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4(화) 맑음
이런저런 개인적인 여러가지 이유로 서울 집을 떠나 이곳 대전의 서쪽끝이자 계룡산 줄기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새로운 직장을 얻어 주말에 집을 오가며 혼자 생활한 지도 4개월에 들어서면서 어느정도 적응도 되고 또한 당분간은 이곳에 정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사정이라 가능하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거기에 더해 직장의 상황이 그렇게 빡세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여유를 갖게 되었다.
지난 수십년간의 직장 생활중 처음으로 기본적으로는 완전한 주 5일 근무이고 거기에 더해 생활 리듬의 불일치로 인한 약간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수차례의 부정기적인 주중 야간 혹은 주말 주간 당직 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대체 휴일이 있어 일부 다른 사람들은 힘들고 불편해 하나 나는 이런 근무가 어디든 덜 붐비고 따라서 조용한 평일을 쉴 수 있어 오히려 반갑게 생각된다.
오늘도 어제의 야간 당직 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오프인데 그전에는 당일치기로 정신없이 바쁘게 부모님이 계신 대구를 다녀오거나 서울을 갔다오거나 혹은 원룸에서 그냥 쉬거나 하였지만 지금부터는 무언가 조금 활동적으로 지내자고 다짐을 하고 그 일환으로 우선 대전 근교의 산들을 오르기로 하였다.
아침 9시반경 퇴근하고 원룸으로 돌아와 우선 두시간 정도 자고 간단히 요기 후 아직도 복장과 장비등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우선은 이곳에서 가깝고 200미터대 높이의 나즈막한 구봉산을 가기로 하고 운동화에 물 한통만 챙겨 오후 1시경 숙소를 나서며 하늘을 보니 지난 밤의 엄청난 비와 아침의 구름낀 날씨가 모두 사라지고 청명하고 상쾌한 날씨여서 기분도 아주 좋았다.
카카오 맵을 이용하여 들머리인 한천리라는 마을에 다다르고 잘 정비된 트레일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는데 산 자체가 높지 않아 금방 능선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에는 동쪽으로 이어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능선길을 따르는데 구봉산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자그마하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조망 또한 좌측인 북으로는 대전 시가지가 우측인 남쪽으로는 좌측과는 대조적으로 완전한 시골 분위기에 대전 시내를 관통하는 갑천 상류의 물돌이형 굴곡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어 예상밖으로 훌륭하였다.
곳곳에 설치된 운동 시설에서 가볍게 몸도 풀면서 정상으로 추정되는 구봉정이라는 정자가 위치한 암릉에 오르니 시야가 더 좋아지면서 서쪽으로는 계룡산 정상이 지척으로 보이고 남쪽으로는 대둔산 일대가 아스라히 보이는데 정말로 우리 국토는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또한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고압 송전탑에서는 언젠가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것과 같이 작업자들이 철탑에 올라 고압 전선의 애자부분을 청소하는 광경도 보여 다시금 삶의 고단함과 엄숙함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몇사람의 등산객이 보이고 있어 마냥 적적하지만은 않은 짙은 숲사이의 트레일을 따라 오후 4시경 능선의 동쪽 끝자락인 괴곡동이라는 곳으로 내려온 다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숙소 근처로 돌아와 한번씩 이용하는 깔끔한 순대국 집에서 반주를 곁들여 이른 저녁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시원한 샤워 후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며 기분좋은 하루를 마감하였다.
오늘의 트레일
구봉산의 원경과 들머리인 한천리에서
서쪽으로 빤히 보이는 계룡산과 동쪽방향의 정상과 대전 시가지
남쪽의 갑천 상류와 멀리 대둔산으로 추정되는 산의 실루엣
정상 부근에서의 여러 모습들과 하산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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