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9(화) 잔뜩 흐리고 구름 가득
어제저녁 상당한 양의 음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다행히 큰 비는 없지만 이번 주는 계속 날씨가 좋지 않을 거라고 하여 상당히 실망스러우나 세상사가 그런 것이려니 하고 스스로 위안하며 간단히 아침을 하고 오늘은 지난번에 못 올랐던 미녀봉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려고 계획하고 비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하여 8시 반경 야영장을 나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 아름다운 계곡길을 따라 상류로 가자니 지난여름에 머물던 최상류부의 1번 사이트가 나타나 잠시 당시의 기억에 잠겼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임도길이 끝나고 솔숲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오도산 쪽과 미녀봉 쪽이 갈라지는 오도재 삼거리를 지나 정상 쪽을 향하였다.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 주능선에 올라서니 드디어 일부 시야가 터지며 북으로 가조 들판과 광주대구 고속도로(과거 88 고속도로) 너머 비계산, 우두산, 의상봉, 장군봉, 보해산과 금귀봉등 거창의 명산뿐만 아니라 북서쪽 멀리로 덕유산 줄기가 북동쪽 멀리로는 가야산의 일부도 보이는 대단한 조망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도한 정상 부근에서는 북쪽뿐만 아니라 남으로 합천호와 그 너머 황매산과 그 주변이 그리고 뒤돌아 보면 오도산 정상이 빤히 올려다 보이고 있고 트레일 또한 아기자기한 암릉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겨워할 사이도 없이 숙성산과 연결되는 말목재에 당도하였다.
시간상으로는 말목재에서 숙성상을 다녀와 하산하는 것이 충분하나 날씨도 돌변하여 약한 비가 조금 내리고 지난밤의 음주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어 바로 휴양림으로 하산을 하니 정오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이었으며 결국은 한 사람의 산객도 조우하지 못하는 고독한 산행이었으나 오래전 아버님과 거창 가조 쪽에서 올랐던 기억도 떠올릴 수 있었던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이후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뜨거운 샤워 후 짜파게티로 점심을 하고 인스턴트커피를 한잔 한 후 스산한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잔 후 저녁에는 비비고 된장찌개를 주메뉴로 반주 없이 저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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