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8(목) 비교적 맑으나 구름 약간 그리고 바람으로 쌀쌀
오늘이 마침 지난번 공휴일 근무에 따른 대체 휴일이라서 한글날인 내일까지 1박2일로 지리산쪽을 오랜 기간 친구처럼 지낸 후배와 함께 여행키로 하고 오늘 하룻 밤은 뱀사골 자동차 야영장을 평일이라서 손쉽게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각자 거리가 엇 비슷한 대전과 대구에서 새벽 6시경 출발하여 지리산의 관문이자 미침 장날(3.8장)인 인월 시장에서 7시 반경에 만나고 나름 그곳에서 인지도가 있는 장터국밥 집에서 뜨끈한 순대국밥으로 속을 채우고 시장에서 저녁용으로 지리산 흑돼지 목살과 야채등을 사서 차량 한대는 야영장 주차장에 두고 한대로 성삼재에 올라 주차 후 신발끈을 단단히 하고 노고단쪽을 향하려니 시간은 9시 정도가 되었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 터널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빛 속을 부지런히 걸어 10시경 노고단 고개에 도달하였는데 아쉽게도 천왕봉 정상쪽은 구름에 덮혀 있었으나 중간의 무넹기 고개에서의 화엄사쪽과 구례 시가지 그리고 섬진강쪽의 조망이 좋았기에 노고단 정상은 생략하고 바로 피아골 삼거리 쪽을 향하였다.
허나 한가지 멀리서 보이는 섬진강변의 구례 시가지는 아름답게 보였지만 사실은 이번 여름 수해 피해가 막심하였던 것을 알고 있기에 빠른 복구와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원하였다.
평일이라서 한적한 트레일을 따라 정면으로 육중한 느낌의 반야봉을 바라보며 또한 한 좌우로 조망을 즐기며 때로는 뒷쪽으로 서북능선상의 만복대도 뒤돌아 보며 돼지령을 지나고 피아골 삼거리를 거쳐 임걸령 그리고 반야봉과의 갈림길인 노루목에 도착하니 시간은 정오경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반야봉을 들르는 것을 고려해 보았으나 저녁 시간이 너무 촉박해지는 것이 싫어 과감히 생략하고 삼도봉을 거쳐 점심 식사할 곳으로 생각한 화개재에 오후 1시가 못미친 시각에 도착하여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후배가 준비하여 온 근사한 샌드위치 세트로 점심을 하고 이런저런 과거 얘기와 상념에 젖어 거의 한시간이나 이곳에서 보내었는데 머리 한켠에는 조금전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오면서 보이던 반야봉 동쪽 기슭에 위치한 묘향대의 금빛 찬란한 지붕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며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오후 2시가 가까워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서 뱀사골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데 초입에 보이는 과거 뱀사골 산장자리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한 옛 추억을 일깨워 주어 약간은 가슴이 시려오기도 하였다.
사실은 계절적으로 어정쩡하여 예상보다는 스산한 느낌만으로 가득찬 듯한 뱀사골 계곡을 약 3시간에 걸쳐 일사천리로 내려와 국립공원 뱀사골 분소에서 야영장 등록을 하고 서둘러 우선 텐트만을 피치해 두고 차량을 회수하러 성삼재를 다녀오니 어둑어둑해 지고 있는데 야영장에는 우리 외에는 두팀 정도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고 가을 바람과 야영장 옆을 흐르는 달궁계곡의 물소리만이 요란하게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산함과 적막한 밤의 분위기 또한 가을의 정취인지라 작년 봄 이후로 거의 1년 반만에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둘은 지리산 흑돼지 숯불 바베큐와 더불어 맑은 소주가 자꾸만 목으로 쉬이 넘어가며 이런저런 얘기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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