물때 여서인지 백사장의 폭과 길이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커서 이곳이 한국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유명 해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여 탄성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이름은 여러개의 해변으로 나뉘어 불려지고 있었지만 결국은 하나의 커다란 해변으로 생각되기에 그 광대함은 동해와 남해의 해변들에 익숙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와이프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는지 상당히 즐거워 하며 해변의 모래사장 길과 해안의 해송 숲길을 번갈아 걷는데 거대하고 광할한 자연의 품속에 온전히 안겨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트레일은 작은 하천을 경계로 나뉘어 지는 달산포 해변과 청포대 해변 그리고 별주부전의 무대 였다는 원청리 해변등등을 거치며 연속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대단한 풍광은 마검포 항이 보이는 즈음에서 해변을 벗어나 트레일이 내륙으로 향할때 까지 계속되었으며 이후에는 요즘엔 보기 힘들다는 신온리 염전 지대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해안가로 다시 이어진 길은 마침내 태안군 남면의 끝자락이자 섬인 안면도 북단의 백사장항과는 인도교로 연결된 이름도 어여쁜 드르니 항에서 끝나게 되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반경이 되었다.

 

몽산포 해변에서 대단한 해변을 지나 드르니항에 이르기까지

하여 부근의 식당에서 점심으로 지난주의 간재미 회에 이어 두번째로 게국지란 이름의 음식을 난생 처음으로 주문하여 맛보았는데 그런대로 먹을만은 하였으나 작은 양을 팔지 않아 하는 수 없이 45,000원짜리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당연히 다 먹지를 못하여 낭비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드르니항의 식당에서 먹은 게국지

오늘도 어제에 이어 예기치 못한 행운으로 점심 직후인 2시 40분에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태안행 농어촌 버스를 타고 몽산포 주차장과 지척인 남면 파출소 앞 정류장에 내려 차량을 회수 후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서산 방조제를 건너 대전으로 향하다가 다행히 물때가 맞아 실로 30여년만에 이곳의 유명 명소인 간월암(看月庵)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간월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