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2년

철원 복계산(福桂山,해발 1057미터)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2. 9. 30. 20:31

2022.9.26(월) 구름 약간

아침 일찍 집을 나섰음에도 차량에 기름을 넣고 월요일 아침이라 더욱 막히는 듯한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4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오르다가 접경지역을 말해주는 듯 군부대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지방도로 빠져 오늘 계획한 조선 초기 생육신의 한분인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얘기가 서려있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에 위치한 복계산 산행의 들날머리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어서고 있었고 역시나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아주 긴 코스가 아니라서 간단히 채비를 한 후 시계방향으로 먼저 매월대 폭포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외로 수량이 풍부하고 낙차도 있어 매월당 선생이 마음에 들었을 법한 매월대 폭포를 접하게 되고 폭포 바로 상단의 쉼터에서는 계곡 건너편의 매월대 바위 절벽도 보여 잠깐 휴식하면서 육백여년의 세월을 건너 당시 매월당의 심정을 헤아려 보고자 하였으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혼란스럽기만 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오르막을 올라 11시 반경 주 능선길에 다다르고 다시 약간의 오르막으로 이루어진 능선길을 약 1시간 정도 걸어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북동쪽의 대성산에서 분기하여 수피령을 지나 이곳 복계산을 거친 후 복주산, 광덕산,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장쾌한 능선을 감상하며 간식으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였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특별한 조망도 전혀 없는 숲 속 하산 트레일을 내려와 출발지인 계곡으로 나오니 키 큰 수숫대에는 매월대를 배경으로 벌써 수수 알갱이가 익어가고 있어 진짜로 가을이 왔고 따라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며 또 한 해가 내 인생에서 이렇게 가고 있는구나라는 허허로운 느낌이 들었다.

출발지로  돌아와 채비를 정리하고 차량에 올라 오늘의 숙박지로 예약해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의 "만산동 국민여가 캠핑장"(비수기 평일 일박에 일만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향하려고 네비를 켜니 첩첩이 고산들인 강원도의 특성상 이리저리 상당히 복잡한 경로를 안내하고 있었다.

먼저 북으로 철원군 근남면 소재지인 육단리를 거친 후 다시 남으로 방향을 틀어 대성산과 오늘 올랐던 복계산 사이의 한북정맥을 가르는 수피령을 넘기전에 길가에 "수현 공원"이라는 쉼터가 있어 잠깐 들렸는데 그 이름이 1960년대 대간첩작전 수행 중 전사한 김수현이라는 군인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고 또한 수피령에는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달아놓은 많은 표지기들과 더불어 한국전쟁 당시의 전적비도 있어 가슴을 여미게 하였다.

수피령을 넘어 화천군에 들어선 후에는 다목리를 거쳐 부근의 "인민군 사령부 막사"라는 곳을 들렸는데 한국전쟁 전에는 이지역이 38도선 이북이라 당시 이곳에 주둔하던 북한 인민군들의 막사를 보존해 놓은 것이었다.

이후 산길과 깊은 계곡을 돌고돌아 오후 4시경 만산동 계곡이라 불리는 첩첩산중 계곡변에 위치한 캠핑장에 도착하고 모레까지 날씨가 괜찮아 보여 귀찮음을 핑계로 타프는 생략하고 간단히 작은 텐트 하나를 피치하고 뜨거운 샤워 후 저녁에는 늘 그러하듯이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하고 비교적 이른 시간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도 혼자서 소주를 세병 정도나 마셔 앞으로는 절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해 보았다.

 

복계산 산행
수현 공원과 수피령에서
다목리 근처에 위치한 인민군 사령부 막사 건물
야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