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수) 잔뜩 흐린 날씨에 더해 오후 늦게는 약한 비까지 잠깐
지난주 일요일인 11월 14일 저녁 늦게 10일간의 남부지방 야영여행과 고향 시제를 끝으로 엄청난 교통 체증의 고속도로를 거쳐 서울 집으로 돌아온 후 이런저런 마음과 몸의 불편함으로 인하여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약 10일은 병원 진료와 죽음 같은 휴식 그리고 와이프와 같이 둘이서 김장을 하는 등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다시 오랜만에 오늘부터 2박 3일간의 강화도 야영여행을 계획하고 집을 나서 평일이기에 비교적 한적한 도로를 따라 강화도를 향하였다.
사실 강화도는 고려시대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역사의 보고와도 같은 곳이고 또한 지금까지 여러차례 왔었지만 항상 주말이어서 엄청나게 막히는 교통사정과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성곽과 고려 왕궁지 등등의 여러 역사유적지는 둘러볼 엄두를 내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는 계절적으로도 늦고 날씨도 좋지 않은 평일이라 한적하기에 먼저 강화읍의 용흥궁 공원을 향하였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공원의 주차장에 주차 후 먼저 조선의 25대 왕이었던 철종이 왕이 되기전 머물렀던 용흥궁을 둘러보았는데 생각보다는 검소하다는 느낌이었으며 이후 약 100여 년 전에 건축되었다는 바로 위쪽에 위치한 특이한 한옥 양식의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을 그리고 난 뒤에는 고려가 몽고의 침입을 피하여 강화로 천도한 기간(江都시기, 1232-1270년) 동안 궁궐이 위치하였던 거의 폐허가 된 고려궁지를 둘러보는데 처연한 느낌이 저절로 들었으며 또한 그 안에 위치한 외규장각에서는 구한말인 1866년 병인양요 때 이곳에서 프랑스군에게 약탈된 문화재의 유랑과 그 기구한 역사에 대하여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차량으로 왕궁지 뒷쪽의 강화산성 북문으로 가서 부근의 성곽길을 잠깐 걸어 강화읍을 조망해 보고 읍내로 내려와 남문을 구경하고 난 후 부근의 하나로 마트에서 고기와 술 그리고 당귀와 오이고추 계란 등의 부식을 산 후 멀지 않은 강화섬 북단의 해안가에 조성되어 있는 고려천도공원을 향하였다.
아무도 없는 해안가 철책 바로 옆의 들판 가운데 자리한 공원에 도착하여 주차 후 공원을 둘러보니 이곳의 과거 지명이 승천포인데 고려 고종이 몽골의 지속적인 침략을 피하여 개경에서 강화 천도를 결정하고 첫발을 디딘곳이 이곳이라는 의미가 있었고 또한 강도시기에 팔만대장경과 금속활자의 제작 그리고 청자 등의 문화가 오히려 더욱 빛났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을 나온 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예약해둔 덕산 국민여가캠핑장을 가는 길에 강화섬 최북단 언덕 위에 자리한 평화전망대를 들렸으나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아 개성공단과 송악산까지 잘 보인다는 얘기와는 달리 북녘땅의 조망이 별로였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의 근원이 분단이라고 생각하기에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만 더하게 되었으나 학창 시절 얘기 들었던 북녘땅의 예성강을 희미하게나마 직접 육안으로 본 것과 강화도가 800여 년에 걸친 간척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단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이후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며 약한 빗방울까지 떨어져 서둘러 야영장으로 가니 오후 2시경 밖에 되지 않았고 우선 텐트를 피치 후 컵라면을 하나 끓여 김장 김치와 같이 요기를 하고 난뒤 전체적으로 최신의 시설에 잘 관리되고 있는 야영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역시나 야영객은 나 혼자뿐인 바 좋아하는 뜨거운 샤워 후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에는 황홀한 고립을 즐기며 최근 집안의 이런저런 문제로 인한 우울한 기분을 떨치려 음악을 틀어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깊어가는 만추의 밤을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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