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인도 히말라야 트레킹기

37. Pindari Glacier 5 일차(Zero Point 다녀오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6. 2. 18. 14:15

2015.10.29(목)  흐림 및 간혹 눈비

오늘은 핀다리 빙하 원두 부근의 제로 포인트(Zero Point)를 다녀와야 하는데  이 일대는 계절적으로 지금쯤은 오후가 되면 날씨가 나빠지기 때문에 새벽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어제 저녁 고빈과 데얄이 여러 번  얘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왕복하여 약 15 킬로 정도나 되기에 고빈에게 아침 6시 반 경 식사 준비를 부탁해 두고 알람을 이용하여 6시경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많지는 않지만 밤 사이에 눈이 내려 주위가 온통 하얀색으로 변하여 있고 핀다리 빙하쪽을 바라보니 하늘도 잔뜩 흐려있다.

최상의 조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조건도 아니니 고빈이 만들어준 따뜻한 아침 식사 후 짜파티 몇 장을 점심용으로 챙긴 후 단단히 마음의 각오를 하고 약 7시 경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니 바위로 만든 트레일에도 신설이 살짝 덮혀 상당히 미끄러운데 앞서간 자의 흔적이 하나도 없는 오늘만은 전인미답인  트레일에 첫 발자욱을 찍으며 가는 기분은 최고였지만 만약  다친다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미끄러져서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였다. 

조금 더 진행하자니 흰 눈밭위 곳곳에서 이곳 우타라칸트 주의 상징새인 아름다운 모날(Monal,히말라야 비단꿩)들이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고 트레일위에는 이름 모를 야생동물들의 발자욱도 찍혀있었다.

또한 강 건너편에 위치한 양치기 움막 근처에서도 흰 눈밭위에서 방목중인 말들이 무리지어 역시 머리를 숙인 채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역시나 인간을 포함하여 살아있는 생명들은 숙명인 먹이활동과 번식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소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유명 작가의 말처럼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라는 생각이 떠올라 씁슬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후 눈이 약하게 흩뿌리는 하얀 순백의 세상속으로 계속 들어가 8시 반경 부근의 양치기 움막 부근에서 야영하고

있던 고빈 일행을 지나치고 9시경 내심 어떤 사람인지 대단히 궁금한 수행자가 머문다는 자칭 아쉬람을 지나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문을 두드려 볼까도 생각하였지만 방해하기도 싫고 또한 내려올 때도 기회가 있으니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이미 길은 희미해졌지만 다행히 바위와 바닥에 화살표와 몇개의 표식이 있어 지형적으로도 이길이 제로 포인트로 가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길이 끊어지며 발아래에는 천길 낭떠러지가 나타나는데 자세히 보니 U 자형의 거대한 빙하 협곡이 옆의 산 기슭을 침식하면서 무너져 내린듯 하고 거기에 더해 날씨마져 갑자기 나빠지고 있어 약간의 공포심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먼곳까지 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옆의 다른 루트를 찾아서 여러 번 오르내린 끝에 제로 포인트로 추정 됨직한 곳으로 향하는 미로를 발견하고 따라갔는데 미로 주변에는 말들의 배설물들이 있어 어느정도는 안심할  수 있었다.

뒤돌아 보니 고빈 일행이 한참 떨어져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 보이지 않길래 의아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은 길이 끊어진 지점에서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하여 내심 미안하기도 하였다.

약간의 악전고투 끝에 그리고 바바지의 아쉬람을 떠난 지 약 한시간 후인 오전 10 시경 바위 위에 쉬바신의 상징인 기도 깃발이 메인 삼지창이 꽂혀있는 큰 네모 형태의 바위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이 바로 온 지구의 기가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용어인 제로 포인트라는 곳으로 해발은 약 3,650 미터 이다. 

혼자서 적막강산인 부근을 서성이며 맑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계는 있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난다 카트(Nanda Khat, 6,611 미터), 창구(Changuch, 6,322 미터), 난다 코트(Nanda Kot, 6,86미터)등의 쿠마온 지역 명봉들과 빙하를 감상하고 있다가 하류쪽의 뒷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엄청난 구름이 골짜기를 타고 올라오고 있는데 그 기세가 대단히 빠르고 맹렬하여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배낭과 스틱을 챙겨 하산을 서둘렀는데 이미 구름이 몰려와 화이트 아웃 현상이 순식간에 설산과 빙하를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였으며 서서히 골짜기를 넘어오고 있어 걸음을 빨리 하였다.

사실 이곳에서는 그 유명한 명봉인 난다 데비(Nanda Devi, 7,817미터)는 직접 보이지 않고 난다 데비 동봉(Nanda

Devi East, 7,434 미터)의 정상부 일부만 겨우 보이기에 제로 포인트에서 우측으로 약 1 킬로 정도를 더 올라가면

난다데비 산군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조망할 수 있는 엄청난 뷰 포인트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또한 실제로

보니 실낱같은 트레일이 보이기에 내심 그곳으로 가보려고 하였으나 갑작스런 기상의 악화로 포기할 수 밖에 없어

많이 아쉽기도 하였다. 

