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한 차례 완료)

서울둘레길(16)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7. 5. 16. 23:07

2017.5.16(화) 흐림

오늘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어 이번 주는 조용히 산을 즐기고자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강원도 양양의 미천골 자연휴양림을 예약해 둔 상태라 하루 집에서 쉴려고 하였으나 오전에 와이프가 서울둘레길을 마져 끝내자고 얘기하여 느즈막히 집을 나서 버스를 환승하여 지난번에 이어 구기동 터널 입구의 한국 고전번역원 앞에 내려 시계 방향으로 오늘의 트레일을 시작하였다.사실 이 구간은 북한산 둘레길 구간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으로 4년전 이맘때 쯤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때 한번 지나간 길이어서 인지 낮설지가 않았고 또한 우연히 시기적으로도 같은 시기라 아카시아 꽃의 향기마저도 그럴리는 없지만 4년전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인지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또한 그 당시는 와이프가 큰 수술을 받은 직후라서 걸어야 한다는 의무적인 생각으로 걸었기에 지금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었다는 기억이 나며 그 동안 그래도 병을 잘 극복하고 지금까지 왔기에 둘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감사히 생각해야 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였다.길은 바로 대한민국 최고급 주택가의 대명사 중의 하나인 평창동을 지나는데 역시나 하나도 똑같은 외관이 아닌 대 저택들의 위용이 지나는 객들을 위축 시키기도 하였다. 길은 평창동을 지나 국민대 윗 부분을 거쳐 정릉으로 이어지는데 오늘이 평일이기에 사람들도 크게 붐비지 않아 신록으로 우거진 숲길은 살아 있음의 감사함을 더욱 느끼게 할 정도로 눈부시고 개인적으로는 화려하다는 수식도 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정릉 골짜기를 지난 둘레길은 이름도 정겨운 빨래골을 거쳐 중간 중간의 트인 곳에서 좌측으로는 북한산의 망경대와 인수봉 그리고 도봉산이 지척으로 올려다 보이고 우측 멀리 시가지를 건너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건너다 보이는 지능선을 오르내리는 수려한 길이었다.
트레일은 이윽고 한국 유일의 국제선원과 그곳을 대표하는 "만행, 하바드에서 화계사까지"란 책의 저자인 현각 스님으로 유명한 화계사를 지나는데 지난해인 2016년 여름 현각 스님이 한국 불교의 기복적인 모습과 가부장적인 실상으로 인해 한국 불교와 인연을 끊고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씁슬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화계사를 지난 트레일은 냉골을 지난 후 작

은 능선을 하나 넘어 통일 교육원을 지나 아카데미 하우스가 위치한 수유리에 이르렀는데 이미 트레킹을 시작한 지 5시간이 넘고 저녁이 다가오고 있어 조금 아래의 국립 4.19 묘지 입구에서 오늘의 트레킹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