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6(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밤에 한여름의 폭우처럼 그렇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날씨는 영상으로 포근하여 주변의 눈들이 모두 녹아 사라져 버리고 야영장의 나무들 사이에는 햇살이 곱게 내려 앉고 있어 마치 봄이 오는 분위기 같았다.
아침 식사 후 비에 젖은 텐트를 걷어 대충이라도 말리는 사이에 휴양림을 산책하며 비록 휴대폰 이지만 사진도 찍는 등 시간을 보내다가 짐을 꾸려 약 10시경 휴양림을 나섰다.
오늘의 계획은 먼저 그저께 이곳으로 올때 지나친 휴양림 입구의 보원사 폐사지터와 그곳에서 바로 지척의 거리에 있는 국보로 지정된 그 유명한 "서산 용현리 마애 삼존불"을 둘러본 후 서산 9경중의 하나라는 서해의 삼길포 포구를 들렀다가 대호방조제를 건너 당진시로 넘어가 일제 식민지 시절 여러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沈熏, 본명 大燮)의 생전 거주지에 세워진 "당진 필경사"를 들른 후 가능하면 차가 막히기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저께와 달리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이미 도착한 상당한 수의 탐방객과 함께 보원사 폐사지터와 마애 삼존불을 둘러 보았는데 폐사지터에서는 세월과 옛 영화의 덧없음을 그리고 마애불에서는 허망함속에서도 빛나는 부처의 미소를 느꼈는데 사실 이곳 가야산 일대는 중국으로 부터 서해바다를 건너 불교가 백제로 전해지는 중요 통로 였기에 백제 불교의 중심지로 부근에는 수덕사, 개심사등의 유명 사찰을 포함하여 100여개의 절들이 있어 왔다고 한다.
이후 예상보다 훨씬 좋은 상태의 도로를 타고 삼길포 포구에 도착하여 이곳의 명물인 선상 횟집에서 회맛도 조금보고 대호방조제를 건너 당진 IC 근처에 위치한 당진 필경사를 향하는데 주변에는 거대한 산업단지들이 연이어 나타나 서해안 시대라는 말과 더불어 중국의 영향력도 실감 할 수 있었다.
당진 필경사에서는 우리 두사람 뿐이었음에도 친절한 해설사 덕분에 평소에도 좋아하던 심훈 선생에 대하여 엄청나게 많은 추가적인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그 와중에서도 만약 그분이 1936년 35세를 일기로 요즘은 병같지도 않은 장티푸스로 요절하지 않았다면 그 혹독한 일제의 마지막 십년을 무사히 잘 견디어 내실 수 있었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도 하였는데 참으로 한 세상을 큰 과오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지난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 더욱 어지러운 생각들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기념관을 나오면서는 심훈 선생의 시집도 한권 사고 부근의 상록수와 연관된 몇군데도 둘러본 후 오후 2시 반쯤 나름 서둘러 집을 향하였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고 상당한 교통체증에 시달렸지만 지난 2박 3일의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또 다시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뿐이었다.
아침의 야영장과 그 부근에서, 어제 아침과는 판이한 모습
보원사 폐사지와 마애 삼존불에서
삼길포 포구에서
당진 필경사와 이른 오후임에도 꽉 막히는 서해대교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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