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1년

포천(抱川) 왕방산에서 양주(楊州) 천보산까지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1. 9. 1. 11:28

2021.8.31(화) 잔뜩 흐리다가 정오경부터 비

이제 60대 중반이 되며 그동안 잘 돌보지 않았던 몸 여기저기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이번 기회에 정비?를 하려고 어제는 병원 진료를 받은 후 이번 목요일 큰 수술은 아니지만 수술을 예약한 상태이다.

헌데 날씨 또한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 비 예보가 있어 오늘은 강수량이 조금이라도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북부의 포천과 동두천 양주 쪽을 뒤적이다가 거리는 조금 있지만 지금까지 가보지 못하였던 포천의 왕방산에서 남으로 양주의 천보산을 거쳐 천보산 아래 회암사지까지 걸어보기로 하고 단단히 준비를 하여 이른 시간인 6시 40분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하철 6호선과 7호선 그리고 경기 광역버스 3200번을 이용하여 산행 들머리로 생각한 포천 시내의 도로변에 내리니 약 2시간이 걸린 8시 40분경이었고 비록 잔뜩 찌푸린 날씨지만 주택과 텃밭들이 섞인 전원풍의 들길과 산복도로를 따라 약 3 키로 거리의 왕방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태조 이성계의 일화가 얽힌 왕산사를 향하였다.

약 1시간이 걸려 왕산사에 도착하니 몇 사람의 부지런한 산객들이 보이고 이어서 약 2.1 키로 거리의 정상까지 부지런히 걸어 정상 직전의 팔각정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조망을 즐긴 후 지척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후 한 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못한 채 남으로 해룡산쪽 오지재 고개를 향하여 참나무류와 소나무들로 이루어진 편안한 능선 트레일을 따라 나아가는데 우리나라만의 우울한 상황을 반영하듯 부근 사격장에서 연이어 울리는 총소리와 가을을 알리는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어울려 기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중간의 암릉 위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하니 정오경이 되어 예상되었던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데 다행히도 트레일에 활엽수들이 가득하여 우의를 입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12시 반경 포천시와 동두천시를 가르는 오지재 고개에 도착하고 이어서 시멘트 포장이 된 도로를 따라 해룡산을 향하다가 군부대 입구에서 옆으로 빠져 13시 10분경 정상에 있는 군부대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정상이 아닌 곳에 설치되어 있는 해룡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후 더욱 세어지는 빗줄기에 하는 수 없이 우의를 꺼내어 입고 양주의 천보산을 향하였다.

동두천 시계를 넘나들며 더욱 거세지는 비 속에 나아가 14시 반경 산아래로 자욱한 비안개 속에 새로 창건한 회암사(檜巖寺)와 그아래의 과거 회암사지가 꿈결처럼 희미하게 내려다 보이는 천보산에 도착하고 이어서 미끄러운 바위길을 내려가 회암사에 도착한 후 인적이 끊긴 법당의 추녀 아래에서 한참 동안 쉬면서 비에 젖은 옷가지와 배낭 등등을 정리 후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다.

여말선초에 지공 선사, 선각 왕사(나옹화상) 그리고 무학 왕사 세분의 고승들과의 인연과 이로 인한 왕실의 비호 아래 엄청나게 번성하였으나 이후 왕실의 비호가 사라지고 병자호란 때 화재로 소실되면서 폐사되었던 대가람 회암사는 1997년부터 12 차례나  발굴 조사가 이루어져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려 하고 있으나 지나는 나그네의 눈엔 그저 빗속에 처연하게 서서 옛 영화의 허무함과 부질없음 만을 일깨워 주고 있는 듯하였다.

오후 4시경 "양주 시립 회암사지 박물관" 앞의 도로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버스 정류소에서 약 20 분을 기다려 경기 78번 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상의 덕정역을 거쳐 집으로 향하였는데 몸은 상당히 피곤하였으나 기분만은 나쁘지 않았다.

 

포천 시내에서 출발하여 왕산사를 거쳐 왕방산 정상까지
오지재 고개, 해룡산,천보산,회암사, 회암사지를 거쳐 
오늘의 트레일 요약