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17년

영덕 칠보산 자연휴양림과 시제(時祭)(2)-동해 일출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7. 11. 17. 16:03

2017.11.12(일) 맑음

지난 밤에 약까지 챙겨 먹고 야영과는 달리 바닥 난방이 잘 되는 따뜻한 숙소에서 비교적 잘자고 아침 일출 시간에 맞춰 6시 40분경 일어나니 몸 컨디션이 한결 나아져서 단단히 옷을 챙겨입고 광장의 일출 포인트로 가서 실로 오랜만에 동해 일출을 구경하였는데 과거와는 달리 큰 감흥은 없었다.

그리고 일기예보상 오늘이 올해들어 가장 추운날 이라는데 바람까지 상당히 불어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아침은 죽으로 간단히 해결한 후 뒷정리를 하고 휴양림을 나서 영덕읍을 거쳐 고향 마을에 도착하니 9시경이 되었다.

대구에서 온 숙부님을 만나 산소를 돌보는 기금이 조성되어 있어 일가친척들이 함께 제사를 지내는 7대와 6대 조부모 선영를 제외한 나머지 산소들을 둘러보는데 숙부님도 연세가 있으시고 몸이 약간 불편하여 이곳저곳 높이가 있는 산에 흩어져 있는 산소는 혼자서 올라가는 등 바쁘게 성묘를 한 후 12시경에는 모두들 모여 7대와 6대 조부모를 마지막으로 시제를 마치게 되었다.

이후에는 일가 친척들 중에서 약 20 여명이 청송 약수탕에서 닭백숙으로 점심을 하고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와 기금에 대한 결산과 이런저런 집안의 대소사에 관한 의견을 나눈 후 서로 내년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하였는데 나는 어차피 지금 서울로 출발하더라도 차가 막히니 부모님이 계신 대구를 들렸다가  차량 정체가 풀리는 밤늦은 시간에 가기로 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청송 약수물과 고향 친척분들이 챙겨준 몇가지 농작물들을 챙겨 대구를 들렸다가 서울 집에 도착하니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었는데 몸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또 한 해의 큰일을 무사히 마무리 하였다는 안도감으로 마음만은 흡족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과연 이런 행사가 모든면에서 빠르게 변해가는 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지속가능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지만 내가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한은 책임감을 가지고 하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 자신도 딸 자식밖에 없고 요즘은 누구나 늘 바쁘고 시간에 쫓기는 삶일 뿐만 아니라 괜히 내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 먼저 연락하지 않는 한 한 명있는 남동생이나 사촌 동생들에게도 같이 가지는 말이 나오지 않으니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멀리있다는 핑계로 돈을 주고 산소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사정이고 일부 산소는 깊은 산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보니 늘 성묘의 불편함과 야생동물들로 인한 산소의 훼손도 문제여서 십여년전부터 수차례 이장을 하여

한 군데로 모으는 문제를 아버님과 상의를 하였었다.

하지만 일부 산소는 청송 양수 발전소 건설 때 어쩔수 없이 이미 한차레 이장을 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생각이 더이상 산소를 건드리는 것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반대하시는 상황이고 당신의 무덤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이 확고 하신지라 늘 무산되곤 하였는데 나 자신도 이제는 모든 것을 시간의 수레바퀴에 맡기고 최악의 경우 먼 훗날 돌보는 후손이 없어지게 되어 실묘(失墓)가 되더라도 이 또한 인간사의 허무함과 유한함이라는 만고의 진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돌리니 약간은 우울한 심정이 가시는 듯 하였다.

 

 

 

 

 

 

 

 

 

 

 

 

 

 

 

 

                                        이른 아침 해뜰 무렵 휴양림에서

 

 

 

 

 

 

                                          고향 마을의 전경과 청송 읍내에 있는 소헌공원의 누각

 

 

 

 

 

 

 

 

 

 

 

 

                                             7대부터 조부모님까지의 산소

 

 

 

 

       대구 부모님댁의 뜰에 핀 가을 꽃, 과거 아버님이 가꾸시던 것인데 이제는 당신도 세상을 떠나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