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6(월) 맑음
비록 도미토리지만 투숙객이 나 혼자 뿐이니 큰 화장실도 딸려 있는 특실같은 방에서 마음껏 음악도 틀어놓고 자고 일어나니 오늘도 역시 화창한 날씨가 반기고 있었다.
사실 핀다리 빙하 트레킹은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 않고 또한 롯지 트레킹이 가능한 이 지역에서 유일한 코스라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가이드 북에 적혀 있으나 계절적인 요인인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핀다리 빙하 트레킹 코스와 연결하여 카프니 빙하(Kafni Glacier)와 순데르둥가 빙하(Sunderdhunga Glacier) 트레킹도 할 수 있으나 카프니 빙하쪽은 산사태로 모든 트레일이 유실되었고 순데르둥가 빙하쪽은 야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모든 산들이 현재는 자연보호를 이유로 출입이 금지된 난다데비 성소(Nada Devi Santuary)의 남쪽 경계로 큰 설산의 장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원래 생각하기는 이곳에서 하루 정도 리랙스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떠나려 했으나 날이 밝기 무섭게 동네의 몇몇 사람들이 몰려와 어제와 똑같은 이런저런 수작?을 반복하기에 이 상황을 견디는것도 힘들것 같아 오늘 떠나기로 작정하고 아침 식사 후 오전 8시 반 경 롯지 트레킹에 필요한 짐을 제외한 나머지 물건들을 단팔에게 부탁하여 맡기고 숙소 바로 옆으로 나있는 돌로 바닥을 만든 트레일을 따라 다쿠리 패스(Dakhuri Pass, 해발 2,800 미터)를 향하였다.
트레일은 온통 랄리구라스를 비롯한 여러종류의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어 아침의 싱그러움이 더하였고 더구나 인적이 하나도 없는 고요한 숲길을 혼자서 유유자적 걷는 맛이 그만이었는데 계절적으로 봄이면 아름다운 꽃들로 더욱 좋으리라 생각되었다.
거기에 더해 파란 색깔의 창공에는 독수리 무리들이 유유히 날고있고 한곳에서는 담비로 추정되는 동물이 돌담위를 손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하였으며 한편으로는 군데군데 문을 닫은 찻집(Tea stall)이 눈에 띠기도 하여 의아하게 생각되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것은 이곳에도 산간 오지 마을들을 연결하는 오프로드 도로가 생겨 최근에는 트레커들이 차량으로 바로 카티(Khati) 마을 부근의 카르키야란 곳으로 가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지속적인 오르막이어서 가능하면 천천히 움직여 고갯 마루가 가까워 오고 키큰나무들이 듬성해질 무렵인 오전 11 시경 눈앞에 연기가 올라오는 허름한 찻집이 하나 나타나 쉬어 가기로 하고 배낭을 내렸다.
나이가 상당하게 보이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짜이를 주문하고 손톱깍기를 꺼내어 이상하게 자라나 통증을 일으키는 손톱 주위의 피부를 정리하고 있으려니 할아버지가 손톱깍기를 자기에게 달라고 부탁하는데 마침 같이 왔다가 카쉬미르 트레킹 후 일찍 돌아간 동료가 주고 간 손톱깍기가 하나 더있어 흔쾌히 할아버지에게 주니 상당히 좋아하는데 사소한 것이지만 또 다시 하나의 물건이 나를 떠났다.
이후 다시 길을 떠나 지속적인 오르막으로 다쿠리 패스를 향하는데 한군데에서는 아마 이곳에서 트레킹 도중 무슨 사연으로 세상을 떠난 독일인을 추모하는 추모비가 서있는데 그 내용인 즉 "YOUR PARADISE IS HERE"여서 나도 잠시 그분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약 12 시반경 다쿠리 패스에 오르니 멀리 정면으로 인도 히말라야 산맥쪽으로는 이미 구름이 올라와 버려 아무 조망이 없고 바로 아래로는 숲 가운데 대여섯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다쿠리가 지척으로 내려 보인다.
천천히 숲 사이로 난 내리막의 트레일을 따라 다쿠리에 도착하니 12시 반경 밖에 되지 않았으나 다음 숙박지인 카티까지 무리해서 가기도 싫을 뿐더러 꼭 그렇게 갈 필요도 없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숙박하기로 작정하고 KMVN에 찾아들었는데 역시나 트레커는 나 혼자였고 넓은 도미토리를 200 루피에 얻을 수 있었다.
숙소를 관리하는 젊은 친구에게 부탁하여 점심을 먹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역시나 여기에서도 오지않는 트레커를 기다리며 두군데 사설 숙소가 문을 열고 있어 마침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이곳에 머물고 있던 알모리에서 온 젊은 인도 친구와 숙소 주인들과 어울려 오후 시간을 보냈다.
헌데 이들도 좋은 질이라며 끊임없이 찰리스(대마)를 물론 유료??로 권하여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우리가 볼때는 이런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사는데 늘 좋을것 같지만 그들은 이런 상황을 무료함과 지겨움으로 느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저녁 무렵이 되자 산을 감싸고 있던 짙은 구름들이 물러나며 설산들의 자태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가장 좌측으로 트리슐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우측의 맥톨리(Maiktoli), 므리그트니(Mrigthni), 난다 카트(Nanda Khat), 창구(Changuh), 난다 코트(Nanda Kot)등 난다데비 산군의 명봉들이다.
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똑딱이를 들고 뛰어 다녔으나 역시 솜씨가 일천하여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더구나 숙소가 숲속에 위치하여 밤이 일찍 찾아 오기에 저녁 식사 후에도 설산의 야경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들락 거리기도 하였으나 춥기도 하고 너무 고요한데다 짐승의 울음 소리만이 들려 내일을 기약하며 일찍 잠을 청하였다.
보기에는 초라해 보이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또한 단팔의 요리 솜씨가
훌륭하여 맛있게 먹은 알루 파라파와 짜이 한잔의 아침식사...
다쿠리 패스를 향하다가 힌디어로 쓰인 이정표가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니 훨씬 감을
잡기가 수월하고 거기에 더해 아름다운 모습의 담비도 만나고..........
보잘것 없는 모습으로 초라하게 서 있으나 맛과 분위기는 아주 좋아서 나에게는
고급 식당 못지않는 느낌으로 다가온 티 스톨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인연도 쌓고..
무슨 사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곳에 외롭게 서있는 한 독일인의 추모비...
약 3시간 반만에 오른 다쿠리 패스 그리고 그곳에서의 풍광
다쿠리 숙소촌에서,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서 구름이 걷히고 아름다운 설산들이 자태를 드러내고
다쿠리 숙소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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