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3(금) 흐림
2주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꿈같은 주말을 이용하여 이번에는 2000년도를 전후하여 두번 가보았던 설악산 공룡능선을
정말로 오랫만에 가기로 하고 금요일 오후 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인터넷으로 예약해 놓은 국립공원 관리공단 산하의 "설악동 야영장"을 향하였다.
지난 7월에 완전히 개통된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를 처음으로 달려 홍천 휴게소에서 와이프가 준비해 준 김밥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하고 짧아진 거리와 고속도로란 이점으로 인해 확실히 시간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빨리 설악동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고속도로의 상당부분이 터널과 방음벽으로 양쪽이 막힌 교량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하다는 느낌도 함께 들어 "시간은 돈이다"를 외치며 빨리 빨리를 미덕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의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후 4시 반경에 도착하였지만 이미 낮의 길이가 상당히 짧아져 국립 자연휴양림의 야영장과는 달리 나대지인 야영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니 어둠이 밀려오고 부대찌게 비슷하게 찌게를 끓여 간단한 밑반찬과 함께 저녁을 하고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기에 흐린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기분좋게 흙바닦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였다.
설악동 야영장에서
2017.10.14(토) 맑음
새벽 1시경 화장실을 가기위해 일어나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어 날씨에 대한 걱정은 잊어버리고 한숨자고 4시에 기상하여 간단히 아침을 해먹고 도시락까지 챙기고 준비해 온 간식과 과일을 배낭에 넣어 탐방지원센터 입구의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5시 경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보다도 엄청난 사람들이 이미 주차후 출발하였고 계속적으로 차량들이 밀려들고 있어 우리도 서둘러 주차 후 매표소에서 늘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1인당 35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하고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헤드랜턴을 밝히고 각오를 다지며 비선대(飛仙臺)를 향하였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 계곡을 따라 무너미고개를 오른 후 우측 시계방향으로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 금강굴, 다시 비선대를 거쳐 입구까지로 시간은 내 기준으로 약 12시간 정도를 예상하였기에 출발이 조금 늦은 감이 있어 걸음을 빨리하였다.
동이 서서히 터올 무렵 비선대를 지나고 날이 밝아 오면서 아름다운 단풍으로 곱게 물든 자태를 나타내는 천불동 계곡을 따라 비록 휴대폰 사진이지만 사진도 열심히 찍으며 귀면암과 오련폭을 거쳐 8시경 양폭 대피소에 도착하여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데 나보다 훨씬 걸음이 빠른 일행은 이미 많이 앞서 보이지 않았으나 무너미 고개에서 만나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천당폭을 지나고 마지막 급경사를 올라 9시경 무너미 고개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동행과 만났는데 예상대로 약 4시간이 걸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되었는데 정작 문제는 단체 산행객들을 포함하여 예상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산행객들이 공룡능선길로 몰려들고 있어 군데군데 원웨이 트레일에서의 정체가 뻔해 보여 걱정이 되었다.
하여 동행과 의논하기를 각자 어느정도 물과 음식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 자기 페이스대로 산행하여 늦어도 오후 3시까지는 마등령쯤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하였는데 20여년전에 비하여 등산 인구도 폭발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났고 따라서 산행 실력들도 모두들 뛰어나 이제는 공룡능선이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가 손쉽게 즐기는 대중적인 등산 코스가 된 듯 하였다.
반대쪽 마등령쪽에서도 많은 등산객들이 오고 있어 예상대로 몇군데 양방향 교행이 힘든곳에서는 상당한 지체와 이로인한 사람들끼리의 고성으로 약간 소란스럽기까지 하였으나 산천의 아름다움과 의구함만은 변함없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고도 남았다.
또한 날씨마저도 최상이어서 동쪽으로는 속초시내가 울산바위 넘어로 빤히 내려다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대청,중청,소 청 능선과 서북능선 그리고 꿈으로만 남게 된 용아장성이 지척으로 보여 그 경치를 즐기다 보니 사람들의 정체에 더해 원래 예상한 4시간을 훨씬 상회하여 오후 2시 반경이 되어서야 마등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봉 능선의 조망 포인트와 1275봉의 안부등에서는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즐거움도 가질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마등령에서 동행을 만나 하산을 시작하였는데 이길 또한 내려오면서 짙은 단풍으로 뒤덮혀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고 비선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장군봉의 위용 또한 대단하였으며 금강굴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어둠이 내리려는 6시경 소공원 지역에 내려서니 이곳 또한 비록 높은 산을 오르지는 않지만 가벼운 복장으로 가족들과 더불어 행복한 모습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나도 허리와 다리는 오랜만의 장시간 힘든 산행으로 묵직한 통증이 있었으나 마음만은 뿌듯함으로 가득하였다.
서둘러 야영장으로 돌아와 비록 찬물이지만 간단히 씻은 후 저녁을 겸해 삽겹살과 소주로 일종의 무사 하산 자축을 약간은 거하게 한 후 꿈같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이 틀 무렵 비선대를 지나며 뒤돌아 본 모습
귀면암 부근을 지나며
오련폭을 지나 양폭 대피소까지
양폭과 천당폭을 지나고
무너미 고개에 이르기 까지
공룡능선상의 범봉능선과 1275봉을 지나 마등령까지
마등령에서 비선대를 거쳐 설악동의 소공원까지
오련폭 입구에서
천당폭에서
공룡능선에서
2017.10.15(일) 맑음
어제 소주를 약간 과하게 마셨음에도 비교적 거뜬하게 일어나니 예상했던 대로 옴몸의 근육통이 대단하였으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된장찌게로 느긋하게 아침을 한 후 오늘의 일정에 대해 동행과 상의를 하였는데 내심 나의 바람은 어차피 일요일 낮 시간이 지나면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차량정체는 피할 수 없고 또한 이곳을 너무 오랜만에 오니 오늘도 설악산의 울산바위와 비룡폭포쪽 그리고 가능하다면 권금성 케이블카도 한번 타보고 이후에는 온천도 한 후 저녁늦게 출발했으면 하는 것이었으나 함께 한 동행의 사정이 나와는 반대라 어쩔 수 없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야영장을 정리 후 집으로 향하였다.
이른 오후에 도착하여 내일을 위하여 휴식을 취하였는데 저녁 뉴스에서 어제 설악산과 그 부근에 8만의 인파가 몰려들어 일부는 시간에 맞춰 하산하지 못하는 등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미 이번 주말의 일들이 아련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고 내 생애에 다시 한번 공룡능선을 갈 수 있을까? 라는 씁슬한 생각도 들었다.
사족으로 과거 공룡능선에서... 기억상에는 2000년도 여름으로 분명히 기억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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