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실크로드 여행기

10.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이슬라마바드를 거쳐 라호르까지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1. 11. 25. 20:50

2001.9.18(화)

여행 16일째 피곤한 몸이지만 아침 6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그동안 카쉬카르와 훈자에서만 이틀씩 머물고 매일 육로로 수백 킬로미터씩 이동하면서 잠자리가 바뀌었지만 아직은 잘 견디고 있으며 여행의 기쁨이 이러한 피곤을 씼어주고 있는듯 했습니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가장 힘든 하루로써 이슬라마바드까지의 약 18시간의 자동차여행이 우리가 가야할 일정입니다.
길기트에서도 이슬라마바드까지 프로펠러 비행기로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장관을 내려다 보며 가는 운치있는 항공 노선이 있으나 결항이 잦고 표를 구하기가 힘들어 육로를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길은 역시 천길 낭떠러지를 끼고 인더스강을 따라 군데군데 마을들을 거치며 가는 길인데 우리가 길기트에서 고용한 운전기사는 돌아올 생각 때문인지 평소의 습관인지는 몰라도 운전의 난폭함이 한국의 총알택시보다 더하였습니다. 좁은 절벽길에서 예사로 위험한 추월을 시도하곤 하여 우리가 위험하니 천천히 가자고 하면 씩 웃으면서 인샬라(아랍어로 신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뜻)라고 얘기하며 다시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도 중간에 자기의 고향마을에 잠깐 들르기 위해서나 혹은 기도하기 위해 정차할때면 우리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곤 했습니다.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거대한 설산이 보이기 시작하는 데 이산이 세계 8위의 봉우리인 낭가 파르밧이었습니다. 수년전 "티벳에서의 7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상영된 "하이리히 하러"라는 오스트리아 산악인이 쓴 책의 첫 무대이기도 한곳입니다.
길기트의 일본여자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낭가 파르밧과 K 2봉 베이스 캠프까지의 트레킹을 알선해 주고 있었는데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으나 기간이 각각 10여일과 3주정도로 상당하였습니다. 특히 낭가 파르밧 서쪽 베이스 캠프는 페어리 메도우(meadow)라고 하여 매우 아름다운 초원이 있으며 또한 동남쪽에는 세계적인 거벽인 낭가파르밧의 루팔벽을 보는 경치가 굉장하다고 하였습니다.

중간에 간간히 아름다운 마을에서 휴식도 취하면서 검문도 받으면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늦은 오후가 되면서 강폭과 계곡의 폭이 확연히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 지면서 부터는 차에서 거의 눕다시피 하면서 기사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계속 물어보는 것으로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야 이슬라마바드(사실 이슬라마바드는 행정적인 수도로써 신도시인 셈이고 같이 붙어있는 라왈핀디가 구도시로써 일반 서민의 도시임)의 한 호텔에 도착하여 세수만 하고 침대로 파고들었습니다.
다음날(9.19) 아침 겨우 눈을 뜨니 몸은 천근 만근이고 텔레비젼에서는 유명한 CNN의 종군 여기자 아만포어가 내가 누워있는 곳과 가까운 어느 호텔의 옥상에서 테러 사태에 대해 생중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일정은 폐샤와르를 거쳐  파키스탄,아프카니스탄의 국경인 카이버 고개(kyber pass)를 갈 예정이었으나 아침에 나타난 현지 가이드와 의논한 결과 그쪽은 위험하여 생략하고 가까운 탁실라 유적을 둘러보고 오늘 중 인도쪽으로 가까운 라호르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탁실라 유적도 불교미술 특히 간다라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곳으로써 마침 일행중에 간다라 미술에 조예가 깊은 분이 있어 훌륭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며 옛날 학창시절 배운 그리이스 조각풍의 불상등을 직접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0세기 이후 이 지역을 장악한 무슬림들에 의해 목이 잘려 나간 상태로 있는 유적지 및 박물관의 불상들이 종교간의 배타성을 나타내는 것 같고 이것이 작금의 사태와 연관되어 씁쓸함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저녁후 이슬라마바드공항으로 이동하였는데 삼엄한 보안 검색에 불안감을 느꼈으나 낮익은 대우로고가 많이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
약 1시간의 비행후 파키스탄의 예술,교육,문화의 중심지이며 옛 무굴 제국의 수도로써 펀잡주의 주도인 라호르(Lahore)에 도착하여 아주 고풍스러운 호텔에 투숙하였습니다.

 

 

 

                                           멀리 보이는 낭가 파르밧산의 위용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낭떠러지 길과 군데군데

                   인더스강에 걸린 출렁다리 그리고 신비한 물 색깔의 조화

 

 

 

 

 

                       폐허화한 탁실라의 간다라 불교 유적지와 탁실라의 간다라 박물관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