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7(화) 맑음 및 흐림
어김없이 창문이 어렴풋이 밝아올 무렵 일어나 찬 새벽 공기속으로 나서니 서서히 히말라야의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화려하고 근사한 만찬을 즐기는 기분으로 6시 경부터 7시 경까지 한시간 동안이나 무념무상의 황홀함 속에서 자연의 만찬을 즐긴 후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8시경 숙소를 나섰다.
시선 방향으로 멀리 파란 하늘 아래 순백으로 빛나는 히말라야의 설산을 두고 숲속으로 난 내리막길을 걸어가는 기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였다.
9시 반경 빙빙돌아 온 오프로드 도로의 종점인 카르키아 마을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짜이를 한잔 하는데 마을 아래로는 핀다리 강이 흐르고 있고 동네 사람들의 얘기가 이 도로가 결국은 이 골짜기의 중심 마을인 상류의 카티(Khati)까지 연결된다고 하는데 편리와 경제적인 논리 앞에 하나 하나 히말라야의 오지 마을도 사라지니 마냥 좋을 수 만은 없었다.
다시 걸음을 옮겨 엄청나게 큰 규모의 핀다리 강 계곡의 우측 사면 숲속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가는데 계곡 건너로는 설산들의 거대한 줄기가 연이어지고 트레일 옆으로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들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이쁜 길이다.
지속적인 약한 오르막의 정점에 이르니 전망이 더욱 좋아지고 작은 찻집과 몇 개의 숙소도 나타나고 그중에서도
"Hotel Anpona" 라고 적힌 숙소가 가장 전망이 좋아 보여 돌아올 때 하루를 이곳에서 지내야 겠다고 생각 하였는데 그곳에서 트렉커는 아니지만 델리에서 온 젊은 인도 여행객도 만나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다시 약간의 내리막을 따라 카티 마을쪽으로 가다가 벽면과 기둥이 온갖 아름다운 새 그림으로 도배가 된 작은 찻집을 보게 되어 직전에 차를 마셨음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다시 짜이와 오므렛을 간식으로 주문하였는데 마음씨 좋은 인상의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오므렛은 가성비 대비 최고였고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잘 그린 새 그림들은 뭄바이에서
이곳으로 여행 온 인도 화가가 그려주었다는데 모두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조류라고 한다.
오므렛에 기운을 얻어 다시 길을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전 11 시 반경 이 골짜기에서 가장 큰 마을이자 순데르둥가 빙하 트레킹의 갈림길이기도 한 카티 마을에 다다르고 시간이 너무 일러 다음 숙소인 약 16 킬로 떨어진 카프니 빙하 트레킹의 갈림길에 위치한 드왈리(Dwali)까지 가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가이드 북에 트레일이 큰 오르막도 없이 아주 편하게 숲속으로 나있다고 하여 결정한 이유도 있었다.
헌데 카티 마을을 약간 벗어난 짙은 숲속에 위치한 KMVN을 지나자 마자 군데 군데 심한 산사태의 흔적이 나타나며 원래의 트레일이 자주 끊기고 대신에 거친 핀다리 강바닥 쪽에 임시 방편으로 만들어 놓은 트레일로 바뀌는데 바닥이 온통 돌로 되어 있어 걷기가 상당히 불편하였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랑구르 원숭이 무리들의 재롱을 위안삼아 계속 진행을 하는 도중 처음으로 내려오는 단체
인도 트레커들과 조우하였는데 사실 핀다리 강이 갠지스의 중요 지류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빙하 아래의 오두막에는 26년째 년중 겨울 수 개월을 제외하고는 수행 정진중인 사두가 있어 가끔은 종교적인 목적으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얘기들었는데 그들도 차림으로 보아 그러한 부류로 생각되었다.
트레일은 굉장히 불편하고 몇 군데에서는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 지지만 그럴때 마다 누군가가 큰 바위에 새겨놓은 화살표와 "옴 샨티"(신이여 평화를...... 정도로 해석)라는 진언이 다른 사람들의 노고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일깨워 가슴이 따뜻해 오기도 하였다.
오후 2시경 과거에는 트레커로 붐볐을 법한 강가에 위치한 폐허가 된 찻집 앞에서 마침 점심 식사를 하고 있던 한무리의 올라가는 인도인 야영 트레커들을 만났는데 아랫 로하르켓 마을에 산다는 고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의 가이드가 감자 빈대떡 정도로 해석되는 큰 알루 파라타 한 장을 주어 고맙게 받아서 먹고는 그냥 있을 수 없어 가지고 있던
볼펜 중 3색으로 된 새것을 하나 선물하고 또한 쪼리 슬리퍼만 신은 포터 한명의 엄지 발가락이 돌에 찍혀 상처도 생기고 많이 아파하길래 상비약 중에서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이틀 분을 주기도 하였는데 그들과는 이후에도 수 차례
조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고빈에게 듣기로는 이곳이 이렇게 황폐하게 변해버리게 된 이유는 2013년 6월에 발생한 인도 히말라야 특히 우타라칸트 지역에 집중된 폭우와 그로 인한 대 홍수 때문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당시 한국의 텔레비젼 뉴스에서 보고 들은 기억이 되살아 나기도 하였고 아직도 케다리나트쪽은 복구가 전혀 안되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는데 하루빨리 복구가 되어 인도 히말라야가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였으나 인도의 전체적인 상황과 이곳의 상황을 볼 때 요원할 것 같아 안타까움이 더하였다.
다시 길을 떠나 이제는 완전히 강변을 따라가는데 오후 4시경에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며 비도 내렸지만 다행히도 심하지는 않았고 강에 급조된 통나무 다리를 이용하여 몇차례 강을 건넌 후 오후 4시 반경 드왈리의 KMVN에 지친몸으로 그러나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측으로 난 카프니 빙하쪽은 계곡의 양측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보는 사람의 안타까움을 더하였다.
이후에는 날씨도 흐려지고 고도도 약 2,600 미터 정도되고 더구나 어두워지니 추위가 파고들어 부엌에서 머물다 저녁 식사 후 얇은 침낭속에 들어가 한번도 세탁하지 않은 것 같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쥐들이 돌아다니는 최악의 숙소에서 잠을 청하였다.
헌데 또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숙소에서 배낭을 내리고 헤드 랜턴을 찾으려니 보이지 않아 순간 많이 당황스러워 기억을 더듬어 보니 분명히 오늘 새벽 다쿠리에서 사용하고 배낭을 팩킹할 때 잘 챙겨 넣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사람이 의심스러웠으나 애써 그 생각은 머리속에서 지우고 히말라야에 기분좋게 기증했다고 생각키로 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싸구려 미니 라이트를 여분으로 챙겨왔기에 그것으로 버티기로 작정하였다.
다쿠리리 숙소에서의 일출, 맥톨리봉을 배경으로 그 봉을 등정하다 사망한 인도 크라이머의 추모비도 보이고.......
숲속 내리막길을 따라 카르키아까지
호텔 안포나까지
아름다운 새 그림으로 도배된 찻집
카티 마을까지
드왈리까지, 중간에서 고빈 일행을 만나 이런저런 사연도 만들고 또한 비도 만났는데
그 순간에는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 오기도..............
다쿠리에서의 일출
산사태로 황폐화된 핀다리 강위의 급조된 통나무 다리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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