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19(금) 흐림
오늘은 1960년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에서 시작하여 반독재 투쟁을 거쳐 결국은 제1공화국인 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역사적인 의거 혹은 혁명 기념일이나 그로부터 반백년이 더 지난 지금도 한국의 정치 상황은 크게 나아 보이지 않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의 본질을 구현하기는 커녕 국민을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 듯 하여 심히 유감스러운 느낌이다.
마음으로나마 당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한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여 부지런히 오늘 할 일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한 후 오전 11시경 서대전역에 나가 서울에서 오는 와이프를 태워 전북 고창에 위치한 도솔산 선운사(禪雲寺)를 향하였는데 도로 사정은 그런대로 양호하였으나 기본적인 거리가 있어 오후 1시경 한적한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었고 점심은 와이프가 준비하여온 김밥으로 차안에서 해결하였기에 배낭을 챙겨 바로 선운사를 향하였다.
항상 무언가 이상한 느낌의 문화재 관람료 일인 삼천원을 지불하고 이미 봄의 절정을 지나 초여름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의 연두색을 띤 한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계곡을 따라 선운사는 나중에 하산시 둘러볼 요량으로 지나쳐 계곡 최상부에 위치한 도솔암(兜率庵)을 향하는데 해발 삼사백미터대의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이라고 하기에는 지난 겨울 가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풍부하여 놀라웠고 또한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산 전체를 독차지한 느낌마져 들었다.
도솔암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음 목적지인 천마봉(해발 284 미터)을 향하는 급경사의 데크 계단길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니 주변의 아름다운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산세와 그 틈새에 자리잡은 암자들과 마애불 마저도 주변의 다양한 파스텔톤의 색감을 띤 봄의 숲과 어울려 비록 흐린 날씨이지만 기막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곳이 처음인 본인에게는 도솔산 선운사의 유명세를 실감하기에 충분하였다.
비록 해발은 높지않지만 기막힌 전망을 가진 천마봉과 낙조가 일품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낙조대란 곳을 지나는데 이곳에는 산불조심 기간으로 인한 무시무시한? 경고판과 더불어 허용된 등산로가 명기되어 있어 능선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다시 선운사쪽을 향하여 소리재를 거쳐 참당암을 지나 선운사로 내려오니 상당한 숫자의 관람객들이 사찰과 뒷산의 동백숲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였던 것 보다는 동백숲의 위용이 별로인것 같아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다.
다시 주차장에 도착하니 점심마저 차안에서 김밥으로 해결하며 서둘렀음에도 이미 오후 5시가 넘어서고 있었지만 약 6키로 정도 거리의 지척인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기념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어 시인의 생가 바로 옆의 페교된 초등학교 분교를 이용하여 만든 "미당 시문학관"을 둘러보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문학관에서 익숙한 시인의 작품들과 더불어 오후 6시 문닫는 시간까지 뜻깊은 시간을 보내었는데 모든것들이 다 가슴에 와 닿았지만 일제시대 친일 논쟁과 그 이후로도 이어진 친정부 행각에 대한 김춘수 시인의 "미당의 시로 그의 처신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미당의 처신으로 그의 시를 폄하할 수도 없다. 처신은 처신이고 시는 시다"라는 말이 특히 그러하였다.
또한 시인이 말년에 희미해져가는 기억력을 유지하려고 에베레스트를 비롯하여 전세계 수백개의 고산의 이름과 높이를 피트 단위로 암기하면서 노력하였다는 흔적들도 역시나 그러하였고 문학관의 옥상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흐린 날씨 에도 불구하고 바로 앞의 곰소만 건너 변산반도의 산들이 구름속에서 인듯 한폭의 수묵화 처럼 빛나고 있어 이 또한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면서도 감상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문학관을 나오니 이미 저녁 6시가 넘어서고 있어 원래 생각하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의 생가지 방문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의 야영지인 "전남 영암군 월출산 국립공원 천황야영장"을 목적지로 내비를 검색하니 약 1시간 반이나 걸려 내비의 안내를 따라 열심히 가는데 고창군을 벗어나기 직전에 동학농민 혁명의 1차 봉기장소인 "고창무장 동학농민혁명기포지"라는 역사적 장소가 바로 도로변에 있어 잠깐 들렸다가 일사천리로 영광, 나주를 거쳐 야영장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진 후라 서둘러 텐트를 피치하고 간단히 반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 후 기대치도 않은 따뜻한 샤워가 가능하여 뜨거운 샤워 후 내일을 기대하며 바쁘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였다.
주차장에서 선운사 입구를 거쳐 도솔암까지 약 3 키로 정도
도솔암에서 천마봉까지
낙조대,소리재, 참당암,선운사를 거쳐 다시 주차장으로
미당시문학관에서
동학 농민혁명 최초 봉기지에서
천황 야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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