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30(토) 맑음
이번 트레킹 여행을 준비하면서 모든것을 DIY로 해야했기에 무게와 부피의 압박 때문에 동계 침낭이 있음에도 봄 가을용을 가져갈 수 밖에 없어 지난 밤의 경우에는 이미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고 눈비도 내릴 뿐만 아니라 고산지대라서 추위가 상당하여 제대로 잠들지 못하였다.
하지만 뒤척이다 새벽녁에 살짝 잠이 들어 몇 시간 자고 일어나니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개어 아주 화창하고 태양이 올라오니 기온도 올라가 따뜻해져 텐트 밖으로 나오니 이 지역의 최고봉인 레닌 봉을 비롯한 거대한 설벽의 봉우리들이 엄청난 위용을 뽐내고 있어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또한 어제 저녁 무렵 나타났던 개가 다시 찾아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데 이 또한 기분 좋은 일이어서 우리의 음식중에 일부를 주기도 하였다.
얼른 아침을 해 먹은뒤 간식과 물을 챙겨 정면 눈앞에 보이는 낮은 봉우리 뒷쪽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캠프 1(4,300미터)을 목표로 나섰다. 날이 맑고 공기가 깨끗하여 아주 가깝게 보이지만 걸어보니 상당한 거리다. 초원으로 이루어진 낮은 경사 지대를 약 1시간 정도 올라 본격적으로 산길로 들어섰는데 그 입구의 암벽에는 어김없이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산악인들의 추모 동판이 몇개 바위벽에 박혀 있었는데 아련한 가슴 아픔이 밀려 왔다.
수목한계선 못 미친 광할한 초원지대에서는 많은 마못(Marmot)들이 아마 올해 낳은것 같은 작은 새끼들을 거느리고 굴속을 들락거리며 먹이 활동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제 곧 추워지면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그들로서는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인 것 같았다.
수목한계선을 지나 본격적으로 아주 붉은 색깔을 띤 토양으로 이루어진 트레일을 따라 고도를 높인지 다시 한 시간이 지나 캠프지에서 보이던 작은 산의 정상에 오르니 레닌 봉쪽으로는 거대한 빙하가 보이고 이미 주변은 눈으로 덮혀있는 설선 이상일 뿐만 아니라 바닥은 겉보기와 달리 온통 얼음인데 이쯤에서 보일것으로 예상하였던 캠프 1은 보이지도 않고 사람은 물론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하여 주변의 조금 더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캠프 1을 찾아 보았으나 아마도 빙하 자락을 타고 더 오른 곳에 있는 듯 하고 오늘은 밤 추위때문에 이곳을 떠나 좀 더 낮은 평원쪽으로 내려가 야영을 할 예정이었기에 이쯤에서 돌아서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캠프지로 돌아와 급히 점심을 해먹고 배낭을 팩킹하여 차를 타고 왔던 길을 돌아서 걷기 시작하였는데 어차피 이곳에서는 차를 부르기도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대자연을 느끼고자 하기에 굳이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였으며 이곳에서 살리 모굴까지 약 30 킬로의 오프로드는 트레킹하고 그곳에서 부터 살리 타쉬까지의 약 30 키로는 지나가는 차량을 히치 하기로 생각하였다.
또한 우리는 어차피 중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살리 타쉬까지 돌아가야 하고 이곳 이르케스탐 패스는 주말에 막힌다니 일요일인 내일까지 살리 타쉬에 가면 되었기에 느긋하게 가다가 해가 저물면 평원의 적당한 곳에서 야영하기로 생각하고 길을 나섰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의 숨막히는 풍광을 감상하며 걸음을 옮겼다.
전체적으로 트레일은 약간의 내리막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았으나 배낭의 무게가 압박이 상당하였다. 하여 천천히 진행하여 몇 군데 현지인들의 방목지도 지나고 약 5시간 정도가 경과하여 서쪽으로 붉은 석양이 떨어질 무렵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의 푹꺼진 바닥에 텐트를 치고 주변에 위치한 현지인의 유르트를 찾아가 식수를 구하여 저녁을 해먹고 장엄한 일몰을 즐긴 후 텐트에 들었는데 오늘의 운행 중 주변의 풍광들이 육체적인 힘듬을 조금은 가볍게 해 주었으나 가끔은 현지인들이 키우는 개들이 떼를 지어 달려들어 고역을 겪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아침이 밝아 오자 날씨가 이렇게 좋아지고....
눈앞에 보이는 작은 산을 목표로 고도를 올리니 이런 모습들이....
아쉽지만 여러사정상 낮은곳으로 내려와 야영할 수 밖에
레닌봉 아래에서
2014.8.31(일) 맑음
비교적 편하게 자고 일어나 동쪽 중국쪽의 천산 자락 너머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감상 후 아침을 해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어제 이미 반 이상의 상당한 거리를 진행 하였기에 평원과 강을 건너 빤히 보이는 살리 모굴 마을을 향하여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실제로는 거리가 그렇게 빨리 좁혀지지 않는다.
약 4시간 정도가 지난 정오 무렵 살리 모굴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은 정적속에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 살리 타쉬쪽으로 도로를 따라 걷고 있자니 마침 지나가는 차량이 한대 있어 1인 300솜의 가격에 흥정하여 약 30분만에 살리 타쉬에서 숙박코자 생각하였던 아이다GH(Idea GH)에 도착하여 짐을 내렸다.
우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기에 가게에서 수박과 맥주를 사고 GH에서 밥을 하여 점심을 해결하고 휴식을 취하였다.
마을이 워낙 작고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 국경의 마을이고 더구나 내일은 새벽 일찍 일어나 중국쪽으로 가는 트럭을 히치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남은 부식으로 음식을 다 해먹고 주인에게 아침 6시경에 식사를 부탁하고 저녁에도 특별한 일없이 일찍 잠을 청하였는데 오후에 GH의 입구에서 만난 유럽에서 이곳까지 와서 중국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6명의 혼성 젊은이들의 자전거 여행자들의 용기와 대담 무쌍함이 기억에 남았다.
지난밤의 캠프지, 보다시피 만의 하나 비가 내리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위치였으나 벌판위는 바람이 너무 세어 위험을 무릅쓰고 허나 다행히 괜찮았다는........
평원을 횡단하여 살리 모굴 마을까지
살리 타쉬 마을과 GH의 이모저모
평원에서의 일출 즈음
살리 타쉬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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