아무튼 안전이 우선이고 또한 다행히 구름이 골짜기를 넘어 트레일쪽으로는 더이상 심하게 몰려오지 않아 한번 정도만 길을 헷갈리고는 무사히 바바지의 아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마침 바바지가 건물밖 담장까지 나와서 고빈 일행들과 블랙 티를 나누며 대화를 하고 있길래 나도 인사를 하고 차를 한 잔 얻어 마시고는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얘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에서 왔다니까 반가워하며 약 1달 전 4명의 한국 비구 스님이 이곳에 들러 약 10여일 동안 같이 요가와 명상을 하며 지냈다고 하기도 하였다.

또한 명함을 건네주며 자기가 겨울에는 남인도쪽으로 가서 여러가지 교육 및 빈민구제 사업을 하는데 한국에도 자기의 온라인 사이트를 알려 기부금이 좀 모이도록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였다.

이 후에는 고빈 팀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하산을 하였는데 트레일의 눈은 거의 녹았으나 비가 내려 약간 미끄러웠다.

하지만 부지런히 걸어 오후 1 시경 푸르키야의 숙소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나니 이미 오후 2시 이고 고빈 일행은 하산하고 나도 지금 내려 간다면 드왈리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드왈리의 숙소 위치와 환경이 좋지 않고 또한 숙소 관리인이 너무 불친절하여 이곳에 하루 더 머물며 내일 한번 더 맑은 날씨를 기대해 보기로 하였다.

식사 후 다시 혼자가 되어 식당 주인 고빈에게서 뜨거운 물을 조금 얻어 간단하게나마  손발과 머리를 씻고 숙소에서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였는데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 무렵 비록 칸막이는 있지만 천정쪽은 서로 횅하니 뚫려 거의 한방이다시피 한 옆방에서 갑자기 아리따운 젊은 여자들의 목소리와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려와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여 반가운 마음에 밖으로 나가 보니 늦은 오후에 가는 빗속을 뚫고 이곳으로 올라온  4 명의 20살 전후인 꿈많은 아가씨들은 밍마란 이름의 독일인 그리고 사라,아나스타샤,나니란 이름의 덴마크 아가씨들인데 코우사니에 위치한 아쉬람의 힌디어와 요가 클래스에서 서로 만난 후 의기투합하였다고 하였다.

하여  클래스가 끝난 후 충동적?로 이곳 핀다리 빙하 트레킹을 왔다는데 운동화를 신고 복장도 너무 빈약해 보여 걱정스러웠으나 적장 본인들은 그 나이대 특유의 낙천성과 자신감으로 차있어 그들의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또한 한편으로는 약간의 무모함과 즉흥성이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저녁에는 어두운 식당에서 촛불과 전등불에 의지하여 모두들 손님과 관리인의 관계를 떠나 같이 식사하며 얘기하며 웃으며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냈는데 이들이 이번 트레킹 도중 길위에서 만난 유일한 외국인 트레커였다.

핀다리빙하 아래 수행자의 인터넷 홈페이지:

himved.org/

 

 

 

 

 

 

                                                        푸르키야의 숙소를 떠나며

 

 

 

 

 

 

 

 

 

 

 

 

 

 

 

 

 

 

 

 

 

 

 

 

 

 

 

 

 

 

 

 

 

 

 

 

 

 

 

 

 

 

 

 

 

 

 

 

                                        양치기 움막옆에는 고빈 일행의 텐트도 보이고

 

 

 

 

 

 

 

 

 

 

 

 

 

 

 

 

 

 

 

 

 

 

 

 

 

 

                                                                바바지의 수행처까지

 

 

 

 

 

 

 

 

 

 

 

 

 

 

 

 

 

 

 

 

 

 

 

 

 

 

 

 

 

 

 

 

 

 

 

 

                             제로 포인트를 찾아가는 길, 도중에 약간의 낭패도 겪고

 

 

 

 

 

 

 

 

 

 

 

 

 

 

 

 

 

 

 

 

 

 

 

 

 

 

 

                       드디어 당도한 제로 포인트에서 하지만 곧이어 구름이 몰려오고

 

 

 

 

 

                                                      대단한 수행자의 모습

 

 

 

 

 

 

 

 

 

 

 

 

 

 

 

 

 

 

 

 

 

 

                                  다시 올라옸던 길을 되짚어 푸르키야의 숙소까지

 

 

 

 

 

 

 

 

 

 

 

 

                                 푸르키야의 숙소에서, 하지만 날씨는 여전히 좋지 않고

 

 

                           제로 포인트에 이르기 까지

 

 

                                   제로 포인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