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3(금) 맑음
오늘은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힘든 날로 새벽 3시 기상하여 따뜻한 수프와 빵으로 간단히 요기 후 비스켓과 사과 그리고 물통을 챙겨 헤드 랜턴의 불빛을 의지하여 텐트를 나섰다.
칠흙같은 어둠과 칼바람을 동반한 추위속에서 대열을 이루어 한발 한발 내딪는데 트레일은 서서히 오르막으로 변하고 길은 잡석과 군데군데의 눈과 얼음으로 인해 상당히 미끄러운 상태이다.
헌데 이번 트렉 리더는 트레킹 기간 내내 안전?에 과도하게 신경 쓴 나머지 너무 자주 인원수 체크를 하고 선두와 후미의 간격을 너무 좁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불안하게 생각되었는데 오늘 새벽과 같이 급경사에 바닥이 미끄러운 경우에도 수시로 트레킹을 중단시키고 간격을 좁히고 인원 수를 체크하다 보니 오히려 더 위험하게 보이나 협조하는 수 밖에 없기에 상당히 짜증이 나 몇 번 건의를 하였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역시나 인간의 몸은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처음에는 상당히 추웠으나 서서히 운행하니 몸에 열이 나며 추위도 덜해지고 거기에 더해 아침이 밝아오고 기온이 조금씩 오르니 견딜만 하다.
또한 서서히 주변의 윤곽이 드러나니 그 또한 견디는데 도움이 되었으나 트레일이 릿지의 서북쪽 면이라 6시가 넘어서야 조금씩 사위가 밝아지고 그러는 사이 어느 듯 수백구의 인간 유골들로 가득차 있어 미스터리의 호수라고도 불리는 릿지 바로 아래의 해발 4,800 미터에 위치한 룹쿤드(Roop Kund)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오전 7시경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계절적인 영향인지 호수에는 물이 하나도 없고 잔설들만 군데군데 덮혀있어 사진으로 보던 신비함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가까이 내려가본 호수에는 얘기대로 많은 인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섬득함이 몰려왔다.
사실 이 호수에 있는 인골들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조사하고 연구하여 여러가지 가설을 제시하였는데 그중에서 고대로 부터 이곳이 서부 티벳에 위치한 힌두교의 최고 성산인 카일라스 산 순례길 중의 하나였기에 힌두교 단체 순례객들이 이곳에서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인해 집단적으로 사망하였다는 가설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약 15분여를 올라 해발 약 5,000 미터대의 주나르 가리 능선에 오르니 그동안 여러개의 겹친 능선으로 인해 그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난다쿤티와 트리슐 1.2.3 봉이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아침 햇살 아래 뽐내고 있었는데 로칼 가이드의 말로는 두 거봉 사이의 안부로 카일라스로 가는 순례로가 있었다고 하는데 물론 지금은 전혀 이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칼바람과 추위속에서도 그곳에 약 20 여분을 머물며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맴돌았는데 인간의 왜소함과 한계 그리고 언젠가는 소멸하고야 마는 삶의 덧없음 등이었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트레일을 역순으로 따라 로하중의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는 일만 남아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11시경 바그와바사의 캠프지로 돌아와 아침 식사 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행길을 재촉하여 오후 3시경 이틀전 머물렀던 나초니의 캠프지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이후 일몰 무렵에는 아쉬움에 다시 뷰 포인트에 올라 장엄한 인도 히말라야의 일몰을 감상 후 내일은 로하중의 편안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딱딱하고 불편한 바닥의 텐트에 들었다.
깜깜한 이른 새벽 텐트지를 떠나 룹쿤드를 향하여
룹쿤드에서
다시 주나르 갈리를 향하여
주나리 갈리에서 그리고 하행
다시 룹쿤드를 거치고 바그와바사 캠프지까지
나초니 캠프지에서 그리고 부근의 뷰 포인트에서의 일몰
주나르 갈리에서
나초니 캠프지 부근의 뷰 포인트에서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